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고 읽는 저자 김시덕. 임지왜란을 다루는 몇 권의 저술 또는 해설(<<그들이 본 임진왜란>> <<그림이 된 임진왜란>> <<교감.해설 징비록>>)로 처음 알게 되었고, 또 다른 흥미로운 저서인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과 작년에 출간된 <<일본인 이야기1>>로 그의 책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1년 만에 기다리던 2권이 나왔다. 이번 2권을 읽으며 작년 1권 출간 당시, 인터넷 매체(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의 했던 김시덕 교수의 아래의 언급을 되새겼다.

 

저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바뀌며 영원한 것은 없으며 당신은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통찰처럼, 굳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하면 어떠한 지역의 정치, 경제적 조건은 언제나 바뀌며 그에 따라 그 지역의 주민도 질적으로 변한다는 사실 뿐입니다. 저는 이처럼 영원히 그 조건을 바꾸는 시기의 지역의 전형적인 사례가 155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의 일본이라고 생각해서 일본인 이야기5권 시리즈에서 이 400년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다섯 권으로 완간될 책이 다룰 시기는 400년간이며, 이 시기가 현대 일본과 일본인을 만든 결정적 시기라는 것. 결국,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일본의 질적변화이며, 이 변화를 만든 대내외적 역사적 사건과 그 속에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시리즈의 핵심인 것이다.

 

  ‘센코쿠 시대, 유럽국가들과의 교섭, 가톨릭의 전파와 수용 및 배척이라는 세 주제를 탁월하게 엮은 <<일본인 이야기1>>을 읽을 때만 해도 1권에서 시리즈가 다루게 될 400년 중 가장 앞선 시긴인 16-17세기 전환기를 다루었으므로, 앞으로의 서술이 특정 주제에 중점을 두되 어느 정도는 통사의 형태를 띠지 않을까 추측해보았으나, 이번 2권에서 이 추측이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시리즈에서 일본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개설하지 않을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시리즈의 목표를 쟁점을 중심으로 일본 사회와 일본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는 것이며 이번 2권의 쟁점을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네덜란드를 제외한 그 밖의 유럽 세력을 추방하고 유럽으로부터의 고립을 택한 일본이 어떻게 2백년간 퇴보했으며, 지배층이 초래한 이 퇴보 상태에서 일본의 피지배민들이 어떤 움직임을 취했는가... (20)

 

  이번 2권의 시대적 배경은 센코쿠 시대 이후 도쿠가와 가문이 지배하는 에도 시대이며, 피지배민 중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했던 농민의 삶을 중심으로 다루되, 당시의 의학 발전에 기여한 의사들 또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2권의 부제는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인데, 에도 시대가 진보였느냐, 퇴보였느냐에 대해서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곳곳에서 언급하고 있다. 보통 센코쿠 시대부터 에도시대를 거쳐 지나 메이지 시대까지를 점점 진보된 시기로 평가하지만, 저자는 물론 장기적으로 진보의 흐름인 것은 맞지만 퇴보의 시기가 존재했고, 에도 시대는 진보가 아닌 퇴보의 시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준거 중 하나가 바로 바로 평범한 사람들, 2권에서 다루는 농민의 삶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당시 유럽과의 비교인데, 이는 에도시대의 전반적인 쇄국정책과 관련이 있다.

 

  1장에서는 이러한 농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에도 시대에 광범위했던 기근의 참상을 자세 히 설명하고 있으며,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마비키(영아 살해), 아이 버리기 등의 행위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도 시대에 농민들이 가난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도쿠가와 막부의 쇄국정책과도 관련 있는데, 네덜란드와의 소규모 교류를 제외한 어떤 교류도 통제하였기 때문에 유럽의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지 못하였고, 이는 곧 농업 기술과 생산력 향상의 정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난학이라는, 보통 일본 의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네덜란드인들을 통해 전해진 유럽의 의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달리 난의학이 일본 의학에 미친 영향은 우두법라는 분야 정도에 그쳤으며, 오히려 당시 일본 의학인 한의학의 발전이 난의학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했음을 당시 일본에서 활약한 수많은 의사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번 2권에서는 1권에서 느낀 장점을 훨씬 뛰어넘는 서술을 보여준다. 우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것. 1권에서 일본에 전해진 카톨릭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센코쿠 시대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주었다면 이번 2권에서는 농민과 의사라는 당시의 피지배민들을 중심으로 에도 시대를 재고할 수 있게 한다. 수많은 원사료와 참고 문헌에서 길어온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들과 이를 엮어 나가는 글 솜씨는 상인을 다루는 3권을 기다리게 만든다. 이 시리즈와 더불어 국내에 출간된 일본 통사, 예컨대 마리우스 젠슨이나 앤드루 고든의 통사를 함께 읽는다면 일본을 이해하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