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계단 -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감정이었습니다.
김준산.조하나 지음 / 페이퍼르네상스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감정계단>이라는 책을 받아들게 되면서, 감정이라는 것에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봤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살아오면서 어떻게 감정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 여기에 대한 내 결론은, 감정을 갖는 것 자체가 '생각'해야할 도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감정=나'라는 공식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이제까지의 감정은 곧 나였다.

"어떤 일이나 현상, 사물에 대하여 느끼는 내적 상태"를 '감정'이라 부르지. 사람은 감정으로 세계를 받아들여. 감정이 없으면 당면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기 어려워. 감정 이해가 인간과 세계를 해득하는 가장 말초적인 작용인 이유야. 감정을 슬기롭게 이해해 내지 못하면 우리의 기분과 느낌이 어떤 작용인지 정확하게 바라볼 수 없거든. (9쪽)

작가의 말을 지나 <감정계단>의 첫 부분에서 발췌한 것이다. 저자 '김준산'이 이야기하는 감정은, 나와 세계를 제대로 알아가기 위해 꼭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나라는 존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감정을 잘 알면 좋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감정의 동양적, 서양적 분류부터 시작해서, 철학적인 여러 이론들을 끌고와 개념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황과 기대승의 이기론을 동양적 감정분류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의 세가지 철학적 감정분류를 서양적 감정분류로 나누어 살펴보고, 맹자의 사단칠정 중 칠정(희노애락애오욕)을 중심으로 양과 음의 감정을 나눠서 살펴본다.

아주 감성적인 책의 겉모습과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감정이었습니다'의 문구를 보면, 이 책이 감성적인 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책의 첫장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말랑말랑한 감정 위로의 책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후루룩 훑어보며 처음 읽었을 땐 여기 담긴 글이 한글인가 싶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거든. 그러나 다시 세세히,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한 줄씩 뜯어 읽듯 읽어내려가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 시대는 감정 사회라고 말하지만, 그 감정의 바탕이 되는 몸이 병들어 있어. 감정을 세밀하게 받아내지 못하고 있지. 감정 사회란 형식이 내용과 일치하려면 우리의 몸이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현대 사회의 몸은 노동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감정을 수용하는 데는 서툴지. (133쪽)

마음은 감정이 되기도 하고, 다른 어떤 것도 될 수 있지. 마음은 기본적으로 육체와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야. 동물과 구분하고 싶은 욕구가 감정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동기일 거야. (156쪽)

저자는 여러 분류를 통해 하나씩 감정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겨버린 감정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면 당연한 것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생활 속 흔한 클리셰다. 그러나 책 속에 담긴 '당연하지 않음'은 꽤 새롭다. 시점을 옮긴 것만으로, 안과 밖을 두루 살피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감정계단>은 집중이 필요한 책이다. 저자의 말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생각하고, 그 저자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글이 그리 많지 않다고 얕봤다가는 큰코 다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채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땐, 감정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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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나 2020-09-0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감정계단 책이 필요한데 파는 데가 없습니다. 책을 파실 생각 없으신지요? 요즘 도서관도 코로나로 대출을 할 수 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