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 장군, 상인, 지식인
미할 비란.요나탄 브락.프란체스카 피아셰티 엮음, 이재황 옮김, 이주엽 감수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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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몇 년 전부터 개인적 탐구 주제로 틈날 때마다 관련 책들을 찾아보는 주제. 잠시 뒤돌아 왜 실크로드에 흥미를 가지게 됐는지 잘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실크로드의 낭만성때문이었던 듯하다. 유라시아 동쪽의 중국에서 서쪽의 유럽까지 이렇다 할 교통수단이 없는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교역상들과 그들이 거래하는 이국적인 물자들. 반쯤은 신기하고 반쯤은 기이한 뜬구름 잡는 이미지들이 실크로드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끌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관련 책들을 읽을수록, ‘낭만적 실크로드라는 상은 말 그대로 허구의 상일 뿐, 관심을 갖게 한 촉매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동서 교류라는, 실크로드를 낭만화하는 축약적 표현은 그 가운데에 있었던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인 중앙유라시아지역과 그곳에서 활동한 실크로드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은연중에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잘못된 표현임이 분명하다.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13~14세기 몽골제국 통치기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운명을 개척해간 15인에 대한 생생한 스케치를 통해 중앙유라시아와 실크로드의 역동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오는 장군(6), 상인(4), 지식인(5)의 활동 시기는 몽골제국이 유라시아 지역의 3분의 2를 차지하다시피 했던 13~14세기로, 이때는 이전에도 존재했던 실크로드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 시기다. 몽골 제국 지배 이전 여러 국가와 부족들로 촘촘히 나뉘어 있던 유럽과 중국 사이의 광범한 지역을 중국을 포함하는 몽골이라는 하나의 정치체가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물품, 사람, 사상의 직접/간접적인 광범위한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이들 15인도 한인, 몽골인, 킵착인, 이란인, 유대인 등 그 출신이 다양하다.

 

각자 맡은 지위와 역할, 출신이 다양한 이들이 말 그대로 몽골 실크로드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몽골 지배계층들이 인재 등용시 출신이 아닌 인물의 능력과 재능을 중요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한족 장군인 양정벽(4)과 중앙아시아의 킵착인 장군 툭투카(6)이다.

 

양정벽은 한족 출신이지만, 원에 맞서 동남쪽 복건에 자리한 송나라 반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워 출세한 인물이다. 반군의 완전한 진압으로 몽골은 동남아시아와 인도와의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되었고, 이후로 양정벽은 원나라에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된다. 남인도와 원나라를 수차례 오가며 외교적, 상업적 연결망을 확장한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에 원나라 세력을 확장하는 데도 성공한 것이다. 툭투카는 몽골의 동유럽 원정에서 항복한 몽골인들이 색목인이라 부르는 킵착 출신이었다. 스텝지역 출신인 이들 색목인들의 전투 기술은 원나라 북쪽과 서쪽을 평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었고, 쿠빌라이 카안은 이들을 측근에 두고 긴요하게 활용했다. 덕분에 툭투카는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게 되고, 그의 후손들은 원나라 내부적 후계 투쟁에도 관여하는 실력자가 되기도 한다.

 

우구데이의 손자 카이두의 딸 쿠툴룬(3), 금장 칸국 우즈벡 칸의 황후 타이둘라(10)의 사례는 몽골 고위층 여성들이 제국의 정치, 상업,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잘 보여주는 몽골 만의 독특한 사회적 특성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이란의 유대인 출신으로 일 칸 궁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라시드 앗딘(11), 중앙아시아 캅카스 출신으로 기독교인임에도 쿠빌라이 카안의 신임을 얻어 유럽의 사절 역할과 중앙 정부에서 일 하기도 한 이사 켈레메치(13)의 삶의 궤적을 읽는 이로 하여금 몽골의 능력중심주의와 종교적 개방성에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11장 라시드 앗딘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들어본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생생한 업적과 일대기를 통해 몽골 제국의 영향 아래 구세계가 통합되어 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왔으며, 실크로드를 살아 움직이게 한 주역이자 주인공은 비단, 자기 같은 물품이 아닌 사람임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광범한 영토를 포괄한 몽골 제국, 그리고 그들이 추동한 수많은 인물, 사상, 물품의 흥미로운 이동 사례(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는 몽골 제국이 바꾼 세계와 그 모습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몽골 제국에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주로 대칸 경쟁과 관련된 정치사를 간단히 요약하고 있는 서문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실크로드, 몽골제국 관련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금장 칸국(킵차크 칸국), 몽골 이후의 세계 등 여러 주제에 관심이 생겼다.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고 지식의 공백을 채워야 하겠다는 의무감도 든다.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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