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의 비밀
김태유.김대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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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의 비밀 The Secrets of Hegemony

2025. 11. 8

역사에서 어떤 나라가 강한 나라였는가? 어떻게 강한 나라가 되었는가? 그 나라는 왜 망했는가? 이런 의문은 중등 교육과정에서 핵심 내용으로 다루고 암기한다. 우리는 왜 그렇지 못했는가를 자문하면, 성리학이나 신분사회 등으로 답을 내고 답답함을 느끼며, 조상들의 못남을 탓하기 쉽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기존 사회가 형성한 지식이고, 지식의 대부분은 서양 학문으로부터 받아들였다. 이 과정은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에서 서구의 입장을 받아들이다 보니 우리의 모습은 왜곡되었고 왜소해졌다.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은 산업화를 이루기 전 유럽에서 어떤 나라가 강대국이었는가를 서술한다. 팀 마샬은 지리의 힘연작을 통해 지정학의 관점에서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자크 아탈리는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로 유럽은 죽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카렌 암스트롱은 축의 시대로 현재는 과거 축의 시대의 통찰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한다. 토인비와 슈펭글러, 새뮤얼 헌팅턴도 자신의 관점에서 세계적 강대국, 문명의 흥망성쇠를 논한다.

 

패권의 비밀은 앞에 언급한 석학들과 다른 관점에서 헤게모니를 연구한 역작으로 서울대 명예교수 김태유의 연구 결과로 유튜브에서 강좌로도 만날 수 있다. 많다고 할 수 없어도 적지 않은 책을 읽었기에, 패권의 비밀이 가진 관점은 신선함 이상의 통찰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패권을 정의하며 마르크스와 그람시, 아리스테이데스, 클라우제비츠 등을 언급하면서 패권국이 국제관계에서 경제적 부국인 동시에 정치 사회 문화 영역에서도 강대국임을 전제로 하여 한 나라의 패권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조건의 문제인 경제적 잉여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수단, 그 방식으로서의 경제 체제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부각하여 다룬다.

 

김태유의 통찰이 보여주는 핵심 가치는

첫째, 농업사회는 감속 사회이고 산업 사회는 가속 사회라는 점이다. 감속 사회란 토지에 최대의 노동력을 투입해도 생산량의 증대는 한계가 있으므로 농업사회가 생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농민을 착취하거나 대외 정복이 필요했다. 산업 사회는 공급 부문의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글로벌 확대재생산 체제를 구축해 강대국으로 성장 유지 발전한다는 것이다.

둘째, 농업사회는 사회의 유지를 위해 신분제, 계급과 같은 엄격한 구조를 갖고 농민을 착취하기 위해 인간의 수양을 강조했다. 우리가 고전이라 말하는 동양의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이 그렇다. 산업 사회는 개인의 역량, 자율성, 과학, 기술혁신, 창의성을 강조해 사회의 잠재력과 생산력을 키우려 한다.

셋째, 경제와 전쟁은 순환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파괴적인 일이지만,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경제 성장을 이끄는 계기였음을 밝힌다. 전쟁을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에 군산복합체가 이바지한 점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넷째, 위와 같은 핵심 내용은 농업제국 스페인의 몰락, 상업제국 네덜란드의 흥망, 산업화를 이끈 영국, 2차 산업화를 이끈 미국에서 찾아내 농업사회의 강대국들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산업 사회의 강대국이 세상을 이끌어 가고 있음을 설명한다.

 

결국, 패권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저자는 패권의 비밀에 다양하고 수많은 통계치를 활용하는 경제학자로 역사학을 따로 배웠다)가 경제와 전쟁의 선순환이며, 그러한 비밀은 간명한 이론(김태유의 이론)과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 내용을 토대로 역사를 가르쳐왔던 타성을 반성하고, 독서로 교양을 쌓는 일이야말로 가르치는 사람이 평생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할 일임을 생각한다. 김태유 교수의 말에 따르면, 패권의 비밀주요 내용은 서울대 박사과정에서 한 해 동안 가르치는 내용이란다.

첫째, 책이 가진 핵심 내용은 서구 지식인이 동양 유학생에게 주입한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란 것이 기쁜 일이다.

둘째, 한국에서도 서구 석학의 연구물에 뒤지지 않는 통찰로 농업사회와 산업 사회를 비교하고 경제 잉여의 관점에서 경제와 전쟁의 순환이라는 이론을 구성하니 반갑다.

셋째, 인구수, 군사력, 경제력, 영토 등의 변수와 지정학 말고도 강대국의 흥망을 경제적 잉여, 경제와 전쟁이란 주제로 설명할 수 있음이 즐겁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큰 인사이트를 준 책은 패권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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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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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2025. 10. 31()

 

개소리란 새빨간 거짓말을 말한다. 거짓에서 더 나아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만들어 낼 때 붙일 수 있다. 개소리는 계속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많은 댓글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소리를 이어가는 사람도 많다. 왜 이런 개소리가 계속되는 걸까? 과거 언론 보도를 찾아보거나, 현장에 가보기만 해도 답이 있는데. 이는 한국의 경우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출입기자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탐사보도 기자만이 제 몫을 하는 기자라는 판단한다.

(meme)은 허위 정보로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의 저자 제임스 볼은 밈에 대해 매우 위험한 사건을 낳지 않더라도 이런 종류의 메시지는 개소리를 실어나르는 완벽한 매체라고 본다. 이런 정보는 선뜻 믿고 공유하면서도 이와 다른 정보를 주는 주류 언론은 믿지 않으려는 대중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적절한 순간에 등장하는데 개소리가 만드는 말도 안되는 프레임을 걷어내는 일은 프레임을 씌우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

 

책에서 제임스 볼은 개소리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여러 사례를 들어 다각도로 보여준다. 본문의 내용은 1누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 2탈진실의 시대 개소리가 진실을 압도한다’ 3우리는 왜 개소리의 유혹에 넘어가는가’ 4진실을 수호하는 가장 현명한 대처법으로 구성돼 있는데 1, 2, 3부에는 주로 미국과 영국 매체를 중심으로 사례를 살펴보고 있어 내용이 지루하기도 하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서로 치고받고 싸우게 내버려두는 미디어의 오랜 관행은 거짓말을 하는 쪽에 유리했다. 온라인의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다. 영국 언론인 존 다이아몬드는 1995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인터넷의 진짜 문제는 그곳에 쓰인 모든 내용이 진실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삶과 거짓을 분간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최근 챗Gpt로 쓰는 글도 모두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 하나는 챗Gpt로 글을 내고 책도 낸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모든 정보가 똑같이 신뢰받는 현상이 필터 버블(인터넷 이용자가 선별된 정보만 접하면서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효과로 더욱 극심해졌다.

왜 이렇게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는 걸까?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기사들의 홍수 속에서 방문자를 최대한 확보하려면 어떤 논란이든 과장 모드로 당파적인 독자들을 대거 끌어모아야 한다. 이 특별한 비지니스 모델은 결국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난다.

우리가 개소리에 제대로 맞서려면 적당히 대처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 없이는 절대로 정치적 성향을 넘어서 토론할 수 없고 그저 상반된 담론을 향해 고함치는 데 그치고 만다. 이는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해친다. 따라서 이 책의 존재 이유는 건전한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확대해석할 수 있다.

 

1: 누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다. 소셜 미디어의 공유 기능은 개소리를 유포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책은 Facebook을 사례로 들고 있다. 페이스북은 매일 12억 명(2017년 기준)이 이용하는데 CNN이나 기타 뉴스 채널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 영향력으로 대적할 상대가 없다. “대다수 가짜 뉴스와 개소리가 Facebook을 이용한다.”라는 문장은 출간된 2017년 미국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2025년에는 Facebook보다는 YouTube의 알고리즘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인다.

개소리가 퍼지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하는 일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흐름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책이 제시한 영국사례를 보면, 1983년 이후 영국인 4명 중 1명만 기자를 믿는다고 한다.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부동산 중개인이나 은행업자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보다 훨씬 낮다. 수 세기 동안 미디어는 정부와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는 역할을 했기에 19세기 들어 미디어를 일컬어 4 계급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미디어가 영향력과 신뢰를 잃으면 권력의 책임을 묻는 능력도 약해진다.

우리를 조종하는 정치인의 사례로 트럼프를 들어 설명한다. 트럼프 특유의 미디어 전략은 나중에 뉴스를 주겠다는 언질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는 메카시의 경험을 따라 하는 것이다. 메카시는 기저에 깔린 사실을 흥미롭고 모호하게 재구성해서 신문에 보도될 만한 사건으로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라고 평가받는다. 상원의원 메카시의 정치 생명을 키운 것은 그를 적대시한 기자들이었다. 트럼프의 호전성과 개소리 미디어 폭격은 흔히 미디어가 곧장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으로 대처법을 알아두어야 할 매우 새로운 현상으로 언급한다. 그런데 상황에서 왜 이준석이 떠오르는 것일까? 재판정에서 특전 사령관을 대상으로 개소리를 하는 윤은 원래가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개소리를 막기 위한 노력 중 하나는 우리의 현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2: 탈진실의 시대 개소리가 진실을 압도한다.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장악했는가? 도널드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사실들로 이루어진 수많은 집속탄과 증명하기 어려운 의혹들을 만들었다. 적을 계속 바꾸면서 극렬한 경쟁자들조차 그의 연설 중 어떤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무시해야 하는지를 놓고 얼얼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 사회에서 음모론은 정치 담론의 주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트럼프는 미디어를 적으로 보는 대통령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3: 우리는 왜 개소리의 유혹에 넘어가는가

우리가 왜 개소리에 끌려다니는지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인간의 심리 구조는 유혹에 취약하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인다’, ‘생각을 바꾸는 것에 대하여 반발심을 드러낸다’, ‘우리는 숫자 놀음에 속고 있다’, ‘집단에 동조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공통의 적은 소속감을 만들어낸다등의 소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개소리가 돈이 되기에 개소리는 언론 매체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고, 뉴스를 광고로 사용하는 대행사와 홍보회사도 유혹에 힘을 보탠다. 미국과 영국에서 제대로 된 기사를 보려면 기사를 71번이나 클릭해야 볼 수 있다고 제임스 볼은 지적한다. 또한 소셜 플랫폼이 가진 콘텐츠 노출 결정권도 유혹에 넘어가게 한다.

 

4: 진실을 수호하는 가장 현명한 대처법

최근 팩트 체크를 중시하는 언론과 미디어의 노력이 있다. 전부 거짓은 아니기에 더 위험한 나쁜 뉴스가 가지는 문제에 주목하자고 한다.

개소리에 맞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정치인에게는 설명하지 말라, 불평하지 말라, 가짜 뉴스에만 주목하지 말라, 학교에서 미디어 문해력을 길러주자, 내가 속한 체계를 무너뜨리지 말자, 표적광고를 대중의 감시 아래 두자, 굳이 기성 권력의 일부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다.

미디어는 제목에 유의하자, 복잡함은 미덕이 아니다. 허공의 관점을 다시 고민해 보자. 기자들의 내부 사정을 설명하자. 독자가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오도록 돕자. 사실 검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신뢰받고 싶다면 신뢰를 주는 매체가 되자. 오보만큼 정정기사를 널리 알릴 방법을 찾아 내가 얻은 콘텐츠의 출처를 떠올려보자. 가짜 뉴스 매체에 자금을 대지 말자. 과학 전문 기자에게 조언을 얻자. 새로운 공공매체를 만들자. 일부 독자가 떠나는 일을 살펴보자 등의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독자와 유권자라면, 나의 필터 버블을 터뜨리자. 통계를 어느 정도 알아두자. 음모론에 굴복하지 말자. 내가 믿는 담론을 믿지 않는 담론만큼 의심해 보자고 제안한다.

 

현실은 음모론보다 복잡하다. 개소리를 구별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노력과 신중함이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세계를 뒤덮고 있는 정치와 언론의 개소리에 관하여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데 제임스 볼은 당신이 오늘 보고 들은 것은 진심입니까?라고 묻고 있다. 결론적으로 개소리란 아무렇게나 짓거리는 조리없고 당치 않은 말, 진실이나 거짓 어느 쪽으로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허구의 담론이다.

읽는데 쏟은 시간만큼 건져낼 것은 많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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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 - 천년의 제왕학 교과서
오긍 지음, 김영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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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 1

2025. 10. 10~22

 

오금이 지은 정관정요는 당나라 시조인 태종의 치세에 어떻게 나라를 다스렸는가를 기록한 역사서로 리더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운다.

요약한 글 분량이 a4 8, 10,000자다. 다 옮겨두고 읽기를 바라는 것은 폭력일지 모른다.

브런치에 2회로 나누어 옮긴다.

고구려를 정벌하려다 요동 안시성에서 패하여 돌아간 이세민, 당 태종을 바라보는 민족주의적, 역사적 감정을 잠시 놓아두고 리더십이란 관점에 따라 읽으면서 202412월 이후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와 견주니 당 태종의 리더십은 그저 옛날 일이라고 치부하고 나 몰라라 하기엔 아까운 책이다.

 

1 군주의 도

군도君道 군주의 도

군주가 바르면 나라가 안정된다. 몸이 곧은데도 그림자가 기울고, 윗사람이 훌륭히 다스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랫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다. 다스림에는 세 가지가 있다. 무위지치無爲之治가 상책이고, 덕으로써 다스리는 것은 차선책, 군주가 선한 생각을 하지 않고, 사물의 종말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으며, 화려함만을 쫓으며 만족할 줄 모르고 다스림은 가장 낮은 계책이다. 처음에 훌륭했던 자는 확실히 많지만, 끝까지 훌륭한 행실을 한 이는 아주 적다. 백성들의 원한을 부르는 것은 일의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 두려워할 것은 민심에 있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고 뒤집을 수도 있으므로 마땅히 신중해야 한다. 무위지치의 열 가지 방법을 상술한다 (p.42~43) 군주와 신하의 관계는 물고기와 물의 관계와 같다. 군주는 편안함을 경계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둘이 탄핵된 것은 군주의 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다. 물과 배, 물고기와 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았다. 맹자의 사상이나 당 태종과 위증을 비롯한 신하들과의 대화를 공부했다면 좋았을 것을. 권한의 크기와 상관없이 리더에게 주는 가르침을 생각한다.

 

정체政體 정치의 요체

물과 물고기의 관계로 비유하며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다룬다. 당 태종은 활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를 알겠는가라고 자기를 낮추고 위징을 비롯한 신하들과 토론하며 나라 다스림에 골몰한다. 창업의 단계를 지나 수성의 단계에는 무예보다 유학과 도덕 규범, 아름다운 풍속을 중시해야 한다. 신하의 침묵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고, 군주가 지나치게 꼼꼼하면 사리에 밝지 못하다. 구중궁궐을 벗어나기 위해 신하와 토론의 빈도를 높인다. 직간하는 신하를 원하라. 뿌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가지와 잎이 무성해진다. 공정하고 국가의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등이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다룬 문장이다. 탁월한 기술자가 다듬어야 보옥이 빛을 보듯 신하들의 조언과 간언이 자신(태종)을 만들었다고 인식한다. 21세기 한국 정치에 적용해도 타당한 글로 고전은 낡은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한다.

 

2 인재관과 간언 수용

임현任賢 현신을 임용하라

어질고 현명한 신하를 얻어 곁에 두는 일은 쉽지 않다. 당 태종을 위해 자신들의 재능과 역량을 다 바쳤고 비난에 가까운 간언도 서슴치 않음으로써 나라의 기강을 확립하는 데 일조했던 여덟 명의 신하를 소개한다. 방현령은 창업의 공신으로 두여회를 천거했고, 함께 은태자 이건성의 반란을 평정하고 공동으로 조정의 정서를 관장해 조정 기구의 규모, 법령, 제도, 문물에 이르기까지 상의해서 정했다. 당대인들은 두 사람을 합쳐 방두房杜라고 일컬었다.

위징은 자치통감에서도 언급하는 신하로 충심으로 간언한다. 300회가 넘는 간언을 한 위징이나 이를 받아들인 태종은 당의 수성을 위해 진심이었다. 태종은 간의대부로 활동한 왕규가 인물의 그릇을 분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변론에도 탁월했다고 평가한다. 이정은 북방 돌궐을 평정하는 공을 세웠고, 우세남은 태종과 고금의 정치를 평했다. 태종은 우세남의 덕행, 충직, 박학, 문장의 준수함, 서법의 청준함을 칭찬했다. 전략가 이적(서적인데 태종이 이씨를 하사함), 변론가 마주까지 기록하였다.

 

구간求諫 간언을 장려하라

간언에 대한 태종의 태도는 다음과 같았다. “현명한 군주가 현명한 신하를 만나는 것만이 물고기가 물을 만나는 것과 같아 천하가 안정될 수 있소. 나는 비록 현명한 군주라고 할 수 없으나, 다행히 여러 대신이 끊임없이 나를 보좌해 잘못을 바로잡아 허물을 보충해주고 있소. 여러분의 정직한 간언과 바른 논의에 의지해 천하를 태평성대로 만들기를 바라오.”(p.105)

간언하는 신하가 있어야 멸망하지 않는다고 믿고 적이라도 심복으로 받아들이려 했으며, 게으름과 감정적인 화를 경계하며, 간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문제의 싹을 미리 잘랐다.

 

납간納諫 간언을 수용하라

태종이 반역자의 여자를 빼앗고, 건원전을 중수하고, 애마를 죽인 사육사를 죽이려 하자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태종은 신하의 간언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여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다. 격하고 절박한 간언은 비방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달콤한 말로 가득 찬 상소문을 경계하라. 장점을 보고 등용해야 한다. 태종이 신하의 솔직하고도 거침없는 비판을 수용하려고 애썼으며, 이 때문에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었다.

 

3 관리 선발론

군신감계君臣鑒戒 군주와 신하가 거울삼아 경계함

수왕조의 무고한 주살을 교훈 삼아 신하된 자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언인지 말한다. 나랏일을 처리할 때는 신하를 각자의 능력에 따라 중대한 임무는 대신들에게 맡기고, 작은 일은 소신들이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적재적소에 관리를 배치하는 방법이다.

 

택관擇官 관리 선발

위징은 말한다. 천하가 혼란할 때에는 오직 가진 재능만을 요구할 뿐 그들의 덕행여부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태평성대에는 재능과 덕행을 모두 갖춘 사람난이 기용될 수 있다. 다스림의 근본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다. 포상과 징벌에 공정하여야 한다.

 

봉건封建 봉건제

태종은 봉건제가 자손 대대로 왕권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라 여기고 시행하려 했다. 신하들은 친척을 살리는 길이며, 제후의 자제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부친이나 선배가 이룬 창업의 어려움을 잊고 음란하고 포악한 행위를 일삼게 되어 나라의 기강이 뒤흔들리게 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관직과 작위의 세습을 폐지하면 어질고 능력있는 사람을 등용할 수 있다고 간언하자 태종은 신하의 의견을 수용한다.

 

4 태자 교육과 위계질서

태자제왕정분太子諸王定分 태자와 왕자들의 서열 정하기

속담, ‘가난한 사람은 절약을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절약하고, 부귀한 사람은 사치를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치한다.’ 군주의 아들 가운데 적자인 태자와 서자인 여러 왕의 신분상의 차이에 관해 논한다.

 

존경사전尊敬師傳 스승을 존경하라

현재의 주역은 군주이나, 미래의 주역은 태자다. 태자의 능력과 인품 여하에 따라그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태자를 태자답게 만드는 스승의 역할이 크다. 태자를 가르치는 스승의 존재와 가르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태종은 예부상서 왕규를 태자의 스승으로 삼아 사부를 황제대하듯 하라고 가르치고 스승의 신분을 높였다. 전적과 문장도 배우고 궁궐내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신하들을 보내 담소하고 토론하도록 명한다.

 

교계태자제왕 敎戒太子諸王 태자와 왕자들을 교육하고 훈계함

 

5 도덕규범

인의仁義 어짊과 옳음

공자는 인은 인간의 마음이고 의는 인간의 길이라고 하였다. 태종은 이러한 인과 의를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으로 인식했으며 이는 정치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태종이 신하에게 말하기를, “인의 준칙은 항상 마음속에 기억하여 그곳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오. 만일 잠시라도 마음이 나태해지면 인의로부터 멀어질 것이오.”

 

충의忠義 충성과 의리

충성과 의리 충의 충이란 자기의 성심을 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충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일 경우는 자기의 가능성을 전부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그 대상이 타인일 경우는 진실되고 거짓 없는 마음으로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당 태종이 고구려 사람을 칭찬한 내용이 담겨 있어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정관 19년 태종이 요동의 안시성을 공격하자 고구려 병사와 백성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태종은 고연수 고혜진 등에게 투항할 것을 명령했다. 당나라 군대가 안시성 아래에 진영을 치고 병사를 움직이지 않으며 그들의 귀순을 권하였으나 성안은 움직임 없이 견고했고 태종의 깃발을 볼 때마다 성 꼭대기로 올라가 북을 두드리고 외쳤다. 태종은 매우 노여워하여 강하왕 이도종에게 토산을 쌓아 성을 공격하도록 명령했지만 끝까지 함락시킬 수 없었다. 태종은 병사들이 퇴각을 준비하면서 안시성을 견고하게 수비하여 신하 된 자의 지조를 지킨 것을 칭찬하고 비단 300 필를 내려 군주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을 격려했다라고 기록하였다.

 

효우孝友 효도와 우애

효도와 우애 인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근본이 되는 덕목이다. 불효 한다면 그것은 근본을 모르는 행위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다. 돌궐 출신 관리가 당직을 서다가 음식을 먹다가 고기를 남겼는데, 왜 남기는가를 묻자 이것을 집으로 가지고 가서 어머님을 봉양하려고 하오라는 말을 들은 태종은 감탄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질고 효성스러운 천성에 어찌 한족과 이족의 구분이 있으랴라며, 그 관리에게 포상으로 말 한 필을 주고 어머니에게 고기를 보내도록 명령하였다.

 

공평公平 공평함

공평함이란 자기와의 친소 관계나 이해 관계를 떠나 정확한 기준에 근거하여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대공무사라는 고사도 있듯이 자기 자식 혹은 원수 지간일지라도 재능이 뛰어나면 주저 없이 임용해야 공평한 인사다.

인의가 근본이고 형벌은 그 끝이다. 사람들이 못 오게 하려는 것은 자기가 하지 않는 것만 못하고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은 자기가 말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성신誠信 성실과 신의

곧은 나무는 그림자가 굽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정관정요 2

 

2025. 10. 10~22

6 도덕 교화와 풍속 개량

겸손과 사양

태종이 받아들인 주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자의 준칙은 교만과 자만을 싫어하고 겸허와 공손을 숭상하는 것이다.

 

인측仁惻 어짊과 측은함

궁녀들에게도 배필이 필요하다라고 판단한 태종은 후궁과 궁녀 3000여 명을 차례로 궁궐에서 내보낸다. 죽은 신하를 자기 자식처럼 애도하고 병사의 죽음에 천자가 곡을 한다.

 

신소호愼所好 좋아하는 바를 삼가라

위에 있는 자가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아래에 있는 자들의 취향이 결정된다. 군주는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속내를 결코 보이지 말아야 통치는 더욱 견고해진다. 군주는 그릇이고 백성은 물이다. 이는 시대정신이란 국민의 삶에 이익을 주어야 한다라는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언어愼言語 말을 삼가라

법가 사상가 韓非가 말한 군주와 신하 사이에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글이다.

 

저의 말이 주상의 뜻을 좇아 유창하고 아름다우면 보기에 화려하지만 부실하다 생각되고, 공경스럽고 삼가며 강직하고 신중하면 보기에 옹졸하며 순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 말을 많이 하고 번번이 사물을 거론하며 비슷한 것을 열거하여 사물을 비유한다면 그 내용은 공허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정미한 부분만을 꼬집어 요지로 설명하며 간략히 말하고 수식을 더하지 않는다면 언사가 생경하여 말 재주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주상의 측근에 있는 자를 비판하며 다른 사람의 의중까지 살펴 안다면 남을 비방하며 겸손을 모른다고 여겨지고, 말하는 뜻이 넓고 심원하며 오묘하고도 멀어 헤아릴 수 없으면 과장 되어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집안의 이익을 계산하여 상세하게 얘기하는 것처럼 수를 헤아리려 말한다면 소견이 좁다고 여길 것입니다. 또한 말이 세속적인 것에 가깝고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없다면 목숨에 연연하여 주상께 아첨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고. 말하는 것이 세속과 동떨어져 괴이하고 허무 맹랑한 사실들만 늘어놓는다면 망령되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임기응변의 민첩하고 말재주가 뛰어나며 꾸밈이 많다면 사관(史官)으로 여길 것이며 문학적인 것을 특별히 버리고 진심을 말하면 천하다고 여길 것이고, 언제나 경전에 있는 말을 하고 고대 법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하면 옛 사실들을 들먹인다고 할 것입니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삼가야 함을 말한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말을 하기가 두렵다. 말을 삼가라는 장은 군주의 모든 것은 기록된다라고 말하며 군주의 말과 백성의 말은 그 미치는 범위가 다르니 군주는 신중하게 말해야 함도 말한다. 또한 가장 뛰어난 말재주는 눌변과 같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늘은 말하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성인은 말하지 않는 것을 덕으로 삼는다고 한다. 노자는 이를 가장 뛰어난 말재주는 눌변과 같다고 했고 장자는 지극한 도는 꾸밈이 필요없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모두 번거로움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아첨과 무고를 단절하라

인간의 선악은 확실히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당 태종의 말이다.

 

회과悔過 허물을 뉘우침

공자는 논어에서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주위 사람들의 지적과 조언이 필요하다. 그것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허물을 뉘우치는 데 있어서 배우지 않는 것은 담벽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명분을 지킬 때 안전하다. 자신이 잘못을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탐욕과 비루

구차스러운 재물을 경계하라. 재앙과 복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7 유학과 예법

숭유학崇儒學 유학을 숭상하라

유학은 공자의 학설을 숭상하는 유가학파의 주장이다. 당태종은 유학을 숭상하여 공자에 대한 남다른 존경을 표했을 뿐만 아니라 오경의 교정 작업에 착수하여 오류를 바로잡았다. 태종은 즉위 초기에 정전의 좌측에 홍문관을 설치하여 문인과 유학자를 선발하고 그 본관 이외에 홍문관 학사를 겸하도록 하였고, 정관 2년에는 주공을 이전시대의 성인으로 삼아서 존중했던 것을 중단하고, 새롭게 공자의 묘를 수도의 학교인 국학 안에 세워 이전의 제도를 본받고 공자를 선성先聖으로 삼아 존중하며 공자를 존중하는데 예의를 갖추었다. 국학에 강의를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1만 명에 이를 정도로 유학이 창성해졌다.

당태종때에 총 180권으로 오경정의라는 이름의 오경소의를 편찬했는데 국학의 주 교재로 사용해 했던 이 오경정의는 안사고라고 하는 학자의 노력에 힘을 입었다. 공부하는 자세와 관련된 아 일화를 소개하면 소진은 허벅지를 찔러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동중서는 책을 읽을 때는 휘장을 내렸고 3년 동안이나 정원으로 나가지 않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문사文史 문장과 역사

문사는 사관의 직설을 강조한 부분이다. 태종은 상소문 가운데 정사를 논하고 말과 이치가 적절하고 바르며 나라를 다스리는 데 이익 있는 것들은 내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간에 모두 기록하라고 명하였다. 태종의 문집을 편찬하자라는 신하들의 그 청에 뭐라고 얘기했냐면 군주의 훌륭함과 그렇지 못함은 도덕과 품행에 있는 것이니 어찌 문장에 종사할 필요가 있겠소?” 라면서 문집 편찬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악禮樂 예절과 유악

예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방법이고 악은 인간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휘는 죽어서나 피하라’(관직 명칭이나 인명 및 공문이나 사사로운 글에서 자와 자가 있어도 두 글자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모두 피할 필요가 없다고 명한다. 당 태종의 이름이 이세민이다)라고 얘기했다. 가족간의 위계의 질서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고 상례의 규정도 마련하였고 스님이나 도사들도 부모가 최우선이다라고 하는 생각, 혼인은 당시 풍습에 반하여 장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가졌고, 공주라 할지라도 시집을 가면 며느리의 예절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다. 서자들은 분수를 지켜야 하고, 복상이라고 하는 것은 감정의 깊이에 따라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복상 제도를 개혁하였다. ‘부모는 자식의 효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생일은 부모가 수고한 날인데 연회를 열어 즐길 수 있는가라며 생일날 태종은 오랫동안 울었다고 한다.

 

8 법규 정비

무농務農 농업을 장려하라

농사가 근본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길흉은 음향이 아인 인간에게 달려 있으며 농사철은 농민을 동원하지 말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

 

형법刑法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으니 법을 집행할 때에는 반드시 관대하고도 간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당태종 입장이었고, 4품 이상의 고위직 관원과 삼공, 구경들과 함께 심의해서 억울한 재판이나 지나치게 엄한 형량을 피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종이 주인을 고발하면 수리할 필요가 없다. 고발하는 자를 모두 사형에 처하게 했다. 사형은 5번 신중하고 일상 업무에도 살얼음 위를 걷듯 긴장하라고 신하들에게 명화였다. 재앙과 복은 행위의 선악에 따라 결정된다. 재판을 할 때는 죄의 근원을 파헤쳐라. 법을 집행할 때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재앙과 복은 서로 붙어있고 길함과 흉함은 함께 이어져 있다라고 생각했다. 주역 계사전에서는 수양한 사람은 편안할 때 위험을 잊지 않고, 존재할 때 멸망을 잊지 않으며, 태평할 때 혼란을 잊지 않은 까닭에 자신도 평안하고 나라도 보존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당태종이 걱정하는 것은 재판을 담당하는 관리가 사람을 사형시키는 것을 이익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해침으로써 귀함을 구하고 이로써 명예를 구하는 거다. 2025년 대한민국 사법부를 생각하니 천 년이나 뒤져 있다.

 

사령赦令 사면령

사면을 경계하고 법령은 간결해야 된다라고 하는 생각으로 정사를 보았고 주역에서 명령을 하는 것이 마치 몸에서 땀을 흘리는 것과 같아 한 번 나가면 거둬들이지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명령을 번복해서는 안 된다고 신하들에게 말했다.

 

공부貢賦 공물과 조세

정관 18년 태종이 고구려를 정벌하려고 했는데 연개소문이 사신을 보내 백금을 바쳤다. 그때 신하들은 반역자인 막리지가 보낸 백금은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을 받아들였고, 정관 19년 고구려 왕이 미녀 2명을 보내왔는데 사신에게 말하기를 나는 이들이 본국의 부모 형제를 떠난 것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만일이 여인들이 미색을 좋아한다면 그녀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이오 나는 받지 않겠소라고 거절하고는 그녀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변흥망辯興亡 흥망을 변별하라

그림자는 형체를 따르고 메아리는 소리를 따르듯이 나라의 희망 흥망 또한 군주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

 

9 변방 정책

정벌征伐

정벌은 창업 시기에 하는 것으로 그치고 일단 나라를 세운 이후에는 보존하는 일에 열중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모반자들은 은덕으로 어루만져야 하고, 군대는 흉기이고 전쟁은 불행이다. 헛된 명예를 위해 백성들을 상하게 할 수 없다. 장례 기간에는 토벌를 피한다. 이민족과의 화친 정책도 필요하다. 혼란을 평정한 뒤엔 무기를 쉬게 하라. 정벌보다는 어루만져라. 장수의 일은 장수에게 맡겨라. 장수의 결단력이 승리를 느낀다. 백성으로 전쟁을 하는 것은 무모하다. 고구려 정벌은 나라만 상하게 한다는 신하들의 조언이 있었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패했다. 만족할 줄 알면 치욕을 당하지 않는다. 창업과 수성의 자세를 겸하라. 무력을 남용하지 마라는 내용을 담고 있고, 궁궐 건축은 백성을 고달프게 할 뿐이다. 진귀한 세공물은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도끼다라고 인식하였다.

 

안변安邊 변방을 안정시켜라

당태종은 회유정책으로 흉노를 다스렸고, 과도한 변방 수비를 경계하려고 했다.

 

10 위기론과 경계론

 

행신行辛 지방 순시

태종은 정관 초년 대규모로 궁궐을 건축하고 지방 순시를 좋아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이익이 있겠는가라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수나라 멸망이 주는 교훈을 되새기려는 뜻이다. 군주의 욕망과 민심의 상관관계에 있어서 위에서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아래는 반드시 고달픔이 있다라고 여겼다.

 

사냥 畋獵(전렵)

사냥은 군주의 중요한 오락거리였다. 군주는 무분별한 사냥 행위를 금하고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태종이 사냥을 나갔을 때 큰 비를 만나자 신하에게 묻기를 비옷은 어떻게 하면 새지 않게 할 수 있소?라고 묻자 신하가 말하기를 기와로 만들 수만 있다면 절대로 새지 않을 거라 답한다. 이는 태종이 자주 사냥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 말이었다.

 

재상災祥 재해와 상서로움

군주란 길흉에 근거하여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덕행의 수행과 대공무사함으로 다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종愼終 신중한 끝맺음

시종여일始終如一라는 말이 있다. 처음과 끝이 하나같다는 말로 일관성 있는 행동을 의미한다. 대개 나라를 다스리는 자든 공부를 하는 학생이든 간에 처음에는 큰 목표를 향해 한길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각오가 퇴색 뛰어 이전 사람의 전철을 밟는 경우가 숱하며 군주 또한 창업 초기의 마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편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끝까지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정관 13년에 위징이 10 가지 항목으로 태종에게 상소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는 것보다 실천이 최우선이다.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함이 어렵다. 그것을 실천함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끝까지 견지함이 어렵다. 둘째. 조심하고 삼가하라 라는 내용이며 셋째는 자신을 억제하는 것이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넷째 소인을 멀리하라. 다섯째 근본에 충실하라. 여섯째, 감정에 따라 인물을 평가하지 마라. 일곱째, 빈번한 사냥은 재앙을 부른다. 여덟째, 군주와 신하 사이에도 예와 충이 필요하다. 아홉째, 겸손만이 교만과 탐함에서 구해줄 수 있다. 열 번째, 군주의 정성 앞에서는 재앙도 무색해진다라고 하는 할목으로 나누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위증의 상소 내용을 소개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태종은 다음과 같은 말로 위징에게 화답하였다. 만일 신이 제시한 이러한 말을 위배하면 나는 또 무슨 얼굴로 그대와 만나겠소? 또 무슨 방법으로 천하를 다스릴 생각을 하겠소? 그대의 상소문을 받은 후 나는 계속 연구하고 토론하였는데 말에 힘이 배어있고 도리 또한 정확하다고 느꼈서. 그것을 병풍에 붙여놓고 아침 저녁으로 공손한 마음으로 보고 있소. 또 베껴서 사관에게 주어 천 년 이후의 사람들이 군주와 신하 간에 마땅히 준수해야 할 원칙을 알기를 바라오(p.637) 라며 위징에게 황금 10근과 궁중의 명마 두필를 내렸다.

정관 16년 위증은 태종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아하고 기뻐하고 노여워하는 감정은 현명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인 모두 한 가지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그것을 절제할 수 있어 한도를 넘지 않도록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방종하여 제어하지 못하고 부풀립니다. 폐하의 숭고한 덕행은 지극히 높고 원대하며 평안한 환경 속에서도 위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보니 폐하께서 항상 자신을 억제하여 끝까지 미덕을 지킬 수 있어서 자손만 대까지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p.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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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
사마광 지음, 푸챵 엮음, 나진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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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 資治通鑑

2025. 10. 9()

북송 시대의 사마광(1019~1086)1084년에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건국 직전, 당나라까지 1,300여 년간의 역사적 사실과 평론을 담아 흥망성쇠를 기록하였다. 통지通志라 지은 책 이름을 북송 신종이 자치통감으로 고쳤다. 자치통감은 정치, 군사, 민족 관계를 위주로 하고 경제, 문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다. 후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하여 중국 역대 황제들의 필독서였고 민간에도 널리 퍼졌다. 청나라 사학자인 왕명성은 지금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니 학자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라고 했다. 자치통감은 사마천의 사기에 필적할 만하다는 평가다.

<하은주가 춘추전국시대에 찐하게 위진남북조에서 수당송원명청했다더라>는 중국왕조를 암기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이중 <전국시대에 찐하게 위진남북조에서 수당>까지 역사를 담고 있다.

 

전국시대에 관한 역사는 다음과 같다.

소진이 합종책으로 진나라를 나눠 가지고, 장의의 말재주(연횡책)도 전국시대를 좌지우지했다. 전국시대 책사들이 펼친 외교 이야기로 암기 수준 벗어나 진초제한위조연의 위치를 알아야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역사지도가 필요한 까닭이다.

모수자천 - 낭중지추를 보여 주는 사례다. 3년간 식객으로 머무르던 모수가 스스로 나서서 진나라의 침략에 조나라가 맞서기 위해서는 가까이 있는 위나라는 인척 관계이므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멀리 남쪽에 있는 강국인 초나라의 지원을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진나라를 두려워하는 초왕을 대담한 말과 하늘을 찌를 듯한 호기로 설득한다.

한신, 소하, 장량을 한초삼걸이라 한다.

홍문에서의 회동 함곡관을 먼저 점령하고 진을 멸한 유방과 장량이 유방의 10만보다 많은 40만 군을 거느린 항우와 범증의 위협을 극복하는 과정을 기술한다.

주군을 찾아 항우에게서 유방에게 간 한신의 어릴 적 이야기와 유방이 동쪽으로 정벌을 나서게 한 계책을 기술하고 한신이 판단한 유방과 항우의 용병술을 비교한다. 민심을 얻는지 아닌지가 천하 제패의 관건이다.

초패왕 항우가 오강에서 스스로 목을 벤다. 자신의 최후를 알아채고, 강동으로 피하지 않고 자결하여 친구 여마동에게 상금을 받을 기회를 준 항우의 최후를 볼 수 있다. “듣기로 내 머리를 벤 사람에게 한왕이 상금 천 냥을 주고 일만 호의 봉후를 하사한다고 했다더군. 나를 그대에게 넘겨주면 조금 도움이 되겠구나”(p. 80)라는 말을 마친 항우는 자결해 죽었다.

 

한나라의 역사가 이어진다.

장석지의 일화 관리를 추천할 때 말보다는 인품이 중요하며, 미관말직에서 급격히 높여 중용함을 경계한다. 왕이 탄 말을 놀라게 한 사람, 왕릉의 기물을 훔친 자에 대한 처벌을 왕의 예측과 기대와는 달리 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는 장석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윗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곽거병은 18~24세까지 흉노와 싸워 연전연승했다. 19년간 한무제의 은덕을 기억하며 회유되지 않고 흉노에게 고초를 겪다가 귀환한 소무와 반대의 길을 걸었던 이릉의 이야기를 듣는다.

충성을 다한 관리들(정강, 두교, 소장) 오늘은 친구지만 내일은 자사와 태수로 만나 법대로 처리하는 관리. 세금을 유용해 아버지의 옷을 마련한 아들을 훈계, 자수하게 하고 이를 안 오출은 아버지에게 가서 배우라고 돌려보낸다.

서역의 작은 나라들이 흉노와의 관계를 끊고 한나라와 친교를 맺게 한 사자 반초의 이야기.

한 장제 때 외척에게 작위 내리기를 거부한 마태후의 이야기는 나는 한 나라의 어머니로서 응당 천하의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오. 그래서 나는 근검절약을 숭상해 한 번도 비단옷을 입어본 적이 없고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성찬을 먹어 본 적이 없소, 게다가 귀중한 장신구를 몸에 지니지도 않는다오”(p. 136) 김건희는 이런 역사를 몰랐고 돈에 눈이 돌아있었다.

 

서진西晉의 멸망은 무능한 군주와 사리사욕에 어두운 관리들 탓이다. 모용외와 고구려 간 국경 분쟁을 다룬다(p.156~164).

북위 북제의 문선제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술과 충동적인 일 처리로 끝이 나빴다. 큰 가마솥, 긴 톱, 큰 작두, 돌로 된 디딜방아 같은 형틀을 발명했다.

북위의 호태후는 호명제에 대한 섭정을 연장하려 명제의 충신들을 죽이고, 3세밖에 안 되는 원쇠를 즉위시켰다. 이주영이 하음지변으로 전복시켰다. 북제의 곡률광 조정이란 소인배의 이야기로 곡률광은 인척으로 패전한 일이 없는 전공을 세웠으나 겸손하고 이치에 맞게 행동해 존경받았다. 조정은 이기적이고 비열하며 욕심이 끝이 없는 소인배였다.

 

당나라의 역사를 엿본다.

당 고조 이연이 아우라 불렀고 중요하게 생각했으나, 이밀은 제 생각보다 대우가 좋지 않아 불만을 품고 반란을 시도했으나 충직한 이연의 부하에게 웅이산 계곡에서 패한다.

이연은 20 여명의 어린 황자를 낳았다. 이세민은 비빈들과 영합하지 않았고, 돌궐의 침입에 맞서 동맹을 맺어 돌궐 대군의 침입을 막아냈다. 당 고조에게 이건성, 이세민, 이원길이라는 세 아들 중에서 9년의 재위 기간을 끝내고 이세민을 황제로 등극시켰다. 이세민은 위징과 정사를 돌본다.

이세민의 아내 장손황후는 비빈을 존중하고 검소하게 살았다. 당 태종은 국사를 아내와 의논하려 했으나 아내는 나랏일에 참여를 거절했다. 어질고 현명했던 일 처리를 열거한다.

정관 10(AD. 636)에 별세하고 당 태종의 세 아들 중 첫째는 반란, 둘째는 부적합 판정, 셋째 이치 증에서 진왕이었던 이치를 태자로 삼는다. 고구려와의 싸움에 관한 기술은 없다.

무측천(재위 기간 15)은 이현에게 황위를 넘기니 당 중종이 된다. 무측천 사후 묘비에는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 그녀 일생의 공과와 시비 모두를 후세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감로지변 당 문종 시기 환관과 조정 대신, 황실과의 권력 다툼이 빚은 사건으로 환관의 위치를 황실의 가노로 볼 것인가?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환관의 폐해를 가늠하게 하는 사건이다. 사악한 환관이 정의의 대신을 친 것이 아니라, 사악한 대신의 음모가 정의의 환관에 의해 좌절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무종 때(AD 844) 회족(위구르)의 반란, 양변의 반란, 등 여러 반란이 일어나 이를 평정하려 한다. 소의와 태원이란 두 지역의 반란을 토벌한다. 민심을 얻어 반란군을 토벌하는 방책이 최고임을 기술한다. 당 의종 때는 남조군의 침입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남조군은 윈난, 구이저우, 쓰촨, 티베트, 베트남, 미얀마의 일부를 포함하는 범주다)

당 희종 때(AD 880) 황소가 난을 일으켜 수도 장안에 진입한다. 회남절도사 고변은 도술에 깊이 빠져 화남지역의 정무가 혼란에 빠진다.

고인후의 지략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아군 진영에서 찾아낸 밀정에게 은혜를 베풀고 풀어주면, 밀정은 돌아가 반란군 진영에서 이탈자를 양산케 하고, 이들의 도움으로 반란을 평정하는 방식을 여러 지역에서 사용한다.

백성을 약탈하지 말라는 지시가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역사가 가르친다. 국공내전에서 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에서 배운 바가 있기 때문이다. 모택동은 엄청난 독서가였다.

당 소종의 폐위(AD 900)는 아둔한 황제는 폐위하고 현명한 황제를 옹립하는 전통의 하나였다. 맹자의 사상은 중국과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살아있기에 2025년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거다.

 

반복하는 이야기라는 표현은 역사적 사실이다. 중국 1,300년 역사를 다룬 자치통감에서

 

사람을 알아볼 줄 알아야 리더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패자가 주는 가르침도 훌륭하다.

힘으로 얻은 권력과 위임받은 권력은 다르다.

민심을 얻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겸손, 베풂의 결과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역사서는 지도를 펼치고 읽어야 시공간을 이해하기 쉽다.

 

P.S. 당 태종의 치세를 다룬 정관정요를 이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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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교양 100그램 7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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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2025. 10. 3()

2,000년대 국제정치 질서에서 경찰국가의 역할을 버리고,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정책이 국지전을 비롯한 전쟁과 미국과 동맹국과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는 왜 트럼프가 중심인물이 될 수 있었는가? 국제질서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한국과 미국이 닮아있다는 김준형의 시각은 정치체제의 변화까지 언급한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 또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리 잡았으나 국제정치는 기본적으로 혼란하고 전쟁이란 빈발한다. 사상가와 철학자들이 세계의 안정성을 위해 국제적으로도 정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크 아탈리의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를 읽어보면 대략 알 수 있다. 1713년 아베르 생 피에르는 <영구평화론>을 통해 무력이 아닌 계약으로 세계 평화를 유지하자 제안했다. 현재 유럽 18개 주요국이 연합 조약을 맺었는데, 이미 300년 전에 유럽의 기구가 유럽인에게 이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 비망록>에서 유럽법과 유럽최고재판소, 동일한 화폐, 동일한 무게, 동일한 척도, 동일한 법을 중심으로 건설된 유럽협회를 언급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어디든 여행할 수 있고, 공동의 조국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마누엘 칸트는 1795<영원한 평화를 위하여>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법을 마련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른바 세계시민법이다. 헤겔도 <역사철학 강의>에서 나폴레옹을 세계의 영혼이라 치켜세우며 세계 통합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자 했다. 주세페 마치니는 1836<유럽과 국가>에서 유럽합중국 창설을 제안하고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세계정부를 주장했고, 빅토르 위고도 유럽합중국을 제안하며 세계 연합체의 전단계로 삼자고 주장했다. 버트란트 러셀도 1918년 진정한 세계정부 수립을 제안했고, 칼 포퍼도 1945<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통해 무장 행정부를 갖춘 세계정부를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세계정부를 추구하는 맥락은 국제연맹, 국제연합으로 진화하였으나 냉전과 자유 제국의 횡포로 역할을 하지 못했고, 21세기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UN은 더욱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소련 붕괴로 10여 년간 유지된 미국의 패권 질서는 체제 경쟁에서는 이겼으나 빈부 격차 또는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었다. 패권체제는 20019.11 테러가 미국에 심리적 타격을 입히고 대외정책을 변화시켰다면, 2008년 금융위기는 소련을 붕괴시킨 자본주의가 모순의 폐해를 실제로 드러나게 하였다. 워렌 버핏이 말한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 살상, 무기입니다가 현실로 나타났다. 김준형은 안보적으로 9.11테러, 경제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2016년 트럼피즘을 낳았다고 본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피즘은 미국 우선주의, 백인 우선주의, 트럼프 개인 차원의 우선주의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실천 방식이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심지어 독재적이며 의회를 통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를 제어하는 제도들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면 안보 포퓰리즘이 생겨난다. 불안을 이용하는 자들을 저자는 스트롱 맨이라고 부른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민자, 난민, 소수자들에게 덮어씌우고, 대외적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민족주의 감정을 호소하며 외부 세력을 혐오하게 만든다. , , , , 윤을 비슷한 부류로 본다.

 

왜 트럼프가 중심인물이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 미국의 정치문화와 분열되고 양극화된 진영 때문이라 판단한다. 저자는 한국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부상은 패권 지위 상실에 대한 강박증이라고 본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의 지배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가장 큰 요인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8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 성장을 막았던 것처럼, 관세와 여러 무역정책으로 중국을 견제한다. 역사는 분명하게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반복한다고 본다.

 

국제질서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성장, 브렉시트, .우전쟁, 가자지구 전쟁, 대만과 중국의 양안 관계, 한반도 분단 체제 등으로 볼 때 양극 체제,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국제질서는 파편화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국제질서에서 미국은 진영이나 이념, 가치보다는 나라별 각개격파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한다. 미국의 의도대로 국제질서가 변화, 나아가 재편될 것인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서

신성화되고 심지어 종교가 되어버린 한미동맹의 힘을 약화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평화 체제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할 때라고 전제하고

첫째, 국제적인 연대, 트럼프에게 당한 피해국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트럼프는 일 대 일로 상대하려고 한다.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더라도 양자 관계에서 미국의 압박을 이길 국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들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규칙, 더 평등한 규칙을 만들자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서 적은 대로 트럼프의 시간은 유한하기에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교류를 통해 외교 다변화를 꾀하면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키우고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파트너 십을 구축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 우호적이고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은 가능성을 보여 준다.

셋째, 한국 사회의 지나친 대미 의존성을 극복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넷째, 한국 정치의 양 극단화와 국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제도의 변화를 통해 다당제로 가야 하고 거대 양당이 권력을 위해 대결 구도를 조장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째 주장은 저자가 속한 정당 때문일지, 학자적 소신일지 나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2차 세계 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고, 소련마저 붕괴한 국제질서의 변화 흐름을 살펴보고, ‘세계정부라는 이상을 점검해 보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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