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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 개정판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평점 :
보통의 사람들은 살면서 예측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의 상황, 예컨대 야구 경기의 결과라든지, 목표 달성 정도라든지, 가게의 이번 달 수익이라든지 소소한 상황에서의 가까운 미래의 결과를 ‘예상’할 뿐이다. 때문에, 흔히 ‘예측’의 문제는 경제에서의 성장 전망이라든지, 정치에서의 정당이나 개인의 득표율 등과 관련되어 있지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이트 실버의 이 책을 읽으면 ‘예측’이 우리 일상의 삶과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예측에 관한 책을, 특히나 다양한 주제(정치, 경제, 야구, 도박, 지구온난화 등)와 이만한 두께로, 더군다나 깊이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예측의 문제는 그 성패가 뚜렷하고 그에 따른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기 때문에, 예측에 있어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이러한 책을 쓴다면(쓸 수 있다면) 신뢰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네이트 실버의 이력은 충분히 남다르다. 그는 2008년 미국 대선 결과를 주별로 거의 정확하게 맞추어 유명해졌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성적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카지노와 포커에서의 예측의 기술을 익히는 등 실전에서 익힌 예측의 통찰이 이뤄낸 탁월한 결과다.
예측과 관련된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책 전반에 잘 녹아 들어 있다. 특히나 정치, 야구, 체스, 포커를 다루는 장들에서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예측의 생생한 사례들은 흥미진진하여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읽었다(워낙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금융위기, 기상, 지진, 경제 예측 등을 다루는 다른 장들이 어렵거나 지루하진 않다. 오히려 매우 재미있다. 네이트 실버는 예측 ‘이론’을 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예측의 적용과 어려움, 맹점과 난점을 통해서 예측에 관한 다양한 통찰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직간접적 인터뷰에서 비롯한 현장감은 내용에 흥미를 더한다.
실버는 한 장(8장)을 ‘베이즈 정리’에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올바르고 정확한 예측의 핵심은 ‘확률적으로 사고하기’이다. 이 사고의 방법이 바로 ‘베이즈 정리’이고, 베이즈 정리의 핵심대로 사고하는 방식이 바로 ‘베이즈주의’이다. 베이즈주의적으로 사고하기는 대략 다음과 같은 흐름이다. 먼저 어떤 사건이 일어날 사전 확률을 추정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데이터)를 확보할 때마다 기존의 추정을 조금씩 조금씩 수정해서 더 나아지게 하고 예측의 질을 업데이트 한다. 사전 확률 추정과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의 수정. 간단하지만 적용하기는 어렵다. 추가적인 수많은 정보에서 어떤 정보를 예측의 기반으로 삼아야 할까? 결국, 예측의 핵심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호와 소음’ 가려내기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올바른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가치 있는 데이터인 ‘신호’와 이를 어렵게 하는 그 외의 수많은 데이터인 ‘소음’을 어떻게 가려내고 신호를 예측의 준거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통계와 예측 모델, 편견에 기반한 예측의 실패 사례(금융위기, 경제 예측, 정치)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과 탁월한 판단에 기반한 예측의 성공 사례(기상), 올바른 예측의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하는 사례(지구 온난화, 테러) 등은 예측의 문제와 방법, 올바른 예측의 가능성, 우리 사회에서의 예측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실버가 베이즈정리의 흥미로운 적용 예시로 ‘집에서 낯선 속옷이 발견되었을 때 배우자가 바람을 필 확률’을 따져보고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베이즈 정리를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물론 이 사례는 아니겠지만). 실버도 말하듯이 이런 확률적 사고가 낯설 수 있지만,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한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