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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 무함마드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관하여 ㅣ 종교문해력 총서 4
박현도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3월
평점 :
무함마드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대하여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2025.7.5.(토)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읽고, 세상사, 역사, 문화를 서구의 관점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마음에 이슬람교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나아가 인도 철학자 호미 바바를 만나 탈식민주의 문화이론을 접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과 새뮤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 놈 촘스키의 생각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눈을 뜨게 되었다. 특히 이슬람교도의 관점에서 내놓은 타임 안샤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졸저 『별일 없어도 읽습니다』의 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지식을 얻었다. 종교 문해력 총서 4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박현도 교수가 애정을 갖고 쓴 이슬람교 안내서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메모한다.
무함마드의 삶
전승에 따르면, 할아버지와 숙부의 품에서 자란 고아였던 무함마드는 25세에 40세의 부유한 과부 상인 카디자의 청혼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슬람에서 40은 ‘성숙’ ‘완성’이란 의미를 지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닐 것이라 한다. 둘 사이에 딸 넷과 아들 줄을 두었다. 예언자의 소명을 받기 전에 다신교 신앙 관습을 따랐을 것이나 40세 되던 해에 메카 근교 히라산 동굴에 가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 유일 신앙을 지닌 이슬람교의 최후의 심판 사상은 사람들에게 현세를 올바르게 살고 경건하게 살 것을 요구하고, 이러한 삶은 결국 사회정의 의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약자와 어울려 살며 내세를 준비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믿는 자에게 요구한다. 무함마드의 이슬람 신앙 운동이 아라비아를 통일하면서 다신교의 순례가 유일신교의 순례로 바뀌었다. 헤지라 이후 메카를 평정한 무함마드는 다시 메디나로 돌아왔고, 632년 세상을 떠났다. 무함마드는 혈연 중심 부족 사회를 신앙 중심 사회로 바꾸었다.
무함마드를 이어서
무함마드 사후 예언자를 대신하는 정통 칼리파 4인에 관한 자세한 서술(p.84~93)은 신앙으로 묶인 사람들이 선출된 것이다. 아부 바르크는 무함마드의 동료이자 장인(어린 아내 아이샤의 부친)이었고, 우마르도 동료이자 장인이었다. 우스만은 무함마드의 겹사위였고, 알리는 사촌 동생이자 사위였다. 4대 칼리파인 알리가 살해된 이후 세습으로 승계한다. 순니 무슬림은 정통 칼리파 4명을 모두 존경하나 시아파는 알리만 인정하고 따른다. 시아에게 알리는 단순한 정치적 수장이 아니라 영적인 영역까지 포괄하는 지도자로, 이맘이다. 시아의 이맘은 카톨릭의 교황과 유사하게 절대적 무오류성을 가진다. 시아의 이맘이 교황과 다른 점은 선출이 아니 혈통으로 계승된다는 점이다. 순니와 시아는 ‘카르빌라의 비극’이라는 구체적 역사적 사건으로 갈라졌다.(타임 안샤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에 상술) 이맘, 카르빌라와 함께 순니와 시아를 가르는 핵심 단어는 ‘마흐디’ 사상이다. 마흐디는 하나님이 이끄는 자다. 마흐디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는 순니와는 달리 시아는 12번째 이만이 마흐디라고 믿는다. 순니 신앙을 대변하는 5가지 기둥은 신앙 증언, 예배, 희사, 단신, 순례다.
순니도 시아도 아닌 ‘이바디’는 오만에서 국민의 60%가 믿는다. 전 세계 무슬림의 1% 에 못 미치나 탄자니아, 잔지바르, 튀니지, 알제리, 아랍에미리트 등지에 흩어져 소수로 살고 있다. 이바디는 관용 정신이 뛰어난 종파다. 오만에선 순니, 시아와 아무런 문제 없이 어울려 잘 산다. 비무슬림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기반은 전 국민의 약 11%에 달하는 200여 만 명의 ‘알라위파(알리를 따르는 사람들)’ 사람들이다. 시리아 서쪽 지중해 연안에 집중하여 거주한다.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산악 주민으로 천대받았으나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던 시기에 소수 종파를 보호하면서 ‘나누어 다스려라’라는 고전적 통치 방법에 따라 군인으로 활약하다가 시리아를 장악했다.
무함마드를 따라서
수피(신비주의 영성가)는 무함마드를 최초의 수피로 받들며 “빈곤은 나의 자랑이다”나 “눈은 감겨 있지만, 가슴은 깨어있다”라는 무함마드의 말을 따라 영적인 가난함을 추구하고 영성을 깊게 하려고 했다.
무슬림 세계에서 흥미로는 점은 모두가 동경하던 법관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정작 이슬람 법학자가 꺼렸다는 사실이다. “이슬람 법학자는 인간 품성을 신뢰했다. 이슬람법에서는 문서 증거보다 구두 증언이 효력을 가진다. 문서는 위조할 수 있지만 흠 없는 성품을 지닌 증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무리 사악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거짓 증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순수한 마음에서나 볼 수 있는 믿음을 지녔다. 오늘날 우리 눈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믿음이다. 이슬람법은 이러한 인간 신뢰의 기초에서 시작한다.”(p. 130) 정치지도자는 법학자와 달리 실질적이었다. 이렇게 차이가 분명한데 법학자가 양심적으로 재판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법관으로 임명되는 것을 그리도 꺼렸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 불신자와 하는 전쟁보다 더 힘들고 고귀한 내적 싸움. 이를 이슬람에서 ‘지하드’라고 부른고 보통 성전으로 번역하는데, 사실 투쟁이 더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신앙심을 내사 함부로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신앙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앙을 기준으로 자주 재판관이 되어 다른 사람을 심판한다. 자신에게 그러한 자격이 없다는 것도 모른 채.
12세기 바그다드 니잠 대학 교수였던 가잘리는 소위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짓는 죄로 질투, 위선, 자부심(자만) 새 가지를 꼽았다. “혀야말로 이승과 저승에서 나를 파멸시키는 근본 원인”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가질리는 인간이 혀로 짓는 죄를 8가지로 정리하여 조심하라 한다. 첫째, 거짓말 둘째, 약속을 어기는 것 셋째, 뒤에서 험담하는 것 넷째, 신학적, 형이상학적 문제로 남과 논쟁하는 것 다섯째,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 여섯째,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먹는 것이든 간에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 만물 중 어느 하나라도 욕하는 것 일곱째,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를 사람일지라도 욕하고 저주하는 것 여덟째, 다른 사람을 조롱하는 것이다. 혀로 죄를 짓지 않으려면 함부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이 상책이라고 가르친다.
무함마드와 이슬람 이해하기
무함마드가 문맹이라고 무슬림이 믿는 까닭은 ‘어떠한 인간적 의도나 흠 없이 말씀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무함마드는 문맹이다’라고 믿는다. 그리스도교가 신조 중심의 유일신교인 것과 달리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행위 중심의 유일신교라고 한다. 무슬림은 하나님 신앙을 구체적 행위로 표현한다. 신앙 행위를 할 때 반드시 먼저 지켜야 할 일은 바로 몸과 마음가짐을 깨끗이 하는 정결례이다. 무슬림 신앙생활에서 “깨끗함이 신앙의 반”이라는 가르침이 있을 정도로 정결은 아주 중요하다.
이슬람에서 세속과 성이 분리되기는 힘들다. 삶이 종교요, 종교가 삶이다. 따라서 성속 분리를 기본으로 삼는 유럽인의 현대적 삶의 방식과 이슬람적 삶은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슬람 신앙 전통은 자살을 중범죄로 엄격히 금지한다.
무슬림들은 자신이 1년 동안 번 돈 중에서 여러 경비를 제외하고 순수입의 2.5%를 구빈세로 낸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돈이다. 이를 자카드라고 한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이슬람 사회 여성 지도자를 소개한다. 역사 속에서 여성 지도자를 찾아보고, 두 번의 총리를 역임한 파키스탄의 부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1명의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다. 튀르키예 여성 총리, 방글라데시 여성 총리, 세네갈 여성 총리,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 키르키스탄 대통령, 말리 공화국의 여성 총리, 북키프러스 총리, 모시셔스 대통령 등 여럿이 있다. 이처럼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에서 많은 여성이 지도자로 국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그동안 이슬람을 단순히 여성 차별의 종교로만 보았던 기존 시각을 교정해야만 한다.
이슬람력으로 12달 중 9번째 달의 이름은 라마단이다. 윰달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슬람 순태음력에서 9월 라마단은 해마다 10일씩 당겨진다. 순태음력의 특성상 한여름에 라마단이 올 수 있고 한겨울에 올 수도 있다. 1,400여 년 동안 이슬람 문화권에서 라마단 단식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 온 것은 인생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내적인 힘을 키워 올바른 삶으로 이끄는 힘이 단식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루살렘은 이슬람 신앙 전통에서 카으바 성원이 있는 메카, 무함마드의 묘가 있는 메디나에 이어 3번째로 중요한 성소다. 알아끄사 모스크와 ‘황금 돔 바위 성원’이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이 하루에 5번 예배 의무가 무함마드의 ‘천상 여행’에서 결정됐다. 모세의 진심어린 충고가 아니었다면 50번이 될 수도 있었다.
현대 무슬림 이해하기 : 이슬람 근본주의와 탈레반
이슬람 근대주의의 효시인 이란 출신 자말룻딘 알아프가니는 19세기에 종교와 일상을 분리하는 서구와 달리 ‘총체적 삶의 양식’으로 서구가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성과 속을 포괄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 초 자룰라 비기는 교회의 권위로부터 이성을 지키면서 발전한 서구와 달리 무슬림 세계는 창의적이지 못한 법학자와 철학자의 손에 사로잡혀 생명력을 잃고 동력을 상실하여 쇠락했다고 반성했다.
폭력적 근본주의의 효시는 이집트에서 탄생한 무슬림 형제단이다. 알카에다, IS, 탈레반은 모두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으로 이슬람 세상을 꿈꾼다. 알카에다와 IS는 초국가적인 이슬람 세계 건설을 지향하나, 탈레반은 일단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이슬람 국가 건설을 지향한다. 그런데 이슬람법이 구체적이지 않고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제대로 된 전통적인 이슬람법 교육을받은 적이 없다. 오직 이란은 전통적인 이슬람법 교육 기관에서 전문가를 양성허는 전통을 1,00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근본주의자들은 비무스림과 여성,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저자의 바람처럼 비이슬람 독자들이 이슬람 문맹 탈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슬람 세계 입문서로 타임 안샤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로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