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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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의 두 번째 소설집 "혼모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독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강렬한 작품이다.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한 일곱 편의 수록작은 각기 다른 장르와 배경을 통해 현실의 그늘과 인간 내면의 모순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박수무당, 광화문 광장의 노인, 길티 클럽의 팬 등 다양한 인물들은 ‘진짜’임을 증명하고자 애쓰지만, 결국 그 경계가 얼마나 허약하고 모호한지를 드러낸다.


성해나는 탁월한 취재력과 뛰어난 구성력으로 '세대를 가르는 말들’과 ‘믿음의 균열’을 생생히 포착해낸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나 "스무드"처럼 현대 대중문화와 정치 현실을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낸 작품은 물론, "구의 집"이나 "잉태기"처럼 구조와 욕망을 파헤치는 작품들까지, 묵직한 사회적 통찰과 개성적인 문장이 돋보인다.


"혼모노"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소설이 아닌, 그 경계의 파열음을 통해 독자에게 현실을 재고하게 만든다. 다면체처럼 반짝이는 문장들과 압도적인 서사는 성해나를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이름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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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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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는 인간 존재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절제된 문장으로 탐구하는,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집이다. 표제작 「내 여자의 열매」를 포함한 여덟 편의 단편들은 삶의 균열과 내면의 진동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존재의 근원에 자리한 외로움, 고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조명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어떤 경계에 선 존재들이다. 말이 사라지고 몸에 피멍이 퍼지는 아내,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과 슬픔에 짓눌려 사는 인물들, 그리고 그 틈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빛과 감각. 한강은 이들의 고통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들여다보며, 우리 안에 존재하는 연약함과 동시에 강인함을 보여준다. 특히, 식물로 변한 아내의 이미지는 파괴되지 않는 생명력의 은유로, 한강 특유의 상징성과 생태적 감수성을 드러낸다.


이 소설집은 감정의 격랑을 표현하기보다, 침묵과 여백으로 독자의 감각을 일깨운다. 고요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지는 생의 질문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사유는 읽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흔든다. 한강의 문장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어둠 속을 관통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천천히 다가간다.


내 여자의 열매 는 한강 문학의 궤적에서 중심을 이루는 작품집이자, 우리가 여전히 인간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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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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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잊히고 지워졌던 목소리들을 문학의 힘으로 다시 불러낸다.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를 다룬 이후, 한강은 또다시 학살과 상처의 땅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번에는 그 상처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은 자들의 숨결에 집중한다. 소설 속 주인공 경하는 역사 다큐멘터리스트 친구 인선의 부름을 받고 제주로 향하며, 눈보라 속을 헤치고 과거로, 그리고 고통의 근원으로 다가선다.


작품의 문장은 여전히 한강 특유의 시적이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눈이라는 소재는 소설 전반에 걸쳐 상징적으로 배치되어, 차가운 죽음과 동시에 부드럽고 포근한 생명력을 동시에 상기시킨다. 한강은 이중성을 지닌 이미지로 폭력과 사랑, 절망과 희망을 교차시킨다. 특히 "눈송이는 녹지 않는다"는 문장은 죽은 자들의 고통과 그것을 기억하는 자들의 책무를 깊게 각인시킨다.


그러나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지 역사적 증언에 머물지 않는다. 살아남은 자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그들의 불완전한 화해의 과정에 주목함으로써 이 소설은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회복 가능성을 탐색한다. 인선과 경하의 관계는 단순한 동료애를 넘어, 시대의 폭력에 맞선 연대의 상징으로 읽힌다.


읽는 내내 이 작품은 독자에게 묻는다. 어떻게 우리는 이러한 비극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작별하지 않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한강은 그 대답을 서둘러 내놓지 않는다. 대신, 얼어붙은 눈밭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말을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대신한다. "작별하지 않는다" 는 무겁고 고통스럽지만, 그래서 더욱 필요한 책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한강은 다시 한번 한국문학이 감당해야 할 윤리적 책임과 예술적 정점에 다다랐다.


이 소설은 독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쉽사리 작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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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1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1
홍끼 지음 / 다산코믹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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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1은 인류 최초의 신화인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만화책으로,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대 신화를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네이버웹툰 연재 당시부터 높은 조회수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답게, 흥미진진한 서사와 아름다운 작화가 돋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신화 소개를 넘어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인간은 누가 만들었을까?”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에피소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독자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 


1권에서는 바다의 여신 남무, 하늘의 신 안, 땅의 여신 키, 지혜의 신 엔키, 대기의 신 엔릴, 출산의 여신 닌후르쌍 등 여섯 신의 탄생과 이들이 만든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 구성은 명확하고 인물 묘사는 생동감 넘치며,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조화를 이루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에 끼친 영향도 언급되며, 신화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닌 오늘날의 문화와 인식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신화와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처음 신화를 접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입문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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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1 : 역사의 트라우마) - 전3권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노랑무늬영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1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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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학살과 실종, 생존자의 기억과 상처를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이 장편소설은, 인간 존재의 고통과 사랑을 깊이 탐구하는 한강 문학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소설은 학살로 인해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는 생존자의 긴 여정을 따라간다. 주인공 ‘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짊어진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폭력과 죽음이 남긴 흔적을 마주한다. 한강의 문장은 차분하면서도 강렬하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와 같은 문구는 소설 전반에 깔린 서늘한 정서를 함축한다.


작품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인간이 끝내 지키려 하는 사랑과 존엄의 이야기다. 생존자들은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억을 지켜낸다. 한강은 이러한 기억의 힘을 통해 죽은 이들을 살려낼 순 없어도, 그들의 존재를 영원히 살아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별하지 않는다 는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폭력이 어떻게 인간을 파괴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기억이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치열하게 질문한다. 한강 특유의 시적인 문장과 압도적인 이미지들은 독자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소설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새기고 오래 곱씹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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