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 - 콜럼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
찰스 만 지음, 최희숙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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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1492-1493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1492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 그러면 1491,1493은 각각 콜럼버스 이전과 이후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터, 찰스 만은 이 두 해를 책 제목으로 삼아 <<1491>>, <<1493>>이라는 책을 써냈다. <<1491>>(한국어판 <<인디언>>, 오래된미래, 2005)은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언 문명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조명하고 있으며, 이 책 <<1493>>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새롭게 탄생한 전 세계적 생태 시스템이 호모제노센(균질화,동질화를 의미)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이라는 용어와 같이 기억된다. 그러나 이 말은 그 사건이 미친 보다 광범위한 역사적생태적 영향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콜럼버스 항해로 인한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보다 적당한 용어는 바로 ‘Columbian Exchange’이다. 역사학자 앨프리드 W. 크로스비는 유럽 패권 형성 과정에 콜럼버스의 발견이 미친 생태적 영향을 주목하여 (자신의 책 제목이기도 한) ‘콜럼버스적 대전환 Columbian Exchange’이라는 용어를 창안해냈다. 찰스 만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것(용어)으로, 이 대전환이 미친 영향을 여러 대륙을 종횡무진하며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선, <<1493>>는 그 구조에 있어 상당히 안정적이다. 책은 총 10장으로 도입부(1), 1~4(2~9), 종장(10)으로 구성된다. 1~4부 모두 두 개의 장으로 서술되어 있고, 각 부는 그 분량에 있어서도 비슷하다. 1~4부의 서술 대상과 주제는 지리적으로 구분된다. 1부는 대서양, 2부는 태평양, 3부는 유럽, 4부는 아메리카 대륙(주로 중남미) 위주로 서술되어 있는데, 글의 분량에 있어 지리적 편차를 주지 않기 위해 신경 쓴 것으로 보이며, 덕분에 각 대륙이 1492년 전과는 다른 호모제노센 세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울 균형잡힌 분량으로 접할 수 있다.

 

  대서양, 태평양, 유럽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넘나드는 이야기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그 핵심은 바로 신대륙 발견 이후 대륙 간 이동이 가져온 생태적 전환으로 변화된 세계의 모습이다. 이 거대한 이야기는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의 시작점인 제임스 타운(지금의 버지니아주에 위치)에서 시작한다. 그 땅을 차지하러 온 영국인들과 그 땅에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며 살았던 인디언들의 기나긴 분쟁의 역사를 다루면서, 찰스 만은 두 집단 사이의 분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생태학적 변화에 주목한다. 영국인들이 남아메리카산 식물인 니코티아나 타바쿰(담배)을 들여와 광범위하게 재배함으로써 손실된 지력으로 인디언들은 점점 더 내륙 안으로 쫓겨가게 되며,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여온 말리리아와 다른 질병으로 인디언들은 거의 전멸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말라리아와 황열병은 플랜테이션에 아메리카 노예를 광범위하게 들여오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2부는 태평양으로 시선을 돌린다. 마닐라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차, 도자기, 실크와 스페인의 은을 교환하는 갤리온 무역 과정에서 고구마, 메이즈(옥수수), 땅콩, 담배, 고추, 파인애플 등의 온갖 아메리카 대륙의 작물들이 중국에 대거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작물들 특히, 옥수수, 감자, 고구마는 중국(당시 청나라)의 질병과 굶주린 타파 정책들과 맞물려 청 인구 증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3부의 주인공은 감자와 고무이다. 안데스 지역에서 유래한 감자는 18세기 유럽의 농업혁명에, 브라질 아마존 강 유역의 고무나무는 19세기 산업혁명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여, 유럽은 세계의 패권을 잡게 되고, 유럽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세계 곳곳에 퍼지게 된다.

 

  4부는 콜럼버스적 전환이 인간에게 미친 역동적 모습을 중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다룬다. 콜럼버스 이후 유럽국가들의 식민지 형성붐으로 인해 이주해온 유럽인들과 노예 무역의 전성기인 1500~1840년 사이 플랜테이션에서 일하게 될 대서양을 건너온 1170만명이 넘는 아프리카 노예들, 그리고 당시 아메리카에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원주민(인디언)들의 상호작용과 혼합으로 차원이 다른 인종의 뒤섞임이 일어났다. 노예로 인하던 일하던 아프리카인들과 인디언들은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숨어들어 수많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게 되는데, 브라질 지역에는 아직도 이런 공동체들이 존재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1492년 이후 일어난 전 지구적 생태적 변화, 콜럼버스적 대전환으로 나타난 호모제노센 세상은 감자,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고추라는 아메리카에서 유래한 종자들이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콜럼버스적 대전환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다. 중국 서쪽 지역과 라오스 북부지역에서는 이전에는 브라질 아마존에서 재배되었던 고무나무를 지금 이 시대에 광범위하게 재배하고 있으며 그 면적을 더 늘리고 있다. 지금 전 세계를 서구 스타일의 건물과 생활패턴과 문화를 균질화된, 동질화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글로벌라이제이션(지구화)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양 중심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에 핵심 역할을 한 것은 또한 콜럼버스적 대전환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으로 두 번 놀랐다. 처음에는 참고문헌을 제외하고 내용만 7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그 다음으로는 저자의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매력적인 문장과 재미. 한 번 읽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이다.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이야기는 세계 곳곳을 누빈 본인의 경험과 수많은 참고 문헌에 기반하고 있다. 믿고 읽어도 된다는 얘기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찰스 만의 다른 저서도 분명 읽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1491>>(한국어판 <<인디언>>)은 절판상태임).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1471)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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