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과 하루라는 시간에 한 여인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느낌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끝에는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비밀을 대면해야 하는 주인공의 감정이 쉽게 이입되는 구조다. 책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드문일인데 이 책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마치 그 집과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주인공을 관찰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작가로서 독자들의 페이지 넘기는 손을 경쾌하게 만들고 있지만, 정작 그는 대단한 스토리 텔러로서 가슴에 오랜 여운으로 남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떨 때는 추리소설은 그가 차용하는 장치에 불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추리소설로서의 기가막힌 장치와 반전에서 오는 쾌감도 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항상 감동과 진한 여운을 동반하는 것은 그의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용의자 X도 한 사람이 보여주는 숭고한 사랑은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 그 이상의 무엇이 있고, 그 사랑을 그가 한 평생 바쳐온 유일한 열정인 수학에 대한 사랑과 대비 시키며 왜 헌신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비장하게 얘기하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그 비장미 넘치는 사랑과 결단에 숙연해 지는 느낌 마저 들 정도다...
영화를 보는 듯한 플롯이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든다. 소설 중반부터 이미 결론이 예상되지만, 끝까지 유지되는 복선 구도를 통해 마지막 장에서 작가가 작품 첫머리에서 사용한 서사적 도구인 자연재해를 왜 사용 하였는지 알게 되며, 무릎을 탁! 하고 친다.
시리도록 슬픈 청춘의 이야기...마지막 장을 닫는 손 끝에 애절한 슬픔이 밀려온다... 추리 소설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까지 가슴 먹먹한 느낌을 갖게 될 줄이야... 범인과 수수께끼가 풀리는 장면에서 생각보다 놀라움이 없었던 허전한 느낌은, 사실 이 책이 풀고자 한 진정한 수수께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풀고자 하는 진정한 수수께끼는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데서 절정의 묘미를 제공한다. 그러기 위해 한 인물을 그렇게도 일관되게 자세히 표현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