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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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보사우르스. 티라노사우르스와 닮은,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라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그 공룡? 페이지 윌리엄스의 책이 이 공룡의 뼈(화석)를 포함한 (공룡)화석의 도굴과 판매, 과거 자연 유산의 소유권 문제, 이와 관련된 국제 분쟁 등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타르보사우르스로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의 내용과 관련 있어 보이는 한국과 관련된 의외의 기사가 나왔다. 바로 몽골에서 도굴되어 한국에 들여온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의 두개골, 갈비뼈 등 화석 11점을 약 3년 전인 20174월 몽골로 반환하기로 했다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내게 생각할 거리 두 가지를 던져 주었다. 하나는 자연 유산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 나라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수 억 년 전 자연물의 소유권이 그 나라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두 번째,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인한 불법적인 화석 사냥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화석사냥꾼들은 화석을 통해 이익을 보긴 하지만 그들 덕분에 그냥 땅에 묻혀 있을 화석이 발견되고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공룡 사냥꾼>>은 내가 제기한 두 물음을 중요한 대립점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화석을 수집하고 판매해온 화석사냥꾼 에릭 프로코피는 몽골에서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화석을 중개상을 통해 미국으로 들여와 복원 작업을 거친 뒤 2012년 뉴욕 경매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몽골 국적의 (고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지질학자의 문제제기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몽골 고위 정치인 및 미국의 조력자들 덕분에 이 공룡 화석은 몽골로 반환되고 2014년 에릭은 징역형을 판결받는다.

 

  저자는 미국, 유럽, 몽골을 넘나드는 수년 10여년 간의 취재, 수많은 등장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을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등장인물의 구체적인 묘사와 직접 인용된 그들의 말은 이야기에 생생함을 더한다. 앞에서 얘기했듯 저자는 흥미로운 사건 전개와 서술 과정에서 화석의 가치, 화석의 소유권, 화석의 암거래, 화석 사냥꾼과 고생물학자의 대립, 정치적 목적이 내포된 화석을 둘러싼 국제분쟁등의 쟁점을 자신의 입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이 흥미 있고 읽기 쉬우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쟁점 중 이 책을 통하여 꼭 생각해봐야 할 핵심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몽골 화석 반환 기사와 관련하여 내가 제기한 두 물음과 관련된다. 자연 유산의 소유권은 발굴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땅 주인이나 국가에게 있는가? 미국은 그 유명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일명 : Sue) 발견과 관련된 일련의 소유권 분쟁 끝에 자연 유산의 소유권을 그 유산이 발견된 땅 주인에게 있다고 결론지었다.

 

  몽골의 경우 소련에서 독립한 후의 헌법 수립 이전 시기에는 외국의 화석 사냥꾼들에 의해 고비사막에 있는 수없이 많은 화석이 도굴되었지만, 헌법 수립 후 몽골에서 발견된 자연 유산은 국가의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그러나 위 기사처럼 도굴은 여전히 성행한다). 화석 사냥꾼 에릭은 미국의 법 때문에 미국에서 상태가 좋은 거대한 화석을 발견하고 이를 판매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고, 몽골의 중개상을 통해서 타르보사우르스 화석을 들여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그의 아킬레스 건으로 몽골인(정확히는 국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몽골 고위 정치인과 과학자)들은 이를 문제삼았고, 그 화석은 몽골로 반환되었다. 그러면 화석발굴자의 권리는 어느 정도까지 인정을 받아야 할까? 불법적인 화석 발굴도 그 권리를 인정받아야 할까?

 

  고생물학자와 화석 사냥꾼은 화석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하여 수세대 동안 다투어왔다. ‘화석 사냥꾼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그들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일까 아닐까? 화석사냥꾼들은 이 활동이 즐거움과 생계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에릭처럼 전통을 지키고 과학 유산을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선사시대를 보존하는 오랜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도 보았다. 다른 모든 화석사냥꾼처럼, 그도 일단 공기에 닿기만 하면 바로 풍화되어버린, 귀한 유물을 자신이 찾아내 지키고 있다고 느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진짜 범죄는 화석이 버려지도록 손을 놓고 있는 것이었다(31).

 

  그러나 고생학물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과학의 상업화와 비과학적인 조건에서 수집된 표본은 연구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며, 화석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입장일까?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 외에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지구에 생명이 살았다는 유일한 기록이자 증거가 되어 주는 화석의 가치를 서문에서 언급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짧게 징역형을 살고 나온 후의 에릭의 삶을 너무 구체적이다 싶을 정도로 담담히 서술하면서 끝이 난다. 화석 사냥꾼으로서의 그의 삶에 대해 옹호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의견에 대해 과감한 추측을 해볼 수는 있으나 엄밀히 따진다면 저자는 독자 스스로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는 듯하다. 이 책의 제목인 공룡 사냥꾼은 자연 유산의 보존과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책을 한 번 읽어본다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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