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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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가 심리치료를 마치고, 자신의 갈 길을 간 후의 일은 치료사가 알 수 없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모든 치료사들은 내담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더라도 끝내 그들의 심리치료 후의 인생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심리치료를 마치고 30년 후에, 내담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심리치료의 결과에 대해 들은 치료사가 있다.

이 여행은 단순히 이야기의 결말을 지나치게 궁금해하는 60대 남자의 무모한 결정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답을 찾기 위한 순례였다. 내가 내담자들에게 한 치료가 실제로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었을까? 내담자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삶을 찾았을까?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p. 369)


로버트 U. 아케렛 박사가 30년 전에 치료한 인물들은 정말 인상적인 내담자들이었다. 자신을 스페인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오미, 북극곰을 사랑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한 행동을 하는 찰스, 자기애적인 성향이 강하고 자신의 작품을 위해 삶 전체를 희생한 작가 사샤 등. 그들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다.
심리치료를 받으며 그들은 주로 어린 시절의 상처들을 털어 놓고, 그들을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들이 어려서부터 겪은 고통스러운 일들, 특히 가족 내에서 겪은 이야기들은 가슴을 아프게 했고, 그 상처들은 자연스레 그들의 병의 원인이 될 만해 보였다.

심지어엄청난 잘못이라는 말 속에서 나오미가 어떻게든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너무도 강력한 욕망을 엿보았다. 나오미가 겉으로 뻔뻔하게 행동하는 것은 어릴 적에 거부를 당했던 트라우마에 대한 방어 장치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p. 27)

세스는 떠나라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아직도 믿기 때문에 통제를 하는 어머니한테서 벗어나지 못했다.
(p. 167)

나는 정서적으로 결핍된, 그래서 애정에 몹시 굶주린 젊은 여자가 내 앞에 앉아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런 결핍 문제에는 이런 난감한 질문이 따르기 마련이다. 바람직하게 양육된 아이가 부모에게서 받았을 인정과 칭찬, 위로, 사랑을 얼마만큼 주어야 메리의 애정 결핍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p. 240)

그들은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치료를 그만두고 떠나기도 하고, 좀 더 만족스런 삶을 살게 되자 치료를 끝내기도 했다. 그리고 30년 후, 치료사가 찾아갔을 때 그들의 삶의 단편을 보여준다.
그들이 완벽하게 자신의 문제를 다 떨쳐버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들 중 일부는 저자의 스승이 치료의 목적으로 상정한 생명애를 보였다. 세스는 마음의 중심이 확고히 서 있고 삶을 포용하며 그 자신이 치료사가 되었다. 메리는 사회에 공헌하는 부모/자녀 센터를 세워 일을 하며, 삶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전하며 살고 있었다. 나오미 역시 플라멩고 댄로 성공하는 눈부신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일부는 여전히 자신의 문제를 끌어안고 살거나, 위험으로부터 벗어났지만 새로운 열정을 찾지는 못했다.

생명애는 완전히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는 것, 다양한 감정(대단한 행복감과 열정, 기쁨은 물론이고 비통과 연민, 슬픔을 포함해)에 더더욱 동참할 수 있는 것, 생산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삶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 삶을 향한 희망과 사랑의 태도를 의미한다.
(p. 374)
 

저자는 자신이 일생을 바쳐 일한 결과를 알기 위해 내담자들을 찾았으나, 심리치료가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결론을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책을 끝마친다.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순수한 서사시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나오미와 찰스, 세스, 메리, 사샤가 그들이 직면한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꿋꿋이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크게 감동을 받았다. 나는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인간의 생존 능력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 능력이야말로 영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치료는 효과가 있든 없든 그 능력에 비할 바가 못 된다.
(p. 384)


어쩌면 아케렛 박사의 심리 치료는 그들 인생의 고유한 서사를 그들 자신이 인식하게 만든 역할로서 만으로 충분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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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한정 양장본)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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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그야말로 연필에 대한 모든 것이다.. 꼭 내가 문구덕후여서가 아니라.. 정말 한 번 읽을 만한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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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얼굴과 손 드로잉 - 증보판 알기 쉬운 드로잉
앤드류 루미스 지음, 권은주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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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글도 쓰고, 낙서도 하고, 수다도 떨지만, 더 자주 그림을 그린다. 우울의 늪에 빠져 있다가도, 그림을 하나 완성하고 나면 곧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내가 전공자라거나 실력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어서, 주로 그냥 Pinterest의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여러 그림 교재를 보고 따라 그린다. 미술을 배운 경험이라고는 초등학생 때 미술학원에 다닌 게 다여서, 혼자 그리다 보면 어색한 투시라거나, 깔끔하게 그려지지 않는 곡선 등등 여러 장애물에 마주친다. 그 중에 하나가 손. 바로 그 손이다. 다른 부분은 대충 따라 그려도 그럭저럭 볼 만 한데, 손만 그리면 괴물 손이 되거나 뭔가 어색하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다 만나는 최대 고비인 얼굴과 손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연습할 수 있게 했다. 그 설명을 위해서라면 해부학까지 들고 나온다.



또한 얼굴 그림도, 성인 남자와 여자, 아기와 소년, 소녀의 얼굴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특징을 설명한다.
가장 기대했던 손 부분 역시 손의 생김새를 상세히 설명하며 전체적인 크기와 모양을 관찰하라고 한다. 가장 좋은 연습 법은 자신의 손을 보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손은 아주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여러 포즈를 취해보며 관찰해서 그리는 연습이 중요하다.




설명을 읽고, 다양한 손을 흐린 선 위에 따라 그려보았다. 이렇게나 그럴 듯한 손을 그릴 수 있다니. 혼자서도 빈 종이에 더 연습해봐야겠다.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주치는 장애물을 잘 분석해서 설명하고 풍부한 예시를 실었으며, 연습용 도안이 있어 더 즐겁게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책이다. 손이나 얼굴 부분을 그리다 잘 안 그려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속 시원한 설명을 읽고 좀 더 나아진 실력으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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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년이 된다 (리커버 에디션) - 누군가는 걷고 있고, 누구나 걷게 될 중년을 담아내다
무레 요코 지음, 부윤아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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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라 하면, 우울한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더 이상 삶이 재미있지 않다거나, 어떤 것에도 열정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체중이 심하게 는다거나, 이제는 몸 단장도 하지 않는다거나.

무레 요코의 그렇게 중년이 된다에는 갱년기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일 정도로 많이 나온다. 말을 듣지 않는 몸에 대해 줄곧 불평하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하지만, 중년에 대한 무레 요코의 기본적인 시선이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난감한 갱년기 장애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노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니.
노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폭삭 늙어버린 자신을 보게 된다며,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보니 거울 속에 영감이 있었다(무레 요코는 여성이다)는 이야기라거나. 모공 관리를 했더니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노안이 와서 자신의 큰 모공이 보이지 않은 거였다는 이야기라거나.

무리하지도 참지도 않고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면서 생활 스타일을 바꿔간다. 귀찮아진 일은 하지 않는다. 무의미하게 참지 않는다. 내가 이 나이가 되어 처음 터득한 것은 스스로를 조금 풀어주고, 그리고 아껴주는 일이었다.
(p. 17)

중년에 찾아오는 노화와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쇠퇴를 저항하지 않고 편안히 받아들이며,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부득부득 애쓰지 않는 마음가짐이 에세이를 읽는 사람의 마음도 편하게 했다. 이렇게 느긋한 무레 요코에게도 본가와의 갈등 등 작고 단단한 스트레스가 있기도 하지만.
중년이 되면 너무 암울할 줄 알았는데, 무레 요코가 이야기하는 것이 중년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가올 중년을 나도 느긋하고 즐겁게 맞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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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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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를 따라 살고 싶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마음의 소리에 따라서 산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공부를 잘 하면 꼭 의사나 변호사가 되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기도 한다. 부모님의 기대, 가족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른다.

마스다 미리는 어려서는 공부를 못 해서 나머지 공부를 하던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누구보다 더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산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그 이야기를 이 책에 만화로 구성해서 담았다.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개성 있는 그림이었고, 무엇보다 마스다 미리의 작가 생활을 따라 가는 것이 즐거웠다. 내 로망이 글 쓰는 것이라서 이기도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밝은 에너지가 책 속에 넘쳐 흐른다.
가족의 사랑을 받은 이야기도 돋보인다. 어쩌면 그 덕에 평범한 학생이 카피라이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스다 미리는 고3때 고흐의 그림을 보고 서양화를 전공하기로 한다. 그러나 마스다 미리에게는 글을 쓰는 능력이 있었나보다. 티셔츠의 캐치 프레이즈를 쓰면 해당 티셔츠를 준다길래 10개 정도의 티셔츠에 응모했더니 줄줄이 티셔츠가 배달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라면 제품의 카피를 쓰는 대회에서 1등을 해서 시상식에서 상금도 받고, 집으로 10만원 어치의 라면이 트럭으로 배달되었다. 마스다 미리의 어머니는 좁은 집에 그 많은 라면을 둘 수 없어서 지인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해서 그 판매수익금을 마스다 미리에게 주었다. 네가 열심히 한 것이라면서.
1
등을 한 광고카피는 이런 것이다.

아침에 귀가하는 맛을

모르는

어른 따위

되고 싶지 않다.
(75p)


지금 보아도 1등을 할 만 한 것 같다. 마스다 미리는 서양화를 전공하고도 이런 자신의 재능을 살려 카피라이터로 취업하게 된다. 그러나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시나리오 쓰기, 양재, 굿즈 만들어 팔기 등을 시도해보았다. 다 잘 맞지 않았으나, 일러스트레이션 교실에 가서 배우며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금 깨닫고는, 무작정 도쿄로 상경한다.
이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스다 미리의 용기와 열정에 반하고 말았다. 사실 마스다 미리는, 이름을 들어 본 일본 작가일 뿐이지만, 이제 그의 에세이와 만화 등을 찾아서 보고 싶어졌다.
작가가 된 사연 외에도 작가로 일하며 만나는 다양한 편집자와의 이야기 등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나처럼 마스다 미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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