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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찰란 피크닉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5
오수완 지음 / 민음사 / 2024년 8월
평점 :
오수완의 아찰란 피크닉은 대한민국의 입시 경쟁을 극단적으로 묘사한 디스토피아적 우화로, 무채색의 세계 속에서 아이들의 경쟁과 고뇌가 그려진다. 소설은 먼지 경보가 일상이 된 2099년 이후의 미래 도시, '아찰라 공화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일곱 명의 아이들은 '종평'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받고, 그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하며 경쟁한다.
아찰라는 무섭고 불가피한 변형의 상징으로, 아이들은 아찰이 되지 않기 위해 아슬아슬한 삶을 산다. 회색 코트를 입은 괴물 '아찰'로 변하는 운명은 이들의 삶을 억압하고 있으며, 오직 종평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자들만이 안전한 '헤임'으로 갈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입시와 외모, 그리고 성적이 인생을 결정짓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독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이 디스토피아는 단순히 어둡기만 한 세계가 아니다. 아이들의 질투, 우정, 열정이 얽히며 색채를 띠는 폭죽처럼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터져 나온다. 무한한 경쟁에 내몰린 이들은 아직 완전한 어른이 되지 않았기에, 어른들의 방식으로만 살아가지 않으려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아찰란 피크닉은 입시 제도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더불어, 아이들의 순수한 본성과 인간성의 고뇌를 조명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경쟁의 피라미드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