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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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전쟁과 상처, 그리고 기억을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 역사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개인과 집단의 고통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풀어낸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간직하며 살아간다. 주인공 경하는 오랜 친구 인선의 실종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아 나서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선은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로, 그 비극적인 역사를 온몸으로 겪은 인물이다. 한강은 인선의 기억을 통해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작품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한강은 폭력과 트라우마를 묘사하면서도, 인간이 어떻게 고통을 견디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자연과 생명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세계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작가의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의 강인함을 조명하는 이 작품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밝은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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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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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알렉산더 하워드의 데뷔작 시간의 계곡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흐르는 독특한 마을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마주한 한 인물의 딜레마를 그린다. 동쪽에서는 20년 후의 미래가, 서쪽에서는 20년 전의 과거가 흘러가는 이 마을에서, 사람들은 오직 깊은 슬픔을 느낄 때만이 다른 시간대의 마을을 방문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 오딜 오잔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지만, 과거를 방문한다고 해서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없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미래에서 온 방문객이 사랑하는 연인 에드메의 부모임을 알게 되고, 그녀의 예정된 죽음을 깨닫게 된다. 에드메를 구하고 싶은 마음과 시간의 질서를 어길 수 없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오딜은 갈등하고,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한 시간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는 '상실'과 '애도'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탐구하며, 과거를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특히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하워드는 철학자로서의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감성적이면서도 치밀한 서사를 구축했다. 마을을 가르는 철책, 애도의 조건, 시간의 흐름에 개입했을 때의 위험 요소 등 세계관이 정교하게 짜여 있어 마치 실존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또한, 서정적인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는 독자가 오딜의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시간의 계곡은 단순히 시간여행을 다룬 SF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언젠가 마주해야 할 상실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를 바꾸고 싶은 충동과 현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가즈오 이시구로와 테드 창을 연상케 하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철학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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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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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과 포근한 눈으로 만들어진 신비한 눈사람 ‘펑펑’이 운영하는 특별한 안경점. 『팥빙수 눈사람 펑펑』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다.


펑펑은 팥빙수산 꼭대기에서 마법 같은 안경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선물한다. 그의 안경은 단순히 사물을 더 잘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펑펑 안경점의 진짜 비밀은 마법이 아니라 경청하는 태도와 진심 어린 응원에 있다. 펑펑은 손님의 고민을 듣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마법이 아닌 마음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이야기 속 손님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펑펑을 찾아온다. 소풍 날의 날씨가 궁금한 아이, 친구의 마음을 알고 싶은 아이,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엿보고 싶은 손님까지. 그들은 펑펑이 건네는 신비한 안경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이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다.


펑펑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짧은 팔다리로 실수도 하고, 손님들이 내놓는 기상천외한 안경값(빙수 재료들)에 난감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긍정적인 태도와 다정한 마음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작은 추억이 모이면 행복한 기억이 되기도 해. 작고 가벼운 눈을 뭉치면 커다란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이라는 문장은 소소한 순간들이 쌓여 행복이 된다는 의미를 전하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단순히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진심을 담아 응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관계의 시작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마법 안경이 없어도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펑펑의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시 세상을 더 다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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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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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가 선보이는 설자은 시리즈는 역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남장을 하고 죽은 오빠의 신분을 대신하는 설자은이 금성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에서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과 함께 미스터리를 풀며 왕의 신임을 얻게 되고,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에서는 ‘집사부 대사’로서 더욱 깊숙이 국가의 어두운 음모와 사건들을 파헤친다.


설자은은 단순한 탐정이 아니다. 그녀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냉철한 두뇌를 지닌 동시에,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도덕적 갈등과 정치적 음모 속에서 고민하며 성장해 간다. 정세랑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문장은 통일신라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며, 독자로 하여금 설자은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게 만든다.


시리즈를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점은 신라라는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게 구현하면서도, 캐릭터들의 감정과 사고방식이 현대적 감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섞어낸 이야기 속에서 설자은과 목인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은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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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문학동네 플레이
한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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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는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한국적 현실과 청춘의 심리를 정교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강남대로 한복판을 좀비떼가 뒤덮는 파격적 설정은 강렬한 시작을 알리며, 팬데믹과 백신 부작용을 계기로 발생하는 좀비 사태는 현실적 상상력을 더한다. 2012년 첫 출간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개정판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좀비 스릴러를 넘어 인간성과 생존, 청춘의 갈등을 밀도 있게 탐구한다.


소설의 중심에 선 제훈과 영주는 단순한 생존자 그 이상이다. 군부대에 갇혀 외부 세계를 갈망하던 제훈과,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목도하며 스스로를 지키려는 영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는다. 특히 제훈이 호텔 밖으로 탈출해 영주를 찾는 여정은 서사적 긴장감과 감정적 깊이를 모두 잡아낸다. 극단적 상황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선택과 행동은 독자에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 용기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작품은 처절하고도 생생한 묘사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좀비 사태가 가져온 피비린내 나는 참극과 계엄령 속에서 점멸하는 인간성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평범한 청춘의 모습은 이 작품을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휴먼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인플루엔자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현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텍스트다. 좀비를 외피로 삼아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 작품은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용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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