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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영
아슬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취미 생활을 열심히 즐기기 시작한 지, 난 얼마 되지 않았다. 학생 때는 공부를 해야 하니, 취미를 갖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야근과 특근에 지치면서도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별 달리 취미를 가질
여유가 없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하도 바빠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기적적으로 일정이 맞아야만 했다.
그저 영화 보고, 맛있는 밥 먹는 게 취미의 전부였다가,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고 경제력도 커지면서 이런 저런 취미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제는
취미생활이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년필로 글을 쓰고, 필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라피를 연습하는 시간이 지친
내게는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
어른이 되어 무언가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그걸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내어 거기에
빠져버린 것이니까요. 그만큼 자발적으로 뭔가를 시작하고 이루어가는 모습은 그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p. 5)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은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아무리 말수가 적은 사람이더라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것처럼.
사실 수영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 어릴 때 수영장에서 몇 번 놀면서 언니들이 멋지게
자유형을 하는 걸 선망하는 눈으로 쳐다봤던 기억 밖에 없다. 난 수영을 해도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어서 숨을 꾹 참고 갈 뿐이었다. 그 이후로, 다 커서는
수영장 근처에도 간 기억이 없다.
그러나 아슬 작가의 목소리로 다시금 접하는 수영은 아주 매력 있는 운동이었다.
화가 많은 날은 평소보다 팔을 세게,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물을 치곤 한다. 그렇게 50분 정도 하고 나면 온 몸에 남은 힘 하나 없이 진이 빠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상태가 되면 나를 화나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고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나도 완벽하진 않잖아’하며 관대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p. 35)
회사 생활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데 이렇게 적합한 운동은 없나 보다. 요가나 필라테스는
명상을 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날은 그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수영은
마음껏 발산하면서 화를 물에 씻어낸다. 어쩌면 더 쉽고 화끈한 스트레스 풀이법인지도 모른다.
수영은 지친 나의 하루를 묵묵히 위로한다. 물속에서 있는 그대로 감정을 내뱉고, 다시 호흡을 들이쉬면서 그
것들을 천천히 소멸시킨다.
(p. 54)
수영의 매력을 전파하는 본격 수영 부추김 에세이이지만, 수영장 곳곳의 에피소드와 일상다반사, 취미 수영의 A-Z를 전해준다. 수영
동호회와 취미 수영 대회, 샤워실과 수영장 회식의 진풍경, 수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알게 되는 그들만의 규칙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영의 영법과 턴 및 스타트 법도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수영을 생각하면 마약이 떠오르고, 명절 연휴도 수영을 할 수 없어, 좋으면서도 싫다는 수영에 중독된 저자의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 찬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한 번 오래간만에
수영장에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여름에는 꼭 수영장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