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 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 개정판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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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사람들은 살면서 예측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지 않는다그저 일상에서의 상황예컨대 야구 경기의 결과라든지목표 달성 정도라든지가게의 이번 달 수익이라든지 소소한 상황에서의 가까운 미래의 결과를 예상할 뿐이다때문에흔히 예측의 문제는 경제에서의 성장 전망이라든지정치에서의 정당이나 개인의 득표율 등과 관련되어 있지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하지만 네이트 실버의 이 책을 읽으면 예측이 우리 일상의 삶과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예측에 관한 책을특히나 다양한 주제(정치경제야구도박지구온난화 등)와 이만한 두께로더군다나 깊이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예측의 문제는 그 성패가 뚜렷하고 그에 따른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기 때문에예측에 있어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이러한 책을 쓴다면(쓸 수 있다면신뢰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이러한 측면에서 네이트 실버의 이력은 충분히 남다르다그는 2008년 미국 대선 결과를 주별로 거의 정확하게 맞추어 유명해졌는데이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성적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카지노와 포커에서의 예측의 기술을 익히는 등 실전에서 익힌 예측의 통찰이 이뤄낸 탁월한 결과다.

 

  예측과 관련된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책 전반에 잘 녹아 들어 있다특히나 정치야구체스포커를 다루는 장들에서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예측의 생생한 사례들은 흥미진진하여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읽었다(워낙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금융위기기상지진경제 예측 등을 다루는 다른 장들이 어렵거나 지루하진 않다오히려 매우 재미있다네이트 실버는 예측 이론을 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예측의 적용과 어려움맹점과 난점을 통해서 예측에 관한 다양한 통찰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더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직간접적 인터뷰에서 비롯한 현장감은 내용에 흥미를 더한다.

 

  실버는 한 장(8)을 베이즈 정리에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는데그가 말하는 올바르고 정확한 예측의 핵심은 확률적으로 사고하기이다이 사고의 방법이 바로 베이즈 정리이고베이즈 정리의 핵심대로 사고하는 방식이 바로 베이즈주의이다베이즈주의적으로 사고하기는 대략 다음과 같은 흐름이다먼저 어떤 사건이 일어날 사전 확률을 추정한다그리고 새로운 정보(데이터)를 확보할 때마다 기존의 추정을 조금씩 조금씩 수정해서 더 나아지게 하고 예측의 질을 업데이트 한다사전 확률 추정과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의 수정간단하지만 적용하기는 어렵다추가적인 수많은 정보에서 어떤 정보를 예측의 기반으로 삼아야 할까결국예측의 핵심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호와 소음’ 가려내기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올바른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가치 있는 데이터인 신호와 이를 어렵게 하는 그 외의 수많은 데이터인 소음을 어떻게 가려내고 신호를 예측의 준거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통계와 예측 모델편견에 기반한 예측의 실패 사례(금융위기경제 예측정치)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과 탁월한 판단에 기반한 예측의 성공 사례(기상), 올바른 예측의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하는 사례(지구 온난화테러등은 예측의 문제와 방법올바른 예측의 가능성우리 사회에서의 예측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실버가 베이즈정리의 흥미로운 적용 예시로 집에서 낯선 속옷이 발견되었을 때 배우자가 바람을 필 확률을 따져보고 있는데일상생활에서 베이즈 정리를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물론 이 사례는 아니겠지만). 실버도 말하듯이 이런 확률적 사고가 낯설 수 있지만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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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지구를 누빈 식물의 놀라운 모험담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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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파노 만쿠소는 식물생리학자로 식물지능학이라는 신생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지금도 매우 활발하게 연구 중인 학자로,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략 5~6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인문사회 분야 책만 주로 읽다 문득, ‘과학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집어든 몇 권의 책이 현재까지 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주었는데, 그 몇 권의 책 중 한 권이 바로 스테파니 만쿠소의 <<매혹하는 식물의 뇌>>였다.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식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는데, 특히 식물의 지능과 감각에 대한 재미있으면서도 놀라운 과학적 발견들은 과학책 읽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스테파노 만쿠소라는 작가의 책이라면 믿고 읽게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책은 그와의 첫 만남 이후,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 <<식물혁명>>을 읽었으니, 벌써 네 번째 책이다. 이번 책인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는 그의 주 전공인 식물지능학 보다는 다양한 방법과 절차 및 수단을 통해 생명의 확산을 향한 식물의 끊임없는 추진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쿠소는 이러한 식물의 끈질긴 생존과 다양한 확산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동물 위주의 관점과 사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동물 필터로 식물을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은 동물과는 다른 다양한 삶의 한 형태이다.

 

동물에서는 단수에 중점을 두는 반면, 식물에서는 복수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에는 개별 개체가, 식물에는 집단(한 개체가 가진 다수의 기관)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와 다른 유기체를 볼 때는 유사성이 아닌 이해력의 렌즈를 끼고 관찰해야 한다(8~9pp).

 

  만쿠소는 쉽고 친절하되, 과학적 발견에 뒷받침한 식물의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식물을 동물보다 하등한 예쁘고 아름다운 관상용 생물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1~6장은 씨앗의 확산을 통한 식물의 다양하고 끈질긴 번식력을 찬미하며, 원자폭탄의 피폭에서 살아남은 나무, 한 지역에서 다른 세계로 영토를 확장한 식물들, 입을 떡 벌리게 하는 시간 여행자 씨앗을 활용한 생존, 동물과 공진화하며 생존한 식물들의 사례를 들려준다.

 

  하나같이 유익하고 재미난 식물 이야기들 중에서 유독 더 생각해봐야 할 거리를 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2도망자들,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다의 주요 주제이기도 한 침입식물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이다. 한국의 경우에 현재 우리의 식생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인 감자, 고구마, 토마토, 옥수수 같은 식물들은 사실 남미에서 건너와 우리의 환경에 적응하여 결합하여 살고있는 외래종일 뿐이다. 모르면 몰라도 이렇게 외래종이되 한국에 정착한 식재료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영토 점령에 성공한 식물들을 침입식물로 정의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설사 그것이 자생종에 피해를 미칠지라도 말이다. 이에 대한 만쿠소의 생각은 귀 기울일 만하다

 

잘 살펴보면 과거의 침입식물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침입식물은 현재 우리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미래의 자생식물이다. 나는 이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이 규칙을 항상 염두에 두면 확장을 제한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55p).

 

  위와 같은 생각할 거리 외에도 식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사실들을 접할 수 있다. 과학시간에 배웠더 부레 옥잠이 대단한 적응력과 번식력으로 인해 세계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중 하나라는 것, 수령이 수많년 된 나무들도 존재하며, 수 만년 동안 씨앗의 형태의 식물이 지금도 번식할 수 있다는 것, 17kg에 달하는 무게의 씨앗을 생산하는 칼리피제야자의 번식 방법인 어버이 양육등 식물의 끈질기고도 다양한 생존의 비법들은 식물의 위대함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 또한 한 종일 뿐이라는 겸손함 마저 들게 한다.

 

  이 책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출판된 만쿠소의 네 책 중, 식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읽기 쉽고 편안한 책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해 줄 것이다. 다른 책들 또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긴 하나, 이번 책은 과학의 전문 용어가 거의 나오지 않으며,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발견들을 적절히 언급하며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 다음에는 만쿠소의 다른 책들, 특히 <<매혹하는 식물의 뇌>>를 읽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 곳곳에 삽입된 아름다운 식물 삽화가 눈길을 끈다. 이에 더해 만쿠소가 언급하고 있는 식물의 삽화나 사진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긴 구글에서 학명으로 검색하여 나오는 식물들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긴 했다.


<<식물 혁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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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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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읽는 저자 김시덕. 임지왜란을 다루는 몇 권의 저술 또는 해설(<<그들이 본 임진왜란>> <<그림이 된 임진왜란>> <<교감.해설 징비록>>)로 처음 알게 되었고, 또 다른 흥미로운 저서인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과 작년에 출간된 <<일본인 이야기1>>로 그의 책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1년 만에 기다리던 2권이 나왔다. 이번 2권을 읽으며 작년 1권 출간 당시, 인터넷 매체(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의 했던 김시덕 교수의 아래의 언급을 되새겼다.

 

저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바뀌며 영원한 것은 없으며 당신은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통찰처럼, 굳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하면 어떠한 지역의 정치, 경제적 조건은 언제나 바뀌며 그에 따라 그 지역의 주민도 질적으로 변한다는 사실 뿐입니다. 저는 이처럼 영원히 그 조건을 바꾸는 시기의 지역의 전형적인 사례가 155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의 일본이라고 생각해서 일본인 이야기5권 시리즈에서 이 400년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다섯 권으로 완간될 책이 다룰 시기는 400년간이며, 이 시기가 현대 일본과 일본인을 만든 결정적 시기라는 것. 결국,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일본의 질적변화이며, 이 변화를 만든 대내외적 역사적 사건과 그 속에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시리즈의 핵심인 것이다.

 

  ‘센코쿠 시대, 유럽국가들과의 교섭, 가톨릭의 전파와 수용 및 배척이라는 세 주제를 탁월하게 엮은 <<일본인 이야기1>>을 읽을 때만 해도 1권에서 시리즈가 다루게 될 400년 중 가장 앞선 시긴인 16-17세기 전환기를 다루었으므로, 앞으로의 서술이 특정 주제에 중점을 두되 어느 정도는 통사의 형태를 띠지 않을까 추측해보았으나, 이번 2권에서 이 추측이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시리즈에서 일본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개설하지 않을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시리즈의 목표를 쟁점을 중심으로 일본 사회와 일본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는 것이며 이번 2권의 쟁점을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네덜란드를 제외한 그 밖의 유럽 세력을 추방하고 유럽으로부터의 고립을 택한 일본이 어떻게 2백년간 퇴보했으며, 지배층이 초래한 이 퇴보 상태에서 일본의 피지배민들이 어떤 움직임을 취했는가... (20)

 

  이번 2권의 시대적 배경은 센코쿠 시대 이후 도쿠가와 가문이 지배하는 에도 시대이며, 피지배민 중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했던 농민의 삶을 중심으로 다루되, 당시의 의학 발전에 기여한 의사들 또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2권의 부제는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인데, 에도 시대가 진보였느냐, 퇴보였느냐에 대해서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곳곳에서 언급하고 있다. 보통 센코쿠 시대부터 에도시대를 거쳐 지나 메이지 시대까지를 점점 진보된 시기로 평가하지만, 저자는 물론 장기적으로 진보의 흐름인 것은 맞지만 퇴보의 시기가 존재했고, 에도 시대는 진보가 아닌 퇴보의 시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준거 중 하나가 바로 바로 평범한 사람들, 2권에서 다루는 농민의 삶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당시 유럽과의 비교인데, 이는 에도시대의 전반적인 쇄국정책과 관련이 있다.

 

  1장에서는 이러한 농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에도 시대에 광범위했던 기근의 참상을 자세 히 설명하고 있으며,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마비키(영아 살해), 아이 버리기 등의 행위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도 시대에 농민들이 가난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도쿠가와 막부의 쇄국정책과도 관련 있는데, 네덜란드와의 소규모 교류를 제외한 어떤 교류도 통제하였기 때문에 유럽의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지 못하였고, 이는 곧 농업 기술과 생산력 향상의 정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난학이라는, 보통 일본 의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네덜란드인들을 통해 전해진 유럽의 의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달리 난의학이 일본 의학에 미친 영향은 우두법라는 분야 정도에 그쳤으며, 오히려 당시 일본 의학인 한의학의 발전이 난의학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했음을 당시 일본에서 활약한 수많은 의사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번 2권에서는 1권에서 느낀 장점을 훨씬 뛰어넘는 서술을 보여준다. 우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것. 1권에서 일본에 전해진 카톨릭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센코쿠 시대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주었다면 이번 2권에서는 농민과 의사라는 당시의 피지배민들을 중심으로 에도 시대를 재고할 수 있게 한다. 수많은 원사료와 참고 문헌에서 길어온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들과 이를 엮어 나가는 글 솜씨는 상인을 다루는 3권을 기다리게 만든다. 이 시리즈와 더불어 국내에 출간된 일본 통사, 예컨대 마리우스 젠슨이나 앤드루 고든의 통사를 함께 읽는다면 일본을 이해하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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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강석기의 과학카페 9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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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시즌9. 2012과학 한잔 하실래요?’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 나왔다. 책장에는 그의 책이 1년에 한 권씩 늘어나고 있다. 1권부터 과학카페 시리즈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과학카페를 처음 접한 것은 2년 전 시즌7 <<컴패니언 사이언스>>를 통해서였고, 단번에 이 시리즈에 흥미를 느꼈다. 다양한 분야의 최신 과학 연구 결과를 독자들에게 부담 없는 분량으로, 친절하고 재치 있게 전달하는 강석기씨의 글에서 느꼈던 신선한 매력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 과학카페 이전 시즌들을 한 권씩 구입하게 되었고, 매년 3~5월 경 출간되는 새로운 과학카페 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린다. ‘과학카페에 대한 애정을 너무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이참에 개인적으로 느낀 과학카페의 매력을 이번 시즌9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과 이전 시즌들을 통해 적어보고자 한다.

 

  과학카페의 매력 첫 번째, 책 제목과 연관된 기획 파트의 훌륭함. 시즌 7의 제목은 <<컴패니언 사이언스>>로 여기서 컴패니언(companion)은 동반자를 뜻한다. 표지 그림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여기서 동반자는 반려동물을 뜻하며, 기획파트 부분인 파트1에서는 반려동물인 개와 관련된 최신 연구 결과를 다룬 네 기사를 다루고 있다. 시즌8의 제목은 <<과학의 구원>>으로 기획파트는 주로 지구온난화 문제의 연구와 해결에 대한 과학 연구의 기여를,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시즌9는 코로나19 사태를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 치료, 백신의 문제를 불확실한 시대, 과학이라는 등불이라는 멋진 표제 아래에 다루고 있다. 시즌7도 유익하긴 했으나, 시즌8,9에서의 세계의 당면 문제를 최신 과학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보다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시즌10의 기획파트가 무엇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과학카페의 매력 두 번째, 여러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 과학카페는 보통 8~9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획기사를 다루는 1파트, 최신 연구 결과 중 인구에 회자된 핫 이슈 파트 외의 것들은 과학 분야 별로 구성되어 있다. 시즌9는 건강의학, 신경과학과 심리학, 생태환경, 천문학과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 연구 분야의 기사가 많을 경우 시즌7에서와 같이 인류학을 하나의 파트로 독립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기사들, 그것도 최신 연구 결과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유익한 점이 많다. 나도 그렇거니와 교양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학의 여러 분야 중 좋아하는 한 두 분야가 있고 주로 해당 분야의 책을 읽기 마련이다. 때문에 과학카페에서 접하는 흥미가 덜한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읽음으로써 독서의 편식을 보완해주며, 그 분야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건강의학 부분의 책들은 왠지 개인적으로 멀리하는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져 잘 안 읽는 편인데, 시즌9 건강의학 파트에 나오는 백내장 및 녹내장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설명, 유산소 운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진화론적 연구 결과에 대한 기사는 매우 흥미롭게 읽었으며 앞으로 해당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카페의 매력 세 번째, 기사의 분량과 사진 및 그림. 최신 과학 연구 결과라고 하면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에 게재되는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 논문을 생각하기 마련이고 지레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카페에서는 해당 논문들의 연구 결과를 다루되, ‘적절한분량과 최대한 쉬운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시즌9의 양자컴퓨터를 다루는 부분이 있는데, 평소 양자역학을 이해하고자 꽤나 노력했으나 생각보다 잘 안되어 뛰어넘을까 하다, 한 번 읽어보았는데, 길지 않은 분량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양자역학이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미칠 지대한 영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펼쳐보면 알겠지만 컬러로 된 각종 사진 및 그림과 그래프들이 연구 결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간혹 강석기씨가 직접 그린 그림도 나오는데 꽤나 실력이 있으신 것 같다.

 

  호흡이 길지 않은 기사들을 분야별로 4~5개 정도씩을 한 파트로 다루고 있어 흥미 있는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최신 연구 결과들을 읽다보니 똑똑해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간혹 아는 척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으니 읽는 재미는 빠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최신 시즌부터 역으로 한 기사씩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시즌9부터 찬찬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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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
사이먼 L. 루이스.마크 A. 매슬린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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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세(anthropocene)’, 인류가 만든 급격한 환경 변화의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 20년 전인 2000,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첸에 의해 처음 제창된 이후 이제 이 용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소한 지질시대개념만은 아닌 듯하다. ‘인류세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지식백과의 용어 설명뿐만 아니라 관련 기사, 다큐멘터리 등도 꽤나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세와 관련된 책들도 생각보다 많은데, 읽어본 책들만 살펴보면 인간에 의한 생물종의 대량 멸종이라는 개인적 관심에서 출발한 생태학적 관점의 책인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 등이 있으며, 인류세가 미친 전 지구적 양상을 살핀 가이아 빈스의 <<인류세의 모험>>,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에이지>> 도 훌륭하다. 이 책 <<사피엔스가 지배한 행성>> 또한 인류세를 다루고 있으나, 앞의 책들과는 서술의 초점이 달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사이먼 루이스와 마크 매슬린이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듯, 이 책은 크게 네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째, 인류 역사와 지구 역사가 얽힌 인류세를 지질학과 지구시스템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기(11장 중 1~3). 둘째, 인간의 생활양식에 변화를 가져온 주요 전환점 네 가지, 1만 년 전의 농경의 시작, 16~17세기의 콜럼버스적 전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로의 화석에너지의 사용과 1945년 이후의 소비자본주의(4~7)를 다루고 있다. 셋째, 네 전환점을 검토하며 지질학적 관점에서 인류세의 시작을 정의하고(8~9), 넷째, 지구 시스템 과학의 관점에서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류의 미래를 살펴본다(10~11).

 

   개인적으로 체계가 잘 잡혀 있고 서술 목적이 뚜렷이 드러난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그렇다. 각 주제별 분량이 적절히 분배되어 있으며, 뒤의 주제들은 앞의 주제들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서술되어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첫째, 둘째 주제를 다 1~7장은 과학사, 고인류학, 고생물학, 지질학, 고고학, 역사학(주로 근세 또는 근대) 지식을 활용하여 인류세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이게 되었는지 검토하며, 인류세라는 지질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지질시대의 기초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고,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과정을 한 번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정착생활과 농경이 인류의 보편적인 생활양식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과 콜럼버스적 전환이 가져온 생태적, 전지구적 변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의 변화된 모습을 짧지만 압축적으로 설명한다.(개인적으로 익숙한 내용들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정리해주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7장까지는 큰 이견이 없는 부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8~11장까지는 꽤나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7장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저자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도 이 뒷부분에 있다. 뒷부분을 읽으면 책 뒷면에 나오는 인류세 논쟁에 불을 붙인 책이라는 홍보문구가 왜 붙었는지 금방 이해가 간다. 이 책의 핵심은 다음의 두 가지 질문 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첫째, ‘인류세는 언제 시작되었는가’. 인류세의 시점 또는 그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그 시기가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치적 대응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인류세의 시작 논의에서의 기존 견해들인 농경의 시작이나 종전 직후 1945년이라는 견해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인류세의 시작은 1610년이라고 주장한다. 이 시기는 자본주의적 생활방식으로 전환되는 시기이자, 인간이 생태계에 직접적이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둘째 질문은 인류세에서의 인간의 삶(생활양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저자들이 보기에 현재의 소비 자본주의 생활양식은 점점 늘어가는 에너지의 가용성, 정보의 흐름, 인적 집단과 단체의 빠른 증가로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물론 현 생활방식의 붕괴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대한 전 지구적 행동뿐만 아니라, 과잉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기본 소득 제공’,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하여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한) ‘지구의 절반을 다른 종을 위해 양보하기 등의 급진적이면서도 논쟁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장기적인 사회의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라 이러저러한 생각을 많이 하고 읽었으며, 논쟁이 많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론 매우 다행스럽다. 저자의 말대로 인류세에서 현재의 인류는 언제까지나 지금의 소비자본주의 생활양식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이후의 삶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때가 아닐까,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

 

  21세기 초 인류의 주요 임무는 이 엄청나고 벅찬 힘을 활용해 생명을 떠받드는 지구의 기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급속한 기후 변화 속에서 다가오는 혼란을 제한하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여 인류의 고통과 생물종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일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과제는 인간의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파괴력을 먼저 인지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줄이고자 에너지와 경제 시스템을 보다 신속하게 변화시키는 것이다(4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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