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 생활 속 지리 여행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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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20.12.23.()

부여에 가 부서산성을 오를 때면 상가 간판에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를 본다. 유홍준의 안목이 우리에게 이 말을 전해 준 이후의 일이다. 부동산업자는 땅값이 오를만한 지역을 쉽게 구분해 낸다. 길치라 부르는 사람은 공간 감각이 떨어져 낯선 곳에서 헤매기가 쉽다. 지리학자는 일상을 그의 눈으로 어떻게 볼까? 이경한 교수의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모범 답안을 보여 준다.

 

자리 잡기의 미학, 갈등을 넘어 공존 모색하기, 장소 속의 의미 찾기, 모양의 원리 알아보기, 바람과 온도의 미학, 돈벌이의 질서로 이름 지어 6개의 장에 일상에서 만나는 지리학의 개념들을 풀어 넣는다. 쉽게도. 하여 지리학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책을 읽다보면 지리학이란 것이 이런 안목을 갖게 하는구나 생각하게 할 수 있다.

 

극장에 좋은 자리가 있고, 납골당에도 로열층이 있다며 입지의 개념을 풀어간다. 네비에이션이 공간감각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우려한다. 메타세콰이어 길과 관방제림, 아테네 회랑처럼 갈등을 넘어 공존을 모색하자고 한다. 새만금 간척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음과 비오톱(biotope)은 자연신탁제를 통해 최대한 남기자 제안한다. 바닷가 모래사장의 침식을 바라보며, 지역 행정에 지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참여하지 못해 일어나는 아쉬움을 느낀다. 벽골제를 통해 갯땅쇠의 의미와 개척정신을 소개한다. 문등이(文登伊)를 배운 문화지리학 강의를 소환한다. ‘갯벌은 단위 면적당 생산성에서 논보다 30배나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객관성을 문자화하였다.

구하도, 갯벌, 평탄면, 풍화혈, 부석, 산사태, 심층풍화와 차별풍화, 천정천, 사구, 두부침식과 분수계, 삼각점을 통해 독자들이 지형 경관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스콜, 꽃샘추위, 작물의 북한계선, 식생의 수직구조, 편향수와 방풍림, 열섬과 높새바람으로 지리학에서 다루는 기후 현상을 일상에서 불러낸다.

원시 어업, 집적이익, 전후방연계, 상권 다툼, 프랜차이즈, 유역변경식 발전, 지리적 표시제, 공간적 상호작용 등의 지리학에서 다루는 개념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지리학은 암기과목이라 오해하는 학생에게 안목을 갖게할 안내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터, 지리를 배우는 초심자에게도 배워가는 과정을 체크해 보는 계기가 될 내용이다.

 

큰 이익을 보지 못함에도 지리학 관련 서적을 내주는 푸른길이 고맙다. 본문 204쪽 분량이다.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에 인용한 예자오엔의 소설 화장실에 관하여가 집에 도착했다. 품절된 책이라 온라인 중고매장을 통해 구입한 소설이다. 루쉰 전집이후 만나는 중국 소설이다. 중국 당대문학 걸작이라니 재미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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