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3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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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매컬로의 역작

‘마스터스오브로마’ 7부작,

그 중 1부 <<로마의 일인자>> 3권 (기원전104년 – 기원전100년)

누미디아의 왕 유구르타와의 전쟁은 로마와 마리우스의 승리로 끝났다. 전례 없는 부재중 선거로 집정관에 두 번째로 당선된 마리우스. 그 앞에는 해결해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있었으니 첫째, 게르만족의 침입 격퇴. 둘째. 최하층민 퇴역 병사를 위한 외국의 공유지 마련. 어느 하나 만만하지 않은 일. 이번 3권은 마리우스가 내리 5년 간(기원전 104년 ~ 기원전 100년) 수석 집정관을 맡으며 위의 두 과제를 중심으로 로마 대외적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실 3권은 ‘로마의 일인자 마리우스’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과제 중 마리우스에게 있어 그의 타고난, 탁월한 군인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성취할 수 있는, 그만이 할 수 있는 과제는 바로 게르만족 격퇴였다. 앞서 몇 년 동안 게르만족에게 치욕적인 대규모 패배를 겪은 바 있는 로마, 그러나 마리우스는 누구보다 자신감 있고 계획적으로 게르만족 격퇴 계획을 세운다. 갈리아인으로 위장하여 게르만족으로 침투한 술라는 게르만족의 이동 계획과 경로 등 중요한 정보를 마리우스에게 전하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 갈리아 서쪽으로 이동한 테우토네스족에 대승을 거둔 마리우스. 그는 게르만족의 계속되는 위협과 자신의 탁월한 활약 덕분에 연이어 집정관에 당선된다. 로마군은 이탈리아 갈리아 지역으로 들어온 게르만족의 본진 킴브리족과의 일전을 목전에 둔다.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린 보람 끝에 알프스 서쪽 기슭 베르켈라이에서 킴브리족과의 전투가 시작되고, 로마군은 체력, 훈련, 책략 등에서 앞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킴브리족을 물리친다.

이제 마리우스의 수완이 발휘될 정치의 주 무대가 전장이 아닌 로마 원로원으로 바뀐다. 정치가로서의 마리우스는 군인 마리우스에 비할 바 없이 어려운 역할이었다. 미래의 최하층민 퇴역병들과 로마의 미래를 위한 토지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자신의 과제는 무엇보다 버거운 과제였다. 앞서 마리우스가 호민관에 당선에 도움을 준 바 있는 사투르니누스는 호민관 선거에서 다시 한 번 힘써 줄 것을 요청하고 마리우스는 토지법안을 통과시키는 대가로 도움을 주기로 한다.

그러나 사투르니누스와 그의 친구 글라우키아는 그저 정치적 수완이 좋은 인물들만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의지와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하는, 그리고 그것을 대중 선동으로 무마시키는 위험한 정치가들이었다. 3권 후반부는 이들과 마리우스 및 원로원과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토지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마리우스와 결별한 사투르니누스는 당시 로마의 곡물 공급 부족으로 인한 비싼 곡물 가격에 잔뜩 불만을 품은 대중들을 선동하며 자신이 로마의 일인자가 되려는 욕심을 부린다.

토지법안 문제로 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마리우스. 하지만 요양을 끝내고 돌아온 그는 다시 한 번 로마의 일인자다운 면모를 보이며 사투르니누스 일당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마리우스 및 원로원과 사투르니누스 일당의 대결을 다룬 후반부는 특히나 흥미진진하다. 수많은 로마 하층민들이 사투르니누스를 지지하는 가운데 민중들을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마리우스의 일인자로서의 면모, 공화국 수호를 위한 원로원 결의로 그들을 위엄과 무력으로 제압하는 일련의 사태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3권에서는 로마 여성들의 삶을 다룬 부분이 2권보다 덜 하지만, 인상적인 부분들이 더러 있다. 술라의 동성애 현장을 목격한 그의 부인 율릴라의 비극적인 자살은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원했던 로마 여성의 안타까운 모습은 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한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율릴라와는 다른 카이사르의 부인 아우렐리아의 인술라 경영인으로서의 당찬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향후 그의 아들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 3권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마리우스로, 로마의 일인자로서의 그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다음해 집정관 출마를 포기한다. 점술가 마르타의 마리우스가 일곱 번 집정관을 할 것이라는 예언대로라면 한 번 남은 상황. 그러나 그의 시대는 저문다. 이제 술라가 관직의 사다리에 오를 채비를 한다. 탁월한 파트너쉽을 보여준 마리우스와 술라. 향후 이들의 정치 행보는 어떻게 바뀔 것이며 로마에 어떤 바람을 불러올 것인가. 2부 <<풀잎관>>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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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향기 강석기의 과학카페 10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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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매년 4월 과학의 달과 5월 슬슬 더워질 때 출간되는 책 한 권을 기다려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니 벌써 4년째.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질 때쯤이면 조건 반사처럼 떠올리게 되는 이 책은 바로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 벌써 시즌 10이라니... 하긴 201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출간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과학카페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8년 시즌7 <<컴패니언 사이언스>>를 통해서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내게 반려동물과 관련된 신기한 과학적 발견들은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했다. 또한 생명과학, 화학, 인류학, 고고학, 천문학, 물리학 등 여러 분야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비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전달하는 강석기씨의 글쓰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 뒤로 이전 시즌 책들도 한 권, 한 권 책장을 장식하게 되었다.

이번 책 서문은 이전 책들과 다르게 이 과학카페 시리즈가 출간된 사연을 담담하게 회고하고 있다. 첫 책의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이 손수 그린 그림이 표지 그림으로 실리게 된 사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매년 시리즈를 내게 된 계기까지. 열 번째 책이 나온 만큼 추억을 더듬어 보는 서문부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시즌 10의 글들 또한 매우 풍성하다. 핫 이슈뷰터 녹색 화학, 심리학, 건강, 환경, 천문학과 물리학, 생명과학, 고생물학과 인류학의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32편의 글에 담아내고 있다. 개인적 관심 분야인 생명과학, 고생물학/인류학의 연구 결과 중 ‘스트레스의 교감 신경 자극으로 인해 흰머리가 나게 되는 과정’,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분석을 통해 이들이 현생 인류의 미토콘트리아를 지니게 된 이유’를 다룬 글들은 단연 흥미롭고 유익했다.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연구 결과들도 여러 편 등장하는데 그 중 특히 mRNA 백신의 기제와 코로나19로 인한 후각신경 손실 원인에 대한 글은 평소 궁금했던 과학적 호기심을 말끔히 해결해준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플라스틱 사용 급증에 과학적 해결책의 빛을 던져주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방법’, ‘사탕수수 대나무 하이브리드 몰드펄트를 활용한 분해가 용이한 친환경 식기의 개발’에 대한 두 글은 지구를 환경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은 여전히 과학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나같은 과학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과학카페 시리즈’는 정말 ‘장점’이 많은 책이다. 우선, 친절하고 쉽다. 강석기씨의 편안한 글솜씨에 더해진 풍부한 사진과 그림, 도표는 생소한 과학적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둘째, 책 한 권으로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과학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 폭넓고 풍부한 최신 과학 지식을 단행본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효율적인가? 셋째, 덕분에 과학 교양이 일상이 된다. 손 닿는 근처에 놓고 하루 한 편만 읽어도 어느새 풍부한 과학 소양을 가진 독서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강석기씨의 과학 카페 시리즈가 두루 소개되어 폭넓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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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2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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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매컬로의 역작

‘마스터스오브로마’ 7부작,

그 중 1부 <<로마의 일인자>> 2권 (기원전107년 – 기원전105년)

로마의 변화는 계속된다. 게르만족의 위협, 로마 기득권층의 자기안위와 무능이라는 대내외적 위기는 로마의 변화를 추동하고 가속화 한다. 변화를 막고자 하는 귀족들의 몸부림. 그러나 권력의 추는 점점 평민들에게로 기운다. 개혁의 중심에 서 있는 마리우스. 집정관 첫해 그가 실시한 군제 개혁의 내용과 절차의 파장은 로마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했다.

지중해 세계에서의 로마의 영향력이 커 갈수록, 해당 지역을 관리하고 새로운 위협에 대응해야 할 군사적 역량 또한 요구되기 마련. 그러나 로마의 힘은 점점 고갈되고 있었으니 바로 충분한 병력 충원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유산자 남성만이 군인이 될 수 있는 기존의 군사제도는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마리우스가 개혁의 칼을 빼든 것이 바로 이러한 군사제도의 대대적 개편이었다. 최하층민들도 군대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귀족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평민회’를 통해 법으로 정해지게 된다. 원로원의 반대를 무시한 채 평민회를 통해 정치적 의도를 실현하는 이런 방식은 분명히 앞으로의 정치적 변화의 큰 축이 될 것이었다.

마리우스는 새로이 충원한 최하층민 병사들을 훌륭한 군인들로 탈바꿈시켜 유구르타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이로써 그의 탁월한 군사적 역량은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그와 함께한 지휘관들 특히 술라의 역량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그의 탁월함은 유구르타의 장인 보쿠스 왕을 회유하여 그를 생포하는 데서 절정에 달한다. 이로써 아프리카와의 전쟁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게르만족의 계속되는 위협. 갈리아 지역으로 이동한 게르만족을 격파하려는 수석 집정관 루키우스 카시우스의 시도는 로마 병사 4만 명이 전멸하며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기원전 107년).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년 후 다시 시작된 게르만족의 파멸에 가까운 대규모 남하의 위협에서는 8만이 넘는 로마군들이 전멸한다(기우너전 105년). 로마의 위기는 마리우스에게 행운의 여신을 선사한다. 로마를 위기에서 구할 인물은 마리우스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사상 초유의 부재중 집정관에 당선된 것이다.

한편 무산자인 최하층민에서 병사를 충원하는 방식은 향후 이들의 퇴역 후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마리우스의 심중에는 원대한, 그러나 쉽지 않은 계획이 있었으니, 바로 이들에게 토지를 지급하는 것. 그라쿠스 형제의 실패한 토지 개혁 시도 이후 로마에 또 한 번의 피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급진적인 개혁안이 분명했다.

이번 2권에서는 대조적인 사례들을 통해 로마 여성의 지위, 로마의 정통적 여성상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첫째는 자매인 율리아와 율릴라의 대조적 모습이다. 마리우스의 부인인 율리아는 남편에 순종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지혜로운 로마의 여성상을 대표한다. 이와 달리 술라의 부인 율릴라는 여자들은 왜 자기가 할 일을 직접 선택할 수 없는지를 한탄하며, 출산과 남편에의 순종만을 기대하는 로마의 전통적 여성상을 숨막혀 한다.

둘째 사례는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의 아우렐리아와 드루사의 상반된 모습이다. 집정관 루푸스의 조카 아우렐리아에게는 남편감을 직접 고를 자유가 주어진 반면, 드루수스의 동생 드루사에게 결혼이란 가장인 오빠가 일방적으로 선택한 남자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는 로마의 전통적인 혼인 방식을 예시한다. 아우렐리아와 드루사 둘 모두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며 지혜로운 여인들로 묘사되는데 이들의 대조적인 결혼이 향후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하며, 이를 통해 작가인 콜린 매컬로의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견해를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이번 2권에서도 콜린 매컬로의 솜씨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카이사르와 아우렐리아가 구입한 인술라의 집 구석구석에 대한 생생한 묘사. 결혼을 앞둔 아우렐리아와 드루사의 공감을 불러오는 복잡한 내면 묘사는 캐릭터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준다. 개혁안을 둘러싼 원로원 의원들의 연설과 대립 또한 흥미진진하다. 3권에서는 마리우스 집정관 재선으로 촉발된 로마의 변화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펼쳐질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향후의 역사적 사실은 기대를 반감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구성해서 이야기로 엮어나갈지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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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덴 대공세 1944 -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막
앤터니 비버 지음, 이광준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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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를 취할 곳으로 히틀러는 4년 전 서방 정복을 한나절에 달성했던 아르덴을 다시 선정했다. 다시 한 번 독일군이 돌파를 하게 될 것이었다. 이번에는 북쪽으로 틀어서 안트베르펜을 점령하게 될 것이었다. 영국군은 고립될 것이고 또 한 번의 됭케르크 철수가 일어나 영국인들은 어쩌면 미국인들까지 절망해 포기하게 될 것이었다.

  - A.J.P.Taylor,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384-385pp



1944년 하반기. 동부전선에서는 소련의, 서부전선에서는 연합군의 공세에 밀려 개전 후 짧은 시기에 획득했던 나치와 제3제국의 영토는 어느새 전쟁 전으로 돌아갈 위험이 대두되었다. 전선의 위기 상황과 신체적, 정신적 위기 속에서도 총통의 ‘전략적 영감’은 다시 한 번 발휘되는듯 했다. ‘방어 태세로는 국면을 전환시킬 수 없다. 총공세로 연합군의 허를 찌른다!’ 과감한 전략이자 승부수. 히틀러가 거둔 과거의 승리, 과감한 자신의 전략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에 일부 측근들은 제3제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여겼다.

현 시점에서 연합군은 승리를 장담하고 있었다. 몽고메리도 적이 더 이상 대규모 공세를 펼칠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판단했으니 말이다. 히틀러의 돌파 지점은 미군의 방어가 비교적 약한 아르덴이었다. 대공세의 시작인 1944년 12월 16일로부터 정확히 3개월 전인 9월 16일, 볼프샨체(늑대 소굴)에서 히틀러의 예상치 못한 계획이 발표되기 전에는 상급대장 요들 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 계획을 알지 못했다. 계획 발표 후 전략 수립 과정에서도 소수만 참여했을 뿐이다. 국방군 총사령관인 카이텔, 서부 최고 사령관 룬트슈테트조차 참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비밀 엄수에 사활이 걸린 히틀러의 마지막 승부수였던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흥미진진하게 조망한 <<제2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디데이>>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 전쟁의 흐름을 바꾼 개별 전투에 대한 정확한 고증, 세밀하고 생동감 있는 전투 묘사로 전쟁사 서술의 전범을 보여준 바 있는 앤터니 비버.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전투가 바로 히틀러의 마지막 승부수, ‘아르덴 전투’, 다른 표현으로는 ‘벌지전투’이다.

앤터니 비버는 1944년 8월, 노르망디 전투로 전세를 역전시킨 연합군의 파리 해방 이후 이야기로 시작하며 승리에 도취 된 연합군 진영을 살핀다. 그리고 아헨전투, 휘르트겐 숲 전투를 통해 당시 전선의 상황과 아르덴 지역을 포함한 독일-벨기에 접경 지대의 지리적 특징을 다룬 후 독일의 아르덴 공세를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독일의 공군이 거의 와해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아르덴 지역의 울창한 삼림은 연합군 공군을 피하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기습 작전을 펼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참모들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했다. 룬트슈테트와 모델은 히틀러의 ‘대형 해결책’이 ‘지도위에서나 가능한 환상’이라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을 뿐만 아니라 연합군 내부에서의 분열이 날마다 커지고 있어 이번 전략이 독일에 유리하다는 괴벨스의 헛소리는 더더욱 믿지 않았다. 나치 고위 간부들은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냥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누구도 히틀러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1944년 12월 26일 아르덴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번 공세에 대한 비밀 엄수, 대규모 군대의 성공적 이동, 아르덴 공세에 관한 정보를 취합했음에도 무시한 연합군의 안일한 상황 판단은 초기 독일군의 성공적인 진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연합군, 특히 미군의 끈질김과 용기는 예상외의 전개를 낳았다. 4년 전과 달리 연합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진격로의 중요한 교차점에 있는 생비트와 바스토뉴 함락 작전은 거센 저항에 부딪혀 실패하고, 다만 생비트를 뒤늦게 함락시켰을 뿐이다.

12월 23일 날씨가 좋아지면서 연합군의 공중 폭격과 공중 보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뫼즈강 근처까지 다다른 독일군은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며 연합군의 공세에 점점 밀려 후진하게 된다. 한편 공중 보급의 성과와 패튼의 제3군의 진격으로 12월 26일 독일군의 바스토뉴 포위를 허물고 1월 중순 독일군은 퇴각하고 만다. 히틀러의 전략적 영감은 연합군의 병참 능력, 신속한 대응과 전투 능력은 고려하지 못한 셈이었다. 그의 오판은 역설적으로 독일 예비 전력을 모조리 쏟아부음으로써 오히려 종전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히틀러의 결정과 전투 준비 과정, 연합군 장성들 사이에서의 오판과 알력 다툼(특히 몽고메리와 미군 장서들), 독일군과 미군 병사들의 치열한 전투 묘사와 비참한 죽음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마치 전쟁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여러 장의 지도, 전투 서열과 용어 설명 등을 담고 있는 친절한 부록 덕분에 전투의 세부적 이해뿐만 아니라 전투의 큰 그림 또한 그리는 데 매우 유용했다.

아르덴 대공세로 인한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죽음, 특히 포로들을 기총소사로 대량 학살한 독일의 파이퍼 전투단에 의한 말메디 학살 사건, 이에 분노한 미군의 독일 포로에 대한 보복 살인에 대한 묘사는 전쟁의 잔인성과 잔혹함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전쟁사를 읽는 이유야 각자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쟁으로 인한 몰인간성에 대한 자각 또는 각인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전쟁은 현재에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완독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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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 장군, 상인, 지식인
미할 비란.요나탄 브락.프란체스카 피아셰티 엮음, 이재황 옮김, 이주엽 감수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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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몇 년 전부터 개인적 탐구 주제로 틈날 때마다 관련 책들을 찾아보는 주제. 잠시 뒤돌아 왜 실크로드에 흥미를 가지게 됐는지 잘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실크로드의 낭만성때문이었던 듯하다. 유라시아 동쪽의 중국에서 서쪽의 유럽까지 이렇다 할 교통수단이 없는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교역상들과 그들이 거래하는 이국적인 물자들. 반쯤은 신기하고 반쯤은 기이한 뜬구름 잡는 이미지들이 실크로드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끌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관련 책들을 읽을수록, ‘낭만적 실크로드라는 상은 말 그대로 허구의 상일 뿐, 관심을 갖게 한 촉매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동서 교류라는, 실크로드를 낭만화하는 축약적 표현은 그 가운데에 있었던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인 중앙유라시아지역과 그곳에서 활동한 실크로드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은연중에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잘못된 표현임이 분명하다.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13~14세기 몽골제국 통치기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운명을 개척해간 15인에 대한 생생한 스케치를 통해 중앙유라시아와 실크로드의 역동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오는 장군(6), 상인(4), 지식인(5)의 활동 시기는 몽골제국이 유라시아 지역의 3분의 2를 차지하다시피 했던 13~14세기로, 이때는 이전에도 존재했던 실크로드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 시기다. 몽골 제국 지배 이전 여러 국가와 부족들로 촘촘히 나뉘어 있던 유럽과 중국 사이의 광범한 지역을 중국을 포함하는 몽골이라는 하나의 정치체가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물품, 사람, 사상의 직접/간접적인 광범위한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이들 15인도 한인, 몽골인, 킵착인, 이란인, 유대인 등 그 출신이 다양하다.

 

각자 맡은 지위와 역할, 출신이 다양한 이들이 말 그대로 몽골 실크로드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몽골 지배계층들이 인재 등용시 출신이 아닌 인물의 능력과 재능을 중요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한족 장군인 양정벽(4)과 중앙아시아의 킵착인 장군 툭투카(6)이다.

 

양정벽은 한족 출신이지만, 원에 맞서 동남쪽 복건에 자리한 송나라 반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워 출세한 인물이다. 반군의 완전한 진압으로 몽골은 동남아시아와 인도와의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되었고, 이후로 양정벽은 원나라에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된다. 남인도와 원나라를 수차례 오가며 외교적, 상업적 연결망을 확장한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에 원나라 세력을 확장하는 데도 성공한 것이다. 툭투카는 몽골의 동유럽 원정에서 항복한 몽골인들이 색목인이라 부르는 킵착 출신이었다. 스텝지역 출신인 이들 색목인들의 전투 기술은 원나라 북쪽과 서쪽을 평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었고, 쿠빌라이 카안은 이들을 측근에 두고 긴요하게 활용했다. 덕분에 툭투카는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게 되고, 그의 후손들은 원나라 내부적 후계 투쟁에도 관여하는 실력자가 되기도 한다.

 

우구데이의 손자 카이두의 딸 쿠툴룬(3), 금장 칸국 우즈벡 칸의 황후 타이둘라(10)의 사례는 몽골 고위층 여성들이 제국의 정치, 상업,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잘 보여주는 몽골 만의 독특한 사회적 특성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이란의 유대인 출신으로 일 칸 궁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라시드 앗딘(11), 중앙아시아 캅카스 출신으로 기독교인임에도 쿠빌라이 카안의 신임을 얻어 유럽의 사절 역할과 중앙 정부에서 일 하기도 한 이사 켈레메치(13)의 삶의 궤적을 읽는 이로 하여금 몽골의 능력중심주의와 종교적 개방성에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11장 라시드 앗딘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들어본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생생한 업적과 일대기를 통해 몽골 제국의 영향 아래 구세계가 통합되어 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왔으며, 실크로드를 살아 움직이게 한 주역이자 주인공은 비단, 자기 같은 물품이 아닌 사람임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광범한 영토를 포괄한 몽골 제국, 그리고 그들이 추동한 수많은 인물, 사상, 물품의 흥미로운 이동 사례(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는 몽골 제국이 바꾼 세계와 그 모습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몽골 제국에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주로 대칸 경쟁과 관련된 정치사를 간단히 요약하고 있는 서문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실크로드, 몽골제국 관련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금장 칸국(킵차크 칸국), 몽골 이후의 세계 등 여러 주제에 관심이 생겼다.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고 지식의 공백을 채워야 하겠다는 의무감도 든다.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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