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모험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영표 옮김 / 하문사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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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상생활의 모험이라니 얼마나 모순된 구조인가? 일상생활이란 당최 모험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그런 맹맹한 생활이란 뜻이 아닌가. 누구나가 매일 겪어내고 있지만 말이다.

일상생활이란 참 어떻게 보면 편하고 어떻게 보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그냥 눈 딱 감고 시간의 체바퀴에 몸을 맡기면 그런대로 흘러가지만 잠깐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권태와 식상함이 만연한 그런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오에 겐자부로는 특유의 그만의 시선으로 일상생활에서 모험을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약간 엉뚱해 보이는 문제를 우리에게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절대 잊고 살아서는 안되는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가 '일상생활의 모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의 문제가 아닐까? 일상생활의 자유란 사고의 자유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먹고 자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지만 생각의 자유만큼은 반드시 지키며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은근히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이키치는 모험을 찾아 헤매는 일탈자로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지만 광활하게 펼쳐진 그만의 자유세계는 자기 자신조차 잃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금 당장 배낭을 꾸릴 수 없다면 넓은 세계 지도라도 한장 펼쳐보자. 늘 꿈만 꾸는 여행일지라도 모험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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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의 아기 발달 클리닉 엄마 글방 16
김수연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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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나도 아기를 갖기 이전에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말이다.

김수연의 아기발달클리닉은 여러가지 면에서 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믿어진다. 여러가지 종류의 다른 책들을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아기들을 피부로 접촉한 경험에서 나와서인지 절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개월별로 아기의 정상 발달 단계가 나와 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초보 엄마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기를 키울 때 내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에 맞추어야 한다는, 그래야 만이 아이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저 단순히 심정적인 예가 아닌 실제적인 예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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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알리바이 - 창비소설집
공선옥 지음 / 창비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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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알리바이'는 짧은 글 1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인물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들의 삶아가는 모습은 미니어쳐 향수병을 늘어 놓은 듯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리고 또한 그들에게선 시큼하고 끈적끈적한 땀내가 난다. 그 땀내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어쨌든 삶을 포기하지 않는 그 맹렬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글들의 주인공은 거의 여성이다. 그것도 아이를 둔 엄마다. 하지만 그들의 행태는 보통 우리들이 상상하는 엄마들과는 양상이 다르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며 곧잘 남자와 히히덕대고 아이를 먼곳에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자기의 외로움을 어쩌지 못해 재혼을 하고, 또 이혼을 생각하는 엄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은 강한 모성을 지니고 있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절대로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 그녀의 글들의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단한 삶, 포기하고 싶도록 지난한 삶, 그 속에서 어찌어찌 아이들은 태어나고 그러나 삶은 여전히 궁색하다. 하지만 그녀들은 더 꼬이게만 만드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키워내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든지 포기하지 않고서 말이다.

도망치지 않는 그녀들, 당당히 삶 앞에서 가슴을 펴고 걷는 그녀들을 생각해 본다.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어찌 도망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워보고 남자도 만난다. 버티어야 하겠기에 말이다.

억센 팔뚝을 지녔을 그녀들을 상상해 본다. 고생에 절은 얼굴을 하고 있을진 모르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절망이 다가올 때마다 그녀들이 생각날 것 같다. 아이들을 업고 끼고 당당히 거리를 활보할 그녀들의 걸음걸이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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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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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면에 대한 궁금증은 원초적 호기심이 아닐 수 없다. 태어나면서 부터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생명체에게 그것은 당연한 욕구일 것이다.

베르베르가 그리고 있는 사후의 세계는 간단히 말해 착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계로 묘사되고 있다. 만일 그의 상상력처럼 죽음 뒤에 이런 세계가 있다면 죽음이 그토록 두려운 일만은 아닐 것 같아 괜히 안심이 될만큼. '천사들의 제국'은 어둡게만 드리워졌던 죽음의 그림자를 보다 용기있게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고나 할까?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난 과연 천사들이 점수를 메긴다면 몇 점의 인생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무미건조하게 인생을 보낸 것 만으로도 큰 죄로 치부되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이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자신의 인생 점수를 메겨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베르베르의 책을 처음으로 접했다.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개미도 읽지 못했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의 구성이나 문장들이 약간은 생소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일 그의 전작들을 다 읽었다면 그의 전작들에서 가지고 온 글귀들이 너무 많아 짜증스럽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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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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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일과 가치없는 일. 가치있는 삶과 가치없는 삶.

흔히 생각하기에 가치있는 일이란 세상을 변화시키고 크게 발전시키며, 돈과 명예가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저 평범한 샐러리맨이기 때문에, 작은 상점의 운영자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우리와 사회에서 곧잘 격하되곤 한다. 하루하루가 그냥 무의미하며 지루하게 흐르도록 내버려 두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말 가치있는 일이란 자신과 그 누군가를 위해 자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우동 한그릇'을 읽으면서 해본다.

'우동 한그릇'과 '마지막 손님'에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힘과 따뜻함을 가진 주인공들이 있다. 그들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한마디 말은 큰 힘을 가지고 누군가를 격려할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하지만 빛나는 힘.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난 내일이나 모레면 또 이들을 잊어버리고 내 삶의 평범함을 못참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득문득 그들의 빛나는 힘이 생각날 것이다. 어디선가 그들과 닮은 이들을 보면서 아 이거구나 싶을 것이다. 그런 날들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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