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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 닭볏부터 닭발까지, 본격 치킨 TMI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가와카미 가즈토, 일본 작가다. 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인 그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박하)을 통해서였다. 조류학자로서 연구 과정에서 겪었던 좌충우돌 경험담을 조류학과 유머러스하게 잘 버무려 쓴 그의 글에서 주목할 만한 매력있는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조류학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알게 되면 매우 흥미로운 연구 분야와 그의 필력이 매력적이긴 했나보다. 그 후 <<조류학자 무모하게도 공룡을 말하다>>(글항아리사이언스)도 번역되었으니, 사실 이번 책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는 벌써 (단독 저자로) 세 번째 번역 출간된 책인 것이다.
조류학 연구, 공룡에 이어 치킨!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 치킨이라니! 어쩌면 이 책이 앞서 출간된 책보다 주제 측면에서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맛있게 먹는 닭의 각종 부위(안심, 가슴살, 닭발), 먹다 손에 들고 있게 되거나 가지런히 모아 놓는 ‘닭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보니 (물론 저자처럼 뼈들을 보고 고민하고 연구하지는 않지만) ‘닭’의 부위와 뼈에서 출발하여 새들의 다양한 특징까지 다루는, 저자의 표현대로 ‘닭의 중심에서 새를 외치는’ 책의 전체적인 흐름 덕분에 몰입도가 유지되며 생소할 수도 있는 조류학적 지식에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식재료로 친숙한 닭을 그 친숙함은 그대로 가지고 있되, 조류학이라는 과학의 한 분야의 관점에서 닭과 닭을 통해 조류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우선, 닭의 분류학적 위치와 기원부터. 지금의 닭은 꿩목 꿩과의 적색야계를 긴 역사속에서 근연종과의 교배를 통해서 가금화한 것으로, 가금화의 기원 지역은 의견이 분분해서 확정되지 않고 아시아 지역(중국 또는 인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오래된 가금화와 품종 개량으로 자연에서 적응하며 진화해온 부류와는 다른 형질(예컨대 새하얀 킷털)을 갖게 되었음도 기억해야 겠다.
이 책은 총 네 장으로, 닭 부위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닭의 상체 부위인 닭가슴살, 안심, 닭날개, 2장은 다리와 발, 3장은 간, 심장, 위 등의 내장부위, 4장은 껍질, 목 등 기타 부위를 다룬다. 닭 부위의 신체적 기능과 진화적 기원을 밝히고 다른 새들과 비교하며 조류 일반에 대한 설명으로 확장한다. 예컨대, 닭고기 색깔이 붉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오글로빈 때문이다. 색소를 띄는 미오글로빈은 산소를 헤모글로빈으로부터 받아 근육 안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보통 조류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기 위해 산소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많은 산소를 근육 안에 저장하여 보통 조류의 근육은 붉은색을 띤다. 그에 반해 닭을 포함한 꿩과 조류는 일상적 비행이 아닌 무산소 운동인 단발적 비상을 하기 때문에 근육의 미오글로빈이 적어 옅은 분홍빛을 띠는 것이다.
이외에도 날아다닐 때의 엔진역할을 하는 닭 가슴근육(안심), 영계 닭고기에는 없는 상완골(위팔뼈)의 함기골 구조, 닭발 모양에 담긴 운동학적 의미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닭뼈에 대한 이야기들도 자주 나온다. 상완골, 부척골, 경족근골 등 그냥 읽으면 딱딱하다 싶을 내용들이 이상하게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앞으로 닭뼈를 만나게 되면, 책에 나오는 내용들, 예컨대 윙 부위 척골(두 뼈 중 굵은 뼈)에 있는 날개깃이 부착되는 부위인 깃훅을 직접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닭 요리를 먹다, 한 번쯤 닭에게 고마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닭에 이끌려 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덤으로 얻게 된 것에 닭에게 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