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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의 모험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영표 옮김 / 하문사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일상생활의 모험이라니 얼마나 모순된 구조인가? 일상생활이란 당최 모험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그런 맹맹한 생활이란 뜻이 아닌가. 누구나가 매일 겪어내고 있지만 말이다.
일상생활이란 참 어떻게 보면 편하고 어떻게 보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그냥 눈 딱 감고 시간의 체바퀴에 몸을 맡기면 그런대로 흘러가지만 잠깐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권태와 식상함이 만연한 그런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오에 겐자부로는 특유의 그만의 시선으로 일상생활에서 모험을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약간 엉뚱해 보이는 문제를 우리에게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절대 잊고 살아서는 안되는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가 '일상생활의 모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의 문제가 아닐까? 일상생활의 자유란 사고의 자유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먹고 자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지만 생각의 자유만큼은 반드시 지키며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은근히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이키치는 모험을 찾아 헤매는 일탈자로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지만 광활하게 펼쳐진 그만의 자유세계는 자기 자신조차 잃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금 당장 배낭을 꾸릴 수 없다면 넓은 세계 지도라도 한장 펼쳐보자. 늘 꿈만 꾸는 여행일지라도 모험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