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복수를 위해 치밀하고 눈물겨운 준비를 하는 가장의 모습을 그린 ‘돌런의 캐딜락’, 읽는 내내 몽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난장판의 끝‘, 호러킹이라는 수식어가 걸맞은 ‘나이트플라이어‘, 숨겨진 욕망을 음산하고 몽환적으로 묘사한 ‘익숙해 질거야‘, 마지막으로 호러와 스릴러를 겸비한 ‘운동화‘까지, 연말연시 몽환적인 겨울나기에 어울리는 600페이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착각으로 밝혀지지. 악에는 끝이 없어‘노부부가 저지른 악행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그 섬짓함, 글이라는 전달 매체가 아니었다면 추운 초겨울 옷 깃 안으로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파고들었을 때 진저리 치는 그 기분을 선사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메인 스토리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의 개인 서사를 통해서 독자와 극중 인물의 마음 연결고리를 만들어 캐릭터를 응원하게 만드는 스티븐 옹의 테크닉은 변함 없다.
글의 긴장감이 조금 빨리 해소되어 아쉬웠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실패한 채로 머물지 않고 새로 도전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나도 힘을 얻는다. 작 중 돈키호테처럼 계속 쓰겠다는 작가의 맺음말이 좋았다. 세르반테스가 나이 오십이 넘어 돈키호테를 출간했다는 사실에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