한 사람에 대한 나의 기억과 그 기억을 통해 만들어지는 감정은 과연 얼마나 온전한 것일까? 사람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나의 경험에서 생겨나고, 그 중 남기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다소 허탈한 엔딩을 보여준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한 사람에 대한 열띤 추종과 혹은 격렬한 미움은 정확하지도 않고, 그래서 허탈함을 남기는 인생과도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이어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나, 어떻게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 역시 불요하다.
아내의 복수를 위해 치밀하고 눈물겨운 준비를 하는 가장의 모습을 그린 ‘돌런의 캐딜락’, 읽는 내내 몽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난장판의 끝‘, 호러킹이라는 수식어가 걸맞은 ‘나이트플라이어‘, 숨겨진 욕망을 음산하고 몽환적으로 묘사한 ‘익숙해 질거야‘, 마지막으로 호러와 스릴러를 겸비한 ‘운동화‘까지, 연말연시 몽환적인 겨울나기에 어울리는 600페이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착각으로 밝혀지지. 악에는 끝이 없어‘노부부가 저지른 악행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그 섬짓함, 글이라는 전달 매체가 아니었다면 추운 초겨울 옷 깃 안으로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파고들었을 때 진저리 치는 그 기분을 선사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메인 스토리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의 개인 서사를 통해서 독자와 극중 인물의 마음 연결고리를 만들어 캐릭터를 응원하게 만드는 스티븐 옹의 테크닉은 변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