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잠깐 창비시선 52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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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그의 따뜻한 시 세계가 다시 한번 깊어진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집이다. 이번 시집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패배와 어리석음, 추락과 상실 속에서 오히려 삶의 본질과 사랑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는 역설의 힘을 보여준다. 


"나는 패배가 고맙다"라는 고백에서 드러나듯, 시인은 실패를 부끄러운 낙인이 아니라 생존과 사랑을 가능케 한 진실로 끌어안는다. 또한 "편의점에서 잠깐", "순댓국을 먹으며" 같은 일상의 장면 속에서 인간적 고뇌와 성찰을 발견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솔직함으로 독자와 마주한다. 특히 완벽한 깨달음 대신 흔들리고 모순된 감정을 드러내는 시인의 목소리는, 미완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이 시집은 사랑이 결핍되고 증오가 만연한 시대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수선화’ 같은 존재다. 여전히 마르지 않는 정호승 시의 샘물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따뜻한 힘과 위안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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