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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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할매는 인간의 시간을 넘어선 생명의 서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장편소설이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개똥지빠귀의 죽음에서 시작해 600년을 살아온 팽나무 ‘할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역사가 직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이며 이어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몽각, 고창댁, 유분도, 배경순 등 이름 없는 민초들의 삶은 팽나무의 나이테처럼 한 시대씩 더해지며, 개인의 고통과 희망이 어떻게 공동의 기억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새만금 간척사업을 거치며 훼손되는 자연의 모습은 인간 중심의 문명이 남긴 상처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순환한다는 생태적·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사라짐 이후에도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을 담담히 그려낸다. 


할매는 한 그루 나무를 통해 우리가 잠시 머무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하는 동시에, 잃어버린 근원과 기억을 되찾게 하는 깊고 묵직한 위로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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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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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잠깐 창비시선 52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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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그의 따뜻한 시 세계가 다시 한번 깊어진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집이다. 이번 시집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패배와 어리석음, 추락과 상실 속에서 오히려 삶의 본질과 사랑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는 역설의 힘을 보여준다. 


"나는 패배가 고맙다"라는 고백에서 드러나듯, 시인은 실패를 부끄러운 낙인이 아니라 생존과 사랑을 가능케 한 진실로 끌어안는다. 또한 "편의점에서 잠깐", "순댓국을 먹으며" 같은 일상의 장면 속에서 인간적 고뇌와 성찰을 발견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솔직함으로 독자와 마주한다. 특히 완벽한 깨달음 대신 흔들리고 모순된 감정을 드러내는 시인의 목소리는, 미완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이 시집은 사랑이 결핍되고 증오가 만연한 시대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수선화’ 같은 존재다. 여전히 마르지 않는 정호승 시의 샘물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따뜻한 힘과 위안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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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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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의 두 번째 소설집 "혼모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독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강렬한 작품이다.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한 일곱 편의 수록작은 각기 다른 장르와 배경을 통해 현실의 그늘과 인간 내면의 모순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박수무당, 광화문 광장의 노인, 길티 클럽의 팬 등 다양한 인물들은 ‘진짜’임을 증명하고자 애쓰지만, 결국 그 경계가 얼마나 허약하고 모호한지를 드러낸다.


성해나는 탁월한 취재력과 뛰어난 구성력으로 '세대를 가르는 말들’과 ‘믿음의 균열’을 생생히 포착해낸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나 "스무드"처럼 현대 대중문화와 정치 현실을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낸 작품은 물론, "구의 집"이나 "잉태기"처럼 구조와 욕망을 파헤치는 작품들까지, 묵직한 사회적 통찰과 개성적인 문장이 돋보인다.


"혼모노"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소설이 아닌, 그 경계의 파열음을 통해 독자에게 현실을 재고하게 만든다. 다면체처럼 반짝이는 문장들과 압도적인 서사는 성해나를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이름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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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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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는 인간 존재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절제된 문장으로 탐구하는,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집이다. 표제작 「내 여자의 열매」를 포함한 여덟 편의 단편들은 삶의 균열과 내면의 진동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존재의 근원에 자리한 외로움, 고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조명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어떤 경계에 선 존재들이다. 말이 사라지고 몸에 피멍이 퍼지는 아내,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과 슬픔에 짓눌려 사는 인물들, 그리고 그 틈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빛과 감각. 한강은 이들의 고통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들여다보며, 우리 안에 존재하는 연약함과 동시에 강인함을 보여준다. 특히, 식물로 변한 아내의 이미지는 파괴되지 않는 생명력의 은유로, 한강 특유의 상징성과 생태적 감수성을 드러낸다.


이 소설집은 감정의 격랑을 표현하기보다, 침묵과 여백으로 독자의 감각을 일깨운다. 고요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지는 생의 질문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사유는 읽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흔든다. 한강의 문장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어둠 속을 관통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천천히 다가간다.


내 여자의 열매 는 한강 문학의 궤적에서 중심을 이루는 작품집이자, 우리가 여전히 인간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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