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과학 고전 - 수능 세대를 위한
곽영직 지음 / 팬덤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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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출신에게 문학이나 역사, 철학이 생소하듯 문과출신에게 과학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개인 성향 말고도 접해 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이다. 드물게 생소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없지는 않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철학탐구>가 어렵다고 고백했는데, 어느 이과 출신이 블로그에 비트켄슈타인의 철학을 쉽게 정리해 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교양 과학 고전>은 과학을 전공한 저자가 과학의 대중화 저변 확대를 위해 내놓은 책이다. 학창시절 공식을 외워 답을 찾던 과학에서 흥미를 잃은 사람에게 과학 이론은 과학자의 인생관이나 학문적 경향은 물론 사회·역사·정치·문화가 긴밀히 상호작용하여 비롯되는 총체적 산물이기 때문에 과학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봐야한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을 읽으며 그리스 자연철학자들로부터 과학이 시작되었고,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이란 용어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천연론>에서 과학 단편을 간식 삼아 읽다가 발견한 책이 <교양 과학 고전>이다.

 

책은 과학 발전에 영향을 미친 18가지 과학 이론이 생겨난 배경과 이론의 핵심 내용, 과학발전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시행착오와 과학자간 경쟁, 과학자의 고뇌, 아인슈타인도 몰랐던 과학 지식, 노벨상을 받을 줄로 알고 있었지만 생명의 유한성에 무너진 과학자, 동료 과학자와의 인간관계도 성취에 영향을 미친 사례, 과학 발전에도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다윈의 진화론(10번째 주제)까지는 후반부에 비해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안타까운 것은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우주가 팽창한다는 빅뱅이론 등 읽어도 이해할 수 없다.

 

셋 중에 실험과 관찰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에 소크라테스가 가장 멀리 있고, 플라톤이 다음에 위치하고,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자연을 지배하는 원인을 찾는 귀납적 과정을 중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아랍으로 건너갔고, 17세기 과학 혁명이 전까지는 유럽의 철학과 과학의 역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수용하거나 비판하는 것 이상이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는 프랜시스 베이컨에게서 경험을 무시한 사변 철학이라는 비판으로 상처를 입었고, 뉴턴의 역학이 등장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는다.

 

2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수학의 집대성>은 아랍어로 번역되어 <알마게스트>로 알려졌고 16세기까지 1,400여 년 동안 천동설은 정통 천문 체계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전능한 하나님이 이렇게 복잡한 태양계를 만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 새로운 천문 체계를 구상한 거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는 그가 죽고 21년 후 태어난 갈릴레이의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과 갈릴레이보다 7년 늦게 독일에서 태어난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으로 일반화 되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빨리 가 버리고, 경험은 믿을 수 없으며, 판단은 어렵다는 히포크라테스의 격언집에 있다. 이발사가 수술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의사를 전문직으로 인식하게 한 것은 베살리우스의 공이다. 그는 154328살의 나이에 골격, 근육, 혈관, 신경, 생식기, 흉부, 뇌를 663쪽의 책에 400장의 해부도를 포함해 <인체 구조에 대한 7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 해는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판된 해였다.

 

막대자석이 남북을 가리킨다는 사실은 기원전부터 알려졌고, 중국에서 나침반을 만들고 유럽에 전해져 지리상의 발견시대를 가능케 한 것은 역사에서 배운 거다. 전기와 자기에 대해 체계적 연구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길버트의 공이다.

 

천문학자 케플러는 탓에 우리가 어려운 적분을 배워야 했구나. 18세기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연 과학을 연구할 수 있었던 데는 교회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회는 천체와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일은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교회는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고 한다.(20세기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의 사회 참여를 권고한 것보다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뉴턴에게서는 이론보다 태도를 배운다. “뉴턴은 책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점 들을 모아 <철학에 관한 질문들>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메모를 언제부터 작성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1664년 말 이전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45개 소제목을 만들어 독서를 통해 얻은 것들을 정리했다.”(p.143) <프린키피아>,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자연을 수학으로 기술한 것이다. 뉴턴 역학 발표는 자연 현상은 신의 의지가 아니라, 자연 법칙에 따른다는 자연을 신으로부터 분리해 내는 일을 해낸 것이다. 저자는 이를 뉴턴은 자신의 역학을 통해 어떤 정치적 사건보다도, 어떤 전쟁보다도, 어떤 문학 작품 보다도 인류의 사고와 생활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학창시절 미분을 배우게 한 원흉도 뉴턴이다.

 

연금술로부터 여러 가지 물질이 섞여 있는 혼합물을 정제하여 순수한 물질을 추출해 내는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전 세금 징수는 징수 조합을 개인이 운영했었음과 혁명 정부가 징수 기관을 설립하며 재판을 통해 징수 조합을 운영했던 라브와지에가 콩코드 광장에서 처형됐음을 알게 된다. 다윈의 진화론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지 150년이 지났고 학문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논쟁이 그치지 않는 것은 윤리, 가치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800년대 등장한 클라우지우스의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보존 법칙)과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증가 법칙), 맥스웰의 <전자기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맥스웰의 방정식이 중요하다는데 독자에겐 믹스커피 일뿐이다. 201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양자 이론에 관한 코펜하겐 해석, 팽창하는 우주와 허블의 법칙, 가모프의 <알파 베타 감마>,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 나선 구조에 대해서는 더욱 알기 어렵다. 아인슈타인도 양자 이론에 대해 알지 모두 긍정하지는 못했다는 에피소드는 기억한다.

 

마지막인 18번째 주제는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사를 연구한 쿤이 정상과학을 설명하며 패러다임이란 용어를 사용한 과정과 과학 분야 말고도 사회학, 디자인 분야, 인공지능 분야에서까지 확산된 개념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패러다임은 일반적인 의미로 쓸 때는 세계관이다.

 

<교양 과학 고전>은 팬덤북스에서 20132월에 초판을 418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독자가 2018년에 초판 1쇄본을 살 수 있었음으로 미루어 많이 팔리지는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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