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지구를 누빈 식물의 놀라운 모험담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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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파노 만쿠소는 식물생리학자로 식물지능학이라는 신생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지금도 매우 활발하게 연구 중인 학자로,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략 5~6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인문사회 분야 책만 주로 읽다 문득, ‘과학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집어든 몇 권의 책이 현재까지 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주었는데, 그 몇 권의 책 중 한 권이 바로 스테파니 만쿠소의 <<매혹하는 식물의 뇌>>였다.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식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는데, 특히 식물의 지능과 감각에 대한 재미있으면서도 놀라운 과학적 발견들은 과학책 읽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스테파노 만쿠소라는 작가의 책이라면 믿고 읽게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책은 그와의 첫 만남 이후,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 <<식물혁명>>을 읽었으니, 벌써 네 번째 책이다. 이번 책인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는 그의 주 전공인 식물지능학 보다는 다양한 방법과 절차 및 수단을 통해 생명의 확산을 향한 식물의 끊임없는 추진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쿠소는 이러한 식물의 끈질긴 생존과 다양한 확산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동물 위주의 관점과 사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동물 필터로 식물을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은 동물과는 다른 다양한 삶의 한 형태이다.

 

동물에서는 단수에 중점을 두는 반면, 식물에서는 복수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에는 개별 개체가, 식물에는 집단(한 개체가 가진 다수의 기관)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와 다른 유기체를 볼 때는 유사성이 아닌 이해력의 렌즈를 끼고 관찰해야 한다(8~9pp).

 

  만쿠소는 쉽고 친절하되, 과학적 발견에 뒷받침한 식물의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식물을 동물보다 하등한 예쁘고 아름다운 관상용 생물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1~6장은 씨앗의 확산을 통한 식물의 다양하고 끈질긴 번식력을 찬미하며, 원자폭탄의 피폭에서 살아남은 나무, 한 지역에서 다른 세계로 영토를 확장한 식물들, 입을 떡 벌리게 하는 시간 여행자 씨앗을 활용한 생존, 동물과 공진화하며 생존한 식물들의 사례를 들려준다.

 

  하나같이 유익하고 재미난 식물 이야기들 중에서 유독 더 생각해봐야 할 거리를 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2도망자들,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다의 주요 주제이기도 한 침입식물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이다. 한국의 경우에 현재 우리의 식생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인 감자, 고구마, 토마토, 옥수수 같은 식물들은 사실 남미에서 건너와 우리의 환경에 적응하여 결합하여 살고있는 외래종일 뿐이다. 모르면 몰라도 이렇게 외래종이되 한국에 정착한 식재료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영토 점령에 성공한 식물들을 침입식물로 정의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설사 그것이 자생종에 피해를 미칠지라도 말이다. 이에 대한 만쿠소의 생각은 귀 기울일 만하다

 

잘 살펴보면 과거의 침입식물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침입식물은 현재 우리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미래의 자생식물이다. 나는 이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이 규칙을 항상 염두에 두면 확장을 제한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55p).

 

  위와 같은 생각할 거리 외에도 식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사실들을 접할 수 있다. 과학시간에 배웠더 부레 옥잠이 대단한 적응력과 번식력으로 인해 세계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중 하나라는 것, 수령이 수많년 된 나무들도 존재하며, 수 만년 동안 씨앗의 형태의 식물이 지금도 번식할 수 있다는 것, 17kg에 달하는 무게의 씨앗을 생산하는 칼리피제야자의 번식 방법인 어버이 양육등 식물의 끈질기고도 다양한 생존의 비법들은 식물의 위대함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 또한 한 종일 뿐이라는 겸손함 마저 들게 한다.

 

  이 책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출판된 만쿠소의 네 책 중, 식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읽기 쉽고 편안한 책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해 줄 것이다. 다른 책들 또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긴 하나, 이번 책은 과학의 전문 용어가 거의 나오지 않으며,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발견들을 적절히 언급하며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 다음에는 만쿠소의 다른 책들, 특히 <<매혹하는 식물의 뇌>>를 읽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 곳곳에 삽입된 아름다운 식물 삽화가 눈길을 끈다. 이에 더해 만쿠소가 언급하고 있는 식물의 삽화나 사진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긴 구글에서 학명으로 검색하여 나오는 식물들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긴 했다.


<<식물 혁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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