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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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이 별거냐

지난 세기 80년대 초만 해도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를 쓰기만 해도 달리 보였다.
21세기하고도 20년이 지나고, 지식 정보화 사회란 단어도 낡은 느낌을 주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을 떠올리니 엇박자다.

서울에 사는 중간층이 쓰는 말이 표준어라고 중학교 입학시험에 나왔다.
사투리는 촌스럽다고 배웠고 그런 줄로 알고 산 기간이 몇 십 년이다.
혜은이의 노랫말 감수광은 사투리랬다.
전라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 참가자의 발표를 들어가며 웃었다.
다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를 읽어가며 동네 어른들의 말투가 떠올랐다.
푹 빠져 들었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재로 쓰기도 했다.
재능이 나에게도 있다면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까지 낸다.

추석연휴 자락에 남덕현의 「충청도의 힘」을 읽는다.
배꼽 빼가는 이야기다.
‘거기서 거기’에 불과한 사소한 일상이라는 작가의 말은 겸양일 테다.
충청도 보령 사투리라 알아듣기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가르침은 나 같은 촌놈에게는 상징적 폭력이었다.
아비투스가 다르니까.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별거 아니란 거다.
해체적 읽기는 독자의 몫이다.
말이란 태어나 배운 대로 쓴다.
설익은 생각이니 다듬어야 한다.

‘예의 없는 것들(P.48)’중 일부다.
“솔직한 말루다가 토마토 허믄 뭐여? 달달한 국물아녀? 안 그려? 나같이 늙은것덜은 토마토 껍질이 질겨서 씹는 맛두 벨루여. 알루(고스란히) 설탕물 타 먹기는 허전하니께 토마토 물이래두 우려 단맛에 보태서 먹는 건디. 그걸 그 지랄루다가 한입에 털어 잡숴? 승질 같으믄 숫갈루 마빡을 후려갈겼으믄 속이 션하겄드만! 당최 예의가 읎잔여. 예의가! 그라니께 니는 워디가서 절대루 그라지 마. 사램 그 모양으루 깜보는 거 아녀. 알아먹어? 아, 예의없는 것들 같으니라구.” (이름난 대학 나오구 서울서 한자리헌다구 하는 큰 사위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아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충청도의 힘」 p.136~140 ‘나는 누구인가’는 수년 전 배꼽 잡고 웃게한 ‘할머니와 U+ 상담원 간 통화’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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