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스티븐 존슨 지음, 홍지수 옮김 / 프런티어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더랜드>는 카피부터 신선했다.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미래를 보고 싶다면 가장 신바람 나게 노는 사람을 주목하라!" "인간이 자기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혼신을 다할 때마다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이 일어난다." 뭔가 뚜렷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카피는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어떤 것인지 굉장히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카피들이었다. 그래서 어떤 장르의 책인지 불확실하지만 선택했다.

들어가는 말이라는 조금은 긴 서론부에서 저자는, 역사라는 것은 생존과 권력, 자유와 부를 얻기 위한 투쟁이기에, 기껏해야(저자의 표현을 빌린 것이다) 유희와 오락, 그러니까 '즐거움'이라는 단어에서 역사적인 변화를 이끈 원동력을 떠올리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바로 그 '즐거움'을 창출해 내는 여러 장난과 유희가 미래를 예견하는 발명품이었던 사실들을 들춰내, 역사에 감춰져 있던 한 조각을 끼워맞췄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저자가 생각하기에 어딘가 2% 부족했던 공간에 유희에서 찾은 조각을 넣음으로써 제대로 된 퍼즐이 완성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생존, 권력, 자유, 부로는 설명하기 힘들었던 발명품들을 소개하고, 그것들이 끼친 영향과 그 영향으로 이어진 또 다른 발명품들, 그리고 그런 발명품을 만들어낸 괴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어딘가 굉장히 필요없이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되게 흥미로운.

<원더랜드>에는 총 6개의 커다란 이야기가 있는데, 이야기는 대체로 하나의 사소한 어떤 것에서 시작한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의 가장 사소한, 가장 작은 단위의 어떤 것 하나가 2페이지 정도 설명하고, 그것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들과 그 노력들로 인해 탄생한 것들에 대한 여러가지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들에서 발전한 결과는 전혀 새로운 혹은 상관없는 것에의 도달이다. 그 처음과 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책은 복잡한 듯 보일 수 있는 연대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 뒀다. 당연하게 연관되는 듯 보이는 이야기들이 실제로는 역사 속 어딘가에 따로 떨어져 있던 조각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의 놀라움이란. 각 이야기의 키워드를 주르륵 나열해 보자면 보라색과 쇼핑몰, 음악과 컴퓨터, 후추와 제국주의, 유령과 영화, 게임과 보험, 공공장소와 커피. 이렇게 보니 '왜 이것들이 연관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중에서 상식선에서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특히나 보라색과 쇼핑몰, 음악과 컴퓨터는 어떻게 봐도 도통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들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책 속에 몽땅 나와 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 단, 이 모든 키워드들은 앞의 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뒤의 것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

놀이에 대해 이렇게나 어렵게 이야기하고 있다니, 이 책이 뭔가 싶겠지만 책 자체는 가독성이 좋아 읽기가 쉽다. 사람 이름이 길고, 적용된 현상 혹은 반응들의 이름이 길어 익숙하지 않아 그렇지, 익숙해지면 그 가독성이 배로 좋아진다. 게다가 읽어나가면서 흥미로운 내용들이 쭉쭉 연결되다보니 지루한 줄도 모르고 읽게 된다. 그리고 유희와 놀이에 관한 이야기들에 철학자들도 자주 등장한다. 그 당시의 사회현상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책에 저술했기 때문인데, 그 상황에 대한 철학자들의 설명을 듣는 것도 꽤 흥미롭다.

한 가지를 예를 들어 4번째 이야기 '환영'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환영은 1771년의 유령제조사였던 독일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당시의 유희는 한 공간에서 빛과 환등기를 이용해 유령을 불러내는 것처럼 보이는 쇼, 일명 팬태즈머고리아(당시 사람들은 진짜라고 믿었던)를 보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발명가들은 착시현상, 눈속임이라 일컫는 것들(입체경, 파노라마, 원근법)을 통해 영화를 탄생시켰다. 여기서부터의 이야기에 월트디즈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눈길이 갔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발전은 유명인을 만들어냈다. 
시각 잔상 효과는 문화적으로 우발적인 사건이 일어날 여건을 조성한, 진화론적 우발 사건이었다. 오늘날 유명인은 진화론적 부산물이 낳은 문화적 부산물이다. 275쪽

결국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사 쓸데없는 일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발명가들이 재미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것은 더더욱 쓸데없는 일이 아닐 것이다.
기발하지만 '하찮은' 자동기계는 훨씬 더 중요한 기술적 진전을 예고하곤 한다. 37쪽
위의 문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하찮은'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찮다한들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그 하찮은 발견이 끝은 창대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