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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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2020.7.3.금 
 
코로나 19가 심각하다고 느낀 건 2월 21이었다. 정년을 맞으신 은사님과 모임이 있었던 날, 메모가 있어서 기억한다. 거의 반년이 지났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뉴스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지내며 나 나름의 이 시기를 정리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집에 틀어 박혀 강의 듣고 만 보 걷기가 일상이다.  2월부터 3월까지 젊은 이탈리아인 파올로 조르다노(물리학을 전공한 소설가) 겪은 코로나 19 상황을 4월 초에 번역해 낸 민첩함이 놀랍다. 조르다노의 안목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다층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은 복잡한 데다 사회, 정치, 경제 논리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정신적으로도 얽혀있다. 직면한 위기는 정체성과 문화를 초월하고, 확산은 우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세계화를 보여 주는 지표라고 표현한다. 
 
때때로 글쓰기는 균형을 잡기 어려울 때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게 하는 바닥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이탈리아 코로나의 알제로 값이 약 2.5란다. RO값이 1 미만으로 줄어들어 모든 감염자가 한 사람을 채 감염시키지 않아야 상황이 나아진다고 한다. RO값을 낮춘다는 것은 우리가 코로나19에 저항한다는 수학적 의미다. 자연은 선형적이지 않다. 본래 비선형적이다. 감염은 이탈리아가 알고 있는 문명의 구조가 엉성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백신은 신중함이다. 조르다노는 “특정 상황에서는 그저 단념하는 게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한다고. 전염병은 우리가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미 가택 연금 수준에서 사는 나에게는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 
 
많으면 다르다. More is different. 집단에서 우리 행동이 모여 만들어 내는 누적 효과는 행동 하나가 만들어내는 효과의 합과 다르다. 교육학에서 언급하는 ‘인지적 유연성 이론’과 맥락이 같다. 꽃가루를 벌과 바람이 나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예쁜 꽃을 보고 좋아한다. 무증상 감염도 이와 같다. 좋아하지 못할 뿐이다. 운송수단 특히 항공교통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운명을 바꾸었다. 인간이 능력이 부른 화 중 하나가 아닐까.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고 메탄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백 마리 가축을 집단 사육하는 것(양계장을 생각한다)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조르다노는 생각을 바꾸어 보자 한다. 바이러스는 환경 파괴로 생겨난 수많은 피난민 중 하나라고. 이 새로운 미생물이 우리를 찾아온 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쫓아내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우리는 단지 인간 공동체의 일부가 아니고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서 우리야말로 가장 침략적인 종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유발 하라리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환경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라는. 우리가 먹는 식량 작물은 거의 모두가 돌연변이다.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괴롭혀 더 크게, 더 달게, 더 많이 생산하도록 조작한 돌연변이다. 그걸 우리는 과학의 힘이라고 한다. 자연의 처지에서 보면 과학은 침략일지 모른다.  
 
누구나 코로나19를 겪어가며 생각할 거다. 무엇이든 크든 작던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니까. 파올로 조르다노의 생각에 내 생각을 견준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는 은행나무에서 2020년 4월 10일에 내놓은 신간이다. 
 
#전염의시대를생각한다 #파올로조르다노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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