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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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보사우르스. 티라노사우르스와 닮은,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라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그 공룡? 페이지 윌리엄스의 책이 이 공룡의 뼈(화석)를 포함한 (공룡)화석의 도굴과 판매, 과거 자연 유산의 소유권 문제, 이와 관련된 국제 분쟁 등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타르보사우르스로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의 내용과 관련 있어 보이는 한국과 관련된 의외의 기사가 나왔다. 바로 몽골에서 도굴되어 한국에 들여온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의 두개골, 갈비뼈 등 화석 11점을 약 3년 전인 20174월 몽골로 반환하기로 했다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내게 생각할 거리 두 가지를 던져 주었다. 하나는 자연 유산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 나라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수 억 년 전 자연물의 소유권이 그 나라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두 번째,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인한 불법적인 화석 사냥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화석사냥꾼들은 화석을 통해 이익을 보긴 하지만 그들 덕분에 그냥 땅에 묻혀 있을 화석이 발견되고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공룡 사냥꾼>>은 내가 제기한 두 물음을 중요한 대립점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화석을 수집하고 판매해온 화석사냥꾼 에릭 프로코피는 몽골에서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화석을 중개상을 통해 미국으로 들여와 복원 작업을 거친 뒤 2012년 뉴욕 경매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몽골 국적의 (고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지질학자의 문제제기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몽골 고위 정치인 및 미국의 조력자들 덕분에 이 공룡 화석은 몽골로 반환되고 2014년 에릭은 징역형을 판결받는다.

 

  저자는 미국, 유럽, 몽골을 넘나드는 수년 10여년 간의 취재, 수많은 등장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을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등장인물의 구체적인 묘사와 직접 인용된 그들의 말은 이야기에 생생함을 더한다. 앞에서 얘기했듯 저자는 흥미로운 사건 전개와 서술 과정에서 화석의 가치, 화석의 소유권, 화석의 암거래, 화석 사냥꾼과 고생물학자의 대립, 정치적 목적이 내포된 화석을 둘러싼 국제분쟁등의 쟁점을 자신의 입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이 흥미 있고 읽기 쉬우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쟁점 중 이 책을 통하여 꼭 생각해봐야 할 핵심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몽골 화석 반환 기사와 관련하여 내가 제기한 두 물음과 관련된다. 자연 유산의 소유권은 발굴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땅 주인이나 국가에게 있는가? 미국은 그 유명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일명 : Sue) 발견과 관련된 일련의 소유권 분쟁 끝에 자연 유산의 소유권을 그 유산이 발견된 땅 주인에게 있다고 결론지었다.

 

  몽골의 경우 소련에서 독립한 후의 헌법 수립 이전 시기에는 외국의 화석 사냥꾼들에 의해 고비사막에 있는 수없이 많은 화석이 도굴되었지만, 헌법 수립 후 몽골에서 발견된 자연 유산은 국가의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그러나 위 기사처럼 도굴은 여전히 성행한다). 화석 사냥꾼 에릭은 미국의 법 때문에 미국에서 상태가 좋은 거대한 화석을 발견하고 이를 판매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고, 몽골의 중개상을 통해서 타르보사우르스 화석을 들여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그의 아킬레스 건으로 몽골인(정확히는 국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몽골 고위 정치인과 과학자)들은 이를 문제삼았고, 그 화석은 몽골로 반환되었다. 그러면 화석발굴자의 권리는 어느 정도까지 인정을 받아야 할까? 불법적인 화석 발굴도 그 권리를 인정받아야 할까?

 

  고생물학자와 화석 사냥꾼은 화석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하여 수세대 동안 다투어왔다. ‘화석 사냥꾼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그들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일까 아닐까? 화석사냥꾼들은 이 활동이 즐거움과 생계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에릭처럼 전통을 지키고 과학 유산을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선사시대를 보존하는 오랜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도 보았다. 다른 모든 화석사냥꾼처럼, 그도 일단 공기에 닿기만 하면 바로 풍화되어버린, 귀한 유물을 자신이 찾아내 지키고 있다고 느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진짜 범죄는 화석이 버려지도록 손을 놓고 있는 것이었다(31).

 

  그러나 고생학물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과학의 상업화와 비과학적인 조건에서 수집된 표본은 연구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며, 화석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입장일까?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 외에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지구에 생명이 살았다는 유일한 기록이자 증거가 되어 주는 화석의 가치를 서문에서 언급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짧게 징역형을 살고 나온 후의 에릭의 삶을 너무 구체적이다 싶을 정도로 담담히 서술하면서 끝이 난다. 화석 사냥꾼으로서의 그의 삶에 대해 옹호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의견에 대해 과감한 추측을 해볼 수는 있으나 엄밀히 따진다면 저자는 독자 스스로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는 듯하다. 이 책의 제목인 공룡 사냥꾼은 자연 유산의 보존과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책을 한 번 읽어본다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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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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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왕립학회(Royal society)는 매년 그 해에 대중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과학책들 중 가장 뛰어난 책들을 후보작(6)으로 선정하여 상금(5천 파운드)을 수여하고, 그 중 한 권을 뽑아 그 해의 과학상(Royal society prize)25천 파운드의 상금과 함께 수여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상이지만, 지금껏 수상한 작가들-빌 브라이슨, 제레드 다이아몬드, 스티븐 호킹,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상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전문성과 흥미, 둘 모두 충족시키는 뛰어난 과학저술에 수여하는 상이니 만큼, 후보에 든 책들은 보통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다. 사이먼 윈체스터의 이 책 <<완벽주의자들>>20186권의 후보작 중 한권에 선정된 책으로 - 다른 후보작 5권 중 4권은 이미 번역 출판됨(<<오해의 동물원>> <<뷰티풀 큐어>> <<안녕, 인간>> <<흐르는 것들의 과학>>) - 언제 번역되나 기다렸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치를 설명하려다 보니,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에 대한 얘기가 주저리주저리 길었는데, 교양 과학책에 관심이 있다면 이 상의 후보작들은 하나 같이 믿고 읽어도 된다. 후회하지 않는다. 사실 윈체스터야 <<교수와 광인>> 같은 저술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기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란 대작을 쓴 조지프 니덤의 평전 <<중국을 사랑한 남자>>로 그의 저술을 처음 접하고, 매력을 느꼈다. <<태평양 이야기>> <<크라카토아>> 등 한국에는 그의 저술들 중 역사 관련 저술이 주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번 책은 과학책이다. 물론 과학 이론을 다루진 않고, ‘정밀성이란 주제로 과학기술과 기술의 발명, 발견의 역사를 잘 버무려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과학기술이라는 별개의 두 단어를 하나의 단어인 양 과학기술로 붙여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그 단어는 과학, 국가, 경제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과학을 자연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의 체계로, ‘기술(공학)’을 과학을 통해 발견된 원리를 기술적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응용학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윈체스터의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이나 소재로 미루어 볼 때-제임스 와트, 증기기관, 자동차 기술, 제트 엔진, 렌즈와 망원경, GPS, 반도체- ‘기술사저술에 가까워 보인다.

 

   먼 과거, 아니 멀리갈 것도 없이 한국을 예로 들자면 기계 문명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인 구한말까지만 하더라도 정밀함은 당시의 삶과는 동떨어진 개념이었음이 분명하며 서양 기술이 들어오고 각종 기계와 기구들이 삶 속으로 들어오면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정밀성이란 단어는 저자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현대를 가능하게 하는 현대성의 필수 요소이다. 정밀한 기계, 정밀한 조작 등 정밀성(precision)’이란 단어는 기계(machine)와 기술(공학, engineering) 등 현대의 첨단 기계 문명을 가능케 한 핵심 단어를 연상시키기 마련이다. 정밀성은 역사적인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명된 개념인 것이다.

 

   윈체스터는 정밀성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 개념이 생겨난 서양의 기술 발전의 역사를 다룬다. 18세기 항해술의 발전을 추동한 정밀한 시계의 발명에서부터, 정밀성을 측정하는 마이크로미터의 발명, 정밀성과 대량 생산에 성공한 총기 제작 기술의 개발, 로이스와 포드의 대비되는 자동차 제작 기술, 제트 엔진의 발명 그리고 현대의 반도체, 천체 망원경이라는 초정밀 기계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서술과 묘사로 시간이 지나며 정밀성은 더해가고 허용 오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작아진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기술 발전의 역사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비결은 기술 발전과 발명 이야기의 중심이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을 이끌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행하여 성공(또는 실패)하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정밀성을 이끄는 것이 결국 인간의 아이디어임을 잘 보여준다.

 

   ‘정밀성이 현대성의 필수 요소임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반도체. 윈체스터는 9장에서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작은 반도체는 일상 깊이 파고들어 있다.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작디 작은 부품 덕분에 인류는 스마트한 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9장의 중심 인물이기도 한 인텔의 공동설립자 고든 무어의 유명한, ‘2년마다 집적 회로의 트랜지스터 숫자가 두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은 정확했음이 드러났고, 그 법칙은 아직도 유효하며, 웨이퍼(집적 회로는 만들 때 쓰는 10cm 미만의 얇은 판)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숫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노미터는 크기가 1000배 작은, 10억 분의 1미터 크기다. 2016년 브로드웰 칩 제품군이 개발되었을 때, 노트 크기는 과거에 상상도 못 할 만큼 작은 140억분의 1미터(가장 작은 바이러스 크기)였고 각 웨이퍼에는 무려 70억 개 이상이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었다... 인텔이 만든 스카이 레이크 칩에는 사람의 눈이 사용하는 빛의 파장보다 60배 작아서 문자 그대로 보이지 않는 트랜지스터가 담겨 있다(365p).

 

   인류는 정밀성을 어느 정도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 정밀성의 한계는 과연 어디일까? 윈체스터는 6장에서 정밀성의 위험성에 대해 다루며, 2010년에 일어났던 제트 여객기 엔진 폭발 사건을 자세히 다룬다. 정밀 공학의 산물이자 성과인 제트 엔진이 폭발한 원인은 바로 날개 엔진 터빈에 들어가는 작은 파이프에 있었다. 작업 드릴의 날이 잘못 조정되어 튜브가 원주를 따라 0.5밀리미터 얇아진 것이 문제였다(266p). 정말 사소한 오차가 연결된 부품에 영향을 미치고 문제가 누적되어 엔진 폭발까지 이른 것이다. 기술 공정에 투입된 인간의 실수 탓인가? 그렇다면 모든 공정을 초정밀 기계가 담당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실수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까? 만약 그러하다면 정밀성은 그 한계의 끝이 없지 않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윈체스터의 말대로 기술이 더 작은 부분을 향해가면 사물의 본성이 흐릿해진다는 양자 영역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9장까지 주로 정밀 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잎이 딱 벌어졌다면 마지막 10장에서는 정밀성을 다시 반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윈체스터는 일본의 시계 제조사 세이코견학 경험을 바탕으로 정밀성을 제고하고 있다. 그가 세이코에서 주목한 것은 기계에 의한 자동 공정 시스템에 의해 하루에 25천 개의 쿼츠 시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닌, 스물너댓 명의 숙련공들이 수공으로 만들어내는 하루에 120개 정도만 만들어내는 수제 시계 제작 과정이다. 일본에서는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수공예품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일본에서 또 하나 주목한 것은 자연의 힘이다. 쓰나미에 의해 피해입은 일본 어느 지방의 정밀 기술과 기계는 자연의 정밀하지 하지 않은 힘 앞에서 어떤 정밀성도 보여주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이처럼 윈체스터는 인간이 정성스레 만든 정밀한 물건에 대한 인정(더 멀리 나아가면 숭배)’정밀하지 않은 자연에서 기계에 의한 현대의 초정밀성의 한계를 느낀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이 매우 설득력 있지는 않았다. 초정밀 공학은 이미 인간의 힘을 넘어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를 가능하게 한 정밀성의 탄생과 진보, ‘정밀성의 현주소와 한계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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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 - 콜럼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
찰스 만 지음, 최희숙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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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1492-1493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1492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 그러면 1491,1493은 각각 콜럼버스 이전과 이후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터, 찰스 만은 이 두 해를 책 제목으로 삼아 <<1491>>, <<1493>>이라는 책을 써냈다. <<1491>>(한국어판 <<인디언>>, 오래된미래, 2005)은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언 문명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조명하고 있으며, 이 책 <<1493>>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새롭게 탄생한 전 세계적 생태 시스템이 호모제노센(균질화,동질화를 의미)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이라는 용어와 같이 기억된다. 그러나 이 말은 그 사건이 미친 보다 광범위한 역사적생태적 영향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콜럼버스 항해로 인한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보다 적당한 용어는 바로 ‘Columbian Exchange’이다. 역사학자 앨프리드 W. 크로스비는 유럽 패권 형성 과정에 콜럼버스의 발견이 미친 생태적 영향을 주목하여 (자신의 책 제목이기도 한) ‘콜럼버스적 대전환 Columbian Exchange’이라는 용어를 창안해냈다. 찰스 만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것(용어)으로, 이 대전환이 미친 영향을 여러 대륙을 종횡무진하며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선, <<1493>>는 그 구조에 있어 상당히 안정적이다. 책은 총 10장으로 도입부(1), 1~4(2~9), 종장(10)으로 구성된다. 1~4부 모두 두 개의 장으로 서술되어 있고, 각 부는 그 분량에 있어서도 비슷하다. 1~4부의 서술 대상과 주제는 지리적으로 구분된다. 1부는 대서양, 2부는 태평양, 3부는 유럽, 4부는 아메리카 대륙(주로 중남미) 위주로 서술되어 있는데, 글의 분량에 있어 지리적 편차를 주지 않기 위해 신경 쓴 것으로 보이며, 덕분에 각 대륙이 1492년 전과는 다른 호모제노센 세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울 균형잡힌 분량으로 접할 수 있다.

 

  대서양, 태평양, 유럽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넘나드는 이야기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그 핵심은 바로 신대륙 발견 이후 대륙 간 이동이 가져온 생태적 전환으로 변화된 세계의 모습이다. 이 거대한 이야기는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의 시작점인 제임스 타운(지금의 버지니아주에 위치)에서 시작한다. 그 땅을 차지하러 온 영국인들과 그 땅에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며 살았던 인디언들의 기나긴 분쟁의 역사를 다루면서, 찰스 만은 두 집단 사이의 분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생태학적 변화에 주목한다. 영국인들이 남아메리카산 식물인 니코티아나 타바쿰(담배)을 들여와 광범위하게 재배함으로써 손실된 지력으로 인디언들은 점점 더 내륙 안으로 쫓겨가게 되며,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여온 말리리아와 다른 질병으로 인디언들은 거의 전멸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말라리아와 황열병은 플랜테이션에 아메리카 노예를 광범위하게 들여오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2부는 태평양으로 시선을 돌린다. 마닐라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차, 도자기, 실크와 스페인의 은을 교환하는 갤리온 무역 과정에서 고구마, 메이즈(옥수수), 땅콩, 담배, 고추, 파인애플 등의 온갖 아메리카 대륙의 작물들이 중국에 대거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작물들 특히, 옥수수, 감자, 고구마는 중국(당시 청나라)의 질병과 굶주린 타파 정책들과 맞물려 청 인구 증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3부의 주인공은 감자와 고무이다. 안데스 지역에서 유래한 감자는 18세기 유럽의 농업혁명에, 브라질 아마존 강 유역의 고무나무는 19세기 산업혁명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여, 유럽은 세계의 패권을 잡게 되고, 유럽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세계 곳곳에 퍼지게 된다.

 

  4부는 콜럼버스적 전환이 인간에게 미친 역동적 모습을 중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다룬다. 콜럼버스 이후 유럽국가들의 식민지 형성붐으로 인해 이주해온 유럽인들과 노예 무역의 전성기인 1500~1840년 사이 플랜테이션에서 일하게 될 대서양을 건너온 1170만명이 넘는 아프리카 노예들, 그리고 당시 아메리카에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원주민(인디언)들의 상호작용과 혼합으로 차원이 다른 인종의 뒤섞임이 일어났다. 노예로 인하던 일하던 아프리카인들과 인디언들은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숨어들어 수많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게 되는데, 브라질 지역에는 아직도 이런 공동체들이 존재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1492년 이후 일어난 전 지구적 생태적 변화, 콜럼버스적 대전환으로 나타난 호모제노센 세상은 감자,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고추라는 아메리카에서 유래한 종자들이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콜럼버스적 대전환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다. 중국 서쪽 지역과 라오스 북부지역에서는 이전에는 브라질 아마존에서 재배되었던 고무나무를 지금 이 시대에 광범위하게 재배하고 있으며 그 면적을 더 늘리고 있다. 지금 전 세계를 서구 스타일의 건물과 생활패턴과 문화를 균질화된, 동질화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글로벌라이제이션(지구화)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양 중심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에 핵심 역할을 한 것은 또한 콜럼버스적 대전환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으로 두 번 놀랐다. 처음에는 참고문헌을 제외하고 내용만 7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그 다음으로는 저자의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매력적인 문장과 재미. 한 번 읽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이다.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이야기는 세계 곳곳을 누빈 본인의 경험과 수많은 참고 문헌에 기반하고 있다. 믿고 읽어도 된다는 얘기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찰스 만의 다른 저서도 분명 읽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1491>>(한국어판 <<인디언>>)은 절판상태임).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1471)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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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묻다 The Tangled Tree - 다윈 이후, 생명의 역사를 새롭게 밝혀낸 과학자들의 여정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미경 외 옮김 / 프리렉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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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도킨스,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한 번 쯤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데이비드 쾀멘? 리처드 도킨스에 비하면 상당히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 번역 출판된 그의 저서는 이 책 <<진화를 묻다>>를 포함하여 6종이나 된다. 그의 책이 꾸준히 출간된다는 것은 (판매량은 둘째 치고) 쾀멘의 글이 유익하며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솔직히 말하면 난 데이비드 쾀멘의 애독자다. <<도도의 노래>>에서 생태학, 섬생물지리학, 진화론을 흥미진진하면서도 독특하게 풀어가는 그의 글 솜씨에 반한 이후로 그의 책들을 (<<신의 괴물>> <<야생에 살다>> <<신중한 다윈씨>>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찾아 읽었고, 단 한 권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책 <<진화를 묻다>> 또한 기대 이상일 거라 확신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진화를 묻다>>는 그의 다른 책들처럼 넓은 의미에서의 생물학을 다루고 있다. 물론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진화론, 계통분류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등 다루고 있는 학분 분야가 넓긴 하다. 그러나 지레 겁먹지 마시길, 친절한 쾀멘씨는 다른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자가 질겁하지 않도록 전문적인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으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돕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더해 다른 과학책에서 찾기 힘든 그의 독특한 서술 스타일은 생동감을 더한다. 그가 세계 곳곳의 다양한 과학자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 나눈 생생한 대화와 경험담은 흥미 로울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는 원제(‘Tangled tree’)가 보여주듯이, 바로 나무. 다윈이 진화의 비밀을 스케치한 그의 생명의 나무(그가 처음 만든 말은 아니다)에서 시작한, 생명의 계통을 나타낸 도식으로서의 나무의 형태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면서 최근의 과학적 발견에서 생명의 나무가 갖는 의미와 한계를 탐색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다윈이 주인공인 책이 아니다, 오히려 엑스트라에 가깝다. (다윈이 궁금하다면 그가 주인공인 진화론자와 한 인간으로서의 초상을 묘사한 쾀멘의 <<신중한 다윈씨>>를 읽어보시길) 주인공은 바로 칼 워즈.

 

  칼 워즈, 진화와 생명의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박테리아, 진핵생물에 이은 생명의 세 번째 역(domain) 고세균을 발견한 인물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거기서 끝. 이 책의 새로운 점은 다윈이나 윌리스 같은 더 유명한 인물이 아닌 칼 워즈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그를 중심으로 생명의 역사와 계통을 연구하는(연구했던) 가장 유명하기로는 내공생 이론으로 잘 알려진 린 마굴리스에서부터 태반 형성에서 바이러스의 역할 밝혀낸 최근의 티에리 하이드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생명의 나무는 가지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제 각각 뻗어나가는 보통의 나무가 아닌 가지들끼리 얽히고설킨,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tangled tree’임을 보여준다(그것을 나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총 7부 중 생명의 계통과 종의 구별의 한계, 종으로서의 인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 5,6,7부가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충격적이었다. 박테리아 사이에서의 수평유전자 전달의 다양한 형태들, 인간 게놈의 8%를 차지하는 레트로 바이러스, 인간의 몸에서 공생하는 수많은 박테리아에 대한 이야기는 종의 구별이 가진 한계를 생각하게 만들며, 인간은 여러 생물군의 공생의 결과, 다시말해 모자이크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다게 해주었다.

 

  고세균을 추가하여 고전적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생명의 나무를 완성시킨 칼 워즈를 중심 줄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생명은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종을 넘어서 서로의 DNA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과학적 발견에 칼 워즈 자신도 얼마간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생명의 나무를 끝가지 포기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의 죽음은 이제 그러한 생명의 나무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부제(a radical new history of life)처럼 이제 생명의 역사는 급진적이고 새로워졌음이 분명하다.

 

  이 글의 시작처럼 도킨스와 쾀멘을 다시 비교하고자 한다. 둘 모두 탁월한 저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글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도킨스는 직설적이고, 쾀멘은 은은하다’. 누군가 나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과학책 한 권만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도킨스가 아닌 쾀멘을 추천할 것이다. 그의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은근히 빠져들게 만든다, 그러면서 그의 주장에 서서히 발을 담그게 되고 어느 순간 공감하고 동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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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앨리스 로버트 지음, 김명주 옮김 / 푸른숲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저자 앨리스 로버츠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국왕립연구소이 주최하는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이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강연하는(1977년 칼 세이건, 1991년 리처드 도킨스, 1997년 이언 스튜어트) ‘christmas lecture’2018년 연사로 참여하였을 정도로 과학자로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 한국의 신문지상에서도 2018(책 소개가 아니라) 흥미로운 실험(시도?)으로 한 번 소개된 적이 있다. BBC의 요청으로 재구성한 완벽한 인체의 모습을 만든 것인데, 앨리스 로버츠가 자신의 몸에 이 모델을 적용한 앨리스 2.0’ 입체 모형은 꽤나 흥미로운 모습으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관련 기사 :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49422.html)

 

  평소 과학책을 즐겨 읽는 편으로 여러 저술가들 중 앨리스 로버츠는 믿고 읽는, 꽤나 선호하는 작가이며 한국에 출판된 책(총 다섯 권)은 모두 소장중이다. 현재 한국에 소개된 책들은 주로 해부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그 중 집에 한 권쯤은 두고 읽어 볼만한 백과사전인 <<인체 완전판>>은 이 두꺼운 책을 혼자 어떻게 썼을까 싶을 정도이며, 완성도 면에서도 압권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생 인류의 탄생과 이동을 추적한 <<인류의 위대한 탄생>>에서 보여준 인류학자로서의 면모를 더 좋아하는데, 그녀의 매력적인 서술 스타일과 뛰어난 필력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책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는 후자에 속한다. 직접 현장을 누빈 개인적 경험과 과학적 엄밀함사실 충실성의 훌륭한 조화는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저자는 우리가 길들인(또는 서로를 길들인) 생물 종 10가지, ‘, , , 옥수수, 감자, , , , 사과, 인류를 소개하고 있는데(‘인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의아할 수 있으나, 그 의문은 마지막장을 읽어야 해소할 수 있다), 주로 유전학과 고고학을 두 축으로 이 야생 생물종들과 인간의 길들임의 과정을 설명한다. 자칫, 지루한 과학적 설명이 될 수도 있었을 그 과정을 풍부하고 설득력 있게 서술하는 앨리스 로버츠의 수려한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는 과학적 엄밀함에서 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세계를 누빈 현장 연구에서 나온 풍부한 경험 덕분으로 보인다.

 

  늑대 가까이 가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것도 야생늑대곁으로, ‘가 된 늑대의 행동에 인간과의 유대를 형성하는데 밑바탕이 되었을 무언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결국 발견한다. 늑대에게서 볼 수 있는 개의 형질인 호기심, 꼬리 흔들기, 개처럼 짖기를. 이 뿐만이 아니다. 칠레에서 직접 준마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이야기를 통해 말의 길들임을, 중국 남서부의 광시좡족자치구의 계단식 농업 지역에서 했었던 모 심기를 회상하며 전하는 쌀의 작물화 과정 및 GMO 농산물 이야기 등 앨리스 로버츠가 세계 곳곳에서 직접 경험한 이러한 이야기는 서술에 재미와 풍요로움을 더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결론에 설득력도 더한다.

 

  저자는 길들임이라는 가축화와 작물화의 과정이 단순히 인간이 의도한 일방적인 과정이 아님을 매 장마다 강조하고 있다. 2장에서 이 과정을 연인의 만남이라는 매력적인 비유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밀 작물화의 느리고 복잡한 역사는 거의 로맨스 소설의 줄거리와도 같다. 연인으로 발전

      하게 된 주인공... 그 만남이 그들 안의 뭔가를 일깨웠다. 그들은 함께 춤을 추기 시작

      한다. 함께 성장한다. 인간 문화는 밀을 수용하기 위해 변하고, 밀은 인간에게 더욱 매

      력적인 모습으로 변한다(113쪽에서 인용, 일부 생략).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이므로 인간은 자신의 입맛대로 다른 종을 길들였다는(길들인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은 생태계 안에 존재하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의존한다. 길들이는 과정은 인간 자신도 길들여지는 과정, 공생과 공진화의 과정인 것이다. 마지막 장(‘인류’)에서는 이를 뚜렷이 보여준다. 성체 포유류는 락타아제 분비가 되지 않아 보통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잘 마실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소를 길들이며 우유를 얻는 과정에서 얻은 자연 선택의 유전형질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인간이 매개하는 자연선택을 통해 소의 DNA를 바꾼 것은 물론이고, 우유를 마심으로써 결국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작용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결국 길들임은 쌍방 과정인 것이다.

 

  기존 인식을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여 바꾸어 놓는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대중과학서 임이 분명하다. 기본 생물학 지식만 있다면, 쉽게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다. 저자는 서술 과정에서 농산물 유전자 조작 문제, 야생종과 인간의 공존 문제 등 앞으로 더욱더 중요시 될 쟁점들을 슬며시 제시한다. 이 문제들 모두 종의 길들임과 그 활용, 생물의 다양성과 보호라는 이 책의 전체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주체가 워낙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개별 쟁점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에 모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저자가 강조하듯이 우리의 운명이 다른 종들의 운명은 불과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역작임이 분명하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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