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애덤 호크실드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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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동안 한 가지에 몰두했다. 기억하는 지식을 열거하고, 영화를 다시 보고, 책을 읽어가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테마는 스페인 현대사다. 마인드맵을 그려보면 이것저것이 떠오른다. 미얀마와 버마처럼 에스파니아와 스페인도 같다. 피레네 산맥의 소국 안도라에 대한 기억과 아라곤과 카스티야 왕과 여왕의 정략결혼으로 만들어진 에스파니아, 레콩퀴스타, 대항해시대, 영국 엘리자베스에게 청혼 했다가 거부당한 펠리페 2세와 무적함대, 로욜라와 예수회, 알람브라 궁전, 가우디의 건축 사그라다 파밀리아,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 투우, 마드리드를 기억한다. 요즘 까미노 데 산티아고 800km가 인기이고 레알 마드리드라는 프로축구팀, 카탈로니아와 바스크의 지역성, 700년 넘게 이슬람의 영역이었고,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에 등장하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적어 본다. 목축 형태로서의 이목, 잉그리드 버그만이 게리 쿠퍼에게 키스할 줄 모른다는 증거로 코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묻던 장면이 떠오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영화 게르니카랜드 앤드 프리덤을 다시 본다. <스페인 내전>을 읽어 영화 세 편의 배경이 스페인 내전임을 확인한다.

 

<스페인 내전>의 원제는 ‘SPAIN IN OUR HEARTS’. “조지 오웰, 헤밍웨이 그리고 세계의 지식인, 시민들은 왜 스페인으로 갔는가?”,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스페인 내전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라출판사의 유혹은 영화 랜드 앤드 프리덤을 보면서 느낀 이념의 충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스페인 내전>을 읽기로 했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도 읽어야겠다. 스페인 내전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민주주의와 나치즘, 파시즘이라 불리는 전체주의와 공산주의가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나를 선택해달라고 하던 시기인 193611월에 시작되어 1939331일에 끝난다. 2차 대전의 시작을 독일이 폴란드를 전격 침공한 193991일로 하고 있으니 스페인내전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사이에 끼어 있었던 내전이다. 선거로 정권을 잡은 공화파 정부와 프랑코라는 군인 독재자가 스페인의 패권을 두고 벌인 내전이다. 내전이지만 내전이라고 내팽겨 쳐 둘 수 없는 내전이었다. 당시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이념을 따르던 사람들과 군부, 노동자, 학생 지식인, 특히 스페인의 국교랄 수 있는 가톨릭이 서로 다른 편이 되고 독일, 이탈리아, 소련이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영국,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미국에서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의용군들이 스페인에 개인자격으로 들어와 국제여단을 조직하고 내전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은 프랑코가 이끈 국가주의자군과 공화파 정부군의 내전이다. 공화파 정부는 선거로 구성된 합법정부인데 독재자 프랑코의 쿠데타로 위험에 처하자 유럽의 무정부주의자들, POUM(스탈린에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 스페인 공산주의자들(스탈린의 지원을 받는)이 연합하여 대항한다. 무정부주의자들은 바르셀로나에 근거지를 두고 민병대를 조직하고, POUM도 혁명의 순수성을 가지고 민병대를 운영한다. 공화국 정부는 경찰과 군대로 대항하는데 크게 두 개의 파벌로 분열돼 저항한다. 경찰과 스페인 공산주의자들이 협력하고, 무정부주의자들과 POUM이 협력한다. 외국에서 공화파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의용병이 된 사람들은 알바세테에 본부를 둔 국제여단 본부의 지휘를 받는다. 3인터네셔널(코민테른)이 스페인 공산당의 요청에 따라 조직한 국제여단은 소련의 지원을 받았다. 국제여단의 각국 부대 중 미국 의용병으로 구성된 에이브러햄 링컨 대대의 활약과 관점에서 스페인 내전을 기록한 책이 <스페인 내전>이다. 국제여단은 이념은 제각각 이었으나 사회정의에 관심을 갖고 세계는 전보다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각오를 지녔던 무명의 보통 사람과 다수의 유명인을 끌어들였다. 훗날 독일 수상이 된 빌리 그란트, 조지 오웰,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이태리 외무장관이 되는 피에트로 넨니 가 참전하였고, 셍떽쥐베리와 인도의 네루도 스페인 내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스페인 내전은 이념의 전쟁터 였고, 프랑코를 지원한 히틀러는 신무기 실험장으로 여겼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신무기를 사용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스페인의 현대사를 다시 보았다.

 

저자 애덤 호크실드는 들어가는 말에서 유럽에서는 스페인 내전이 도덕과 정치의 시금석, 다가올 세계대전의 서막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은 그 뒤에 일어난 2차 세계대전에 묻혀 우리의 집단 기억 속에서는 대체로 사라졌다고 본다. 저자는 공화파 정부에 무기금수조치를 취한 미국 정부와 달리, 일반 미국인들은 공화파와 국가주의자 양쪽 모두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내놓는데, 미국 정유사 텍사코가 프랑코군에게 무상으로, 외상으로 석유를 수출 했고 미국 정부도 모른 체 하고 지나갔다. 알베르 카뮈가 쓴 글을 소개한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가슴 속에 모두 스페인을 간직하고 있다. ... 옳은데도 패할 수 있고, 무력이 정신을 이길 수 있으며, 용기가 보상 받지 못한 시대가 있다는 것을 체득한 곳이 바로 스페인이었다.”라고. 스페인의 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도덕적이고 선명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마치 여기서 저항하지 않으면 어디서 저항하겠느냐는 것과 같았기에 후일 미국의 인권운동 시위, 60년대 베트남전 반대 시위, 80년대 중앙아메리카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기억할 것은 공화파 정부에 무기를 팔았던 유일한 소련은 스페인 공화파 난민을 굴라크(강제노동수용소)에 가두고 스탈린이 씌운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 힘이 없으면 지배층보다 힘없는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음을 역사에서 배운다. 미국 공산주의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스페인 내전으로 달려간 것은 당대의 공산주의가 왜 그처럼 강한 호소력을 지녔고, 그 시대 소련이 왜 많은 지식인들에게 희망의 등불로 비쳐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지식인들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독립 운동을 했던 것과 가은 맥락이다. 의열단장 김원봉이 이념 탓에 남북 어디서도 인정하지 않는 아픔의 기원도 이념 탓이다. 저자는 이상주의와 용기가 지혜와 언제나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알아가는 가슴 뭉클한 경험을 했다고 말하며 본문을 전개한다. <스페인 내전>11장의 전투 상황 지도를 배치하여 이해를 돕는다. 그럼에도 구글 지도를 열어 전투지역을 찾아가 지형을 살펴보는 일은 지리학을 전공한 독자이기에 해야 하는 즐거움이다.

 

책을 읽어가며 당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여 밑줄 친 부분을 옮겨 본다.

경제공황 당시 소련 정부가 미국의 기술자와 전문가들에게도 취업의 기회를 개방하자 여덟 달 사이에 10만 명 이상이 응모했다.(p. 38)

소련에 어떤 결점이 있든 간에, 파시즘에 강경하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으로 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p.52)

스페인에서 19362월 자유주의파, 사회주의당, 스페인 공산당 등이 연합한 인민전선이, 의회 다수당이 되기 위해 돈을 물 쓰듯이 쓴 우익 정당을 꺾고 총선에서 승리했다(p.54)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의 국제연맹 연설 오늘은 우리 차례지만, 내일은 당신들 차례일 겁니다.”(p.57)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각 나라에서 지원한 조종사들로 조직한 비행대대 또한 공화파를 지원했다(p.68)

자유주의적 공산주의, 혹은 국가 없는 공산주의를 믿는 무정부주의자들은 경찰, 왕실, , 세금, 정당, 가톨릭교회, 사유재산을 사라져야할 것들로 보았다. 무정부주의는 산업화 이전 시대의 이데올로기였다.(p.80)

공화파 정부가 급히 필요했던 것은 원조가 아닌 무기를 살 수 있는 권리였다. 스페인은 세계 4위의 금 보유국이었다.(p.82) 그러나 영국, 프랑스, 미국은 무기를 파지 않았고, 멕시코만 신속한 도움을 제공했고 무기와 탄약을 판 나라는 스탈린의 소련이었다.(p.84~86)

무정부주의자는 가톨릭교회를 증오하여 당신을 신에게 맡기겠습니다라는 뜻의 아디오스(adios) 대신 살루드(saiud 건강히)로 작별 인사를 했다.(p.95)

프랑코의 생각,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내주느니 마드리드를 파괴하겠다.”(p.115)

공산주의자들의 문제점은 자신들이 언제나 옳다고 믿는 점에 있었다. 그들에게 두 가지 길이란 없었다. 하늘아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아는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의 작품만 죽어라 연구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은 편협한 종교 집단들이 그들의 경전만을 믿듯 그것들만을 맹목적으로 믿었다.”(p.149)

공산주의자들은 이교도보다도 오히려 이단자들을 극렬하게 증오한 오래된 종교 형태를 보였다.”(p.151)

독일 공군의 게르니카 융단 폭격은 유럽의 한 도시를 거의 초토화한 역사상 첫 폭격이었다.(p.262) 마드리드 폭격에 분노하고 있던 피카소는 벽화 형태로 <게르니카>를 그렸다. 게르니카 폭격이 큰 분노를 일으킨 이유는 프랑코와 스페인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이 그 사건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p.260)

공화국의 유일한 무기 공급원은 소련이었고, 스페인 공산주의자들은 그 대가로 경찰과 군대 요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POUM 지도부에 대해 모스크바 스타일의 숙청 재판을 하라고 까지 요구했다(P.277)

미국은 중립을 지켰지만, 텍사코는 전쟁을 한 것이다.(P.363)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편을 들고 있다는 미국의 중립 정책이 미칠 영향을 강조하는 글(P.401)

공화파에 대한 공습은 지중해 서부 마요르카 기지에 있던 이탈리아 공군기지에서 무솔리니의 폭격기와 독일의 폭격기가 15분이면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까지 닿았다.(P.403)

중요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여 그 이유의 정당성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P.425)

19381028, 바르셀로나의 대로인 디아고날 거리에서 국제여단 잔여병력 2,500명의 고별 열병식이 열렸다. 26개국 의용병들이 모두가 참가했다.(P.476)

1939년부터 36년간 프란시스코 프랑코는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의 통치 기간 보다 길게 스페인을 통치한 뒤 치매기를 보이다가 82세를 일기로 숨졌다.(P.496) 프랑코통치 기간 내내 스페인은 가톨릭이 막강한 힘을 보유했고 여성의지우가 매우 열악했다. 고문이 일상화된 경탈국가였고, 교수형구로 죄수를 처형했다. (P.496)

스페인 내전에서 독일의 지원을 받았던 스페인이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편을 들어 추축국에 가담하지 않은 까닭은 프랑코가 프랑스의 일부 지역과 아프리카의 많은 영토를 원하는 요구를 히틀러가 들어주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주요 해군 기지를 제공해 독일 U보트의 활동 범위를 크게 늘려 주었다. 스페인령 모로코와 카나리아 제도도 독일 잠수함들의 연료 보급창이 되었다. 스페인 병사 45천 명은 히틀러를 지원하였다.

스페인 내전에서 독일이 얻은 것들 : 보급로가 길 때는 차량의 종류를 최소화할 것, 폭격기에는 전투기 호위를 붙일 것, 조종사에게 악천후와 야간 항공에 대비한 추가 훈련을 시킬 것, 소련 전차와 대결하기 위해서는 전차 개량이 필요하다는 것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교훈을 터득했다.

19391월 루즈벨트는 각료회의에서 스페인에 취한 금수조치가 중대한 실책이었던 것 다고 발언하였다.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는 그가 죽기 전 10년 동안 800부만 팔렸으나, 냉전기에 소련의 배신행위를 보여 줄 수 있는 초기 사례로 지적되며 수백만 부가 팔렸다. 1945년 연합군은 동유럽 각지에 퍼져 살던 독일인 처만 여명을 강제 추방하였고 그 과정에서 50만 명 이상을 죽게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은 누구에게나 좋은 전쟁일 수 없다.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미국인 2,800명은 2016년에 모두 죽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주고자 하는 의지를 펼침으로써 세상이 더욱 공평해지고 자유로워졌다고도 말했다. 또한 그런 봉사 정신과 희망이 가득한 정신이야말로 심오한 영감의 원천이다.”(P.532) 현대 스페인 역사의 이면에는 이렇게 민간인 전투원들의 엄청남 희생이 수반된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이후 36년에 걸친 프랑코 독재의 어두운 내막이 숨어있다.

 

<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SPAIN IN OUR HEARTS’는 갈라파고스에서 20171211쇄를 본문 614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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