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
전희연 지음, 이동규 감수 / 건강매니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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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과 비만의 차이점은? 

고도비만인 사람과 비만인 사람이 같은 처방을 받는다면 그 결과는 같을 수 있을까?


사실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세상에 나와 있는 '살을 빼는 방법'들에 굉장히 관심이 많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해보기엔 나는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그 방법들에 완전히 관심을 끊어버릴 수도 없는 나는 세상 모든 여자들이 그러하듯 일종의 '다이어터'다. 어떻게 하면 살이 빠진다더라, 이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살이 빠졌다더라. 아침이든 밤이든 정보를 준다는 프로그램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멘트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누가 살을 뺐다더라 하는 정보들 말고, 고도비만과 비만의 차이점을 세세히 알고 있는 일반인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체육 관련, 의학 관련 등 공부하면서 배우게 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고도비만과 비만은 같은 처방이 아닌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일반인은?


추천사의 많은 의사들의 말처럼 더이상 비만은 단순한 에너지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다. 고도비만인 사람들에게는 비만이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종의 질병이며, 비만과 함께 동반되는 여타 다른 질병들(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성인병)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 목적으로써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인식은 '비만인=게으른 사람'이라는 색안경을 장착한 채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가 고도비만인지 아닌지에 대한 인식도 없는데다,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필요한 정보인지조차도 선별하지 못하고 있으니, 인식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먼 미래의 일이라고도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 <고도비만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는 자극적인 책의 제목만큼이나 고도비만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고도비만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로인해 잘못 처방되고 있는 고도비만의 치료법들까지. 거기에 고도비만을 탈출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적어도 '고도비만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고도비만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는 고도비만에 대한 정의부터 새로 한다. 


평균보다 체중이 조금 더 나가는 과체중과는 달리 고도비만은 암과 같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고도비만은 이미 지방세포자체가 심각하게 변성되어 있어 일반적인 노력만으로는 정상으로 복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지방의 흡수와 분해 식욕과 연관된 신체의 호르몬 체계 또한 모두 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고도비만은 일반적인 섭취 칼로리량의 제한이나 운동량의 증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69-70쪽)


이와 더불어 한국형 비만은 서구형 비만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과 서양에서 효과가 있다는 약들을 그대로 한국형 비만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해외의 유명 다이어트 프로그램들의 이야기도 가져와 요요없이 감량한 몸무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출연자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과체중과 고도비만을 나누는 척도를 알려주고, 비만 관련 치료를 하는 의사들의 선입견 같은 팩트들도 전해준다. 간과하기 쉬운 고도비만과 우울증의 상관관계도 살짝이지만 다루고 넘어간다. 책의 대부분은 고도비만 탈출 사례들이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 팩트들을 간간하게 집어 넣어서 사례들만 나열하는 것과는 다른 '정보' 또한 전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 둘 것은, 책에 나온 '고도비만의 해법'이라는 것은 식이요법과 운동이라는 틀에 박힌 '왕도'가 아닌, 의학적 시술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맨 마지막 장은 고도비만인 사람들도 따라할 수 있는 운동들이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왜 고도비만 탈출을 위해서는 의학적 시술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도비만은 일회성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며, 성인병 질환들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 약을 먹거나 완전히 제약된 식이요법을 통한 다이어트를 한다해도 반드시 요요가 온다는 것. 한국인의 고도비만은 잦은 다이어트와 요요로 인한 체내 성분 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것. 꼬여있는 성분들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급격하게 살을 빼는 것보다는 천천히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살을 뺄 수 있는 시술법이 동반되어야만 한다는 것.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대체로 이런 내용들이다. 고도비만이 아닌 사람들이 본다면 '뭐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TV에서 이야기해주지 않고 병원에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고도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시술들의 종류, 그 시술의 위험성과 적합성, 성공사례 등을 통한 이야기들이 아주 자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독자에게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에는 충분하다. 또한 비만 관련 수술 중 대표적인 '지방흡입술'의 경우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시술이라는 것을 전제하기도 해서 다른 시술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 (이미 지방흡입에 대한 것들까지 검색을 하는 정도라면 과체중 그 이상은 될 테니 말이다.) 





<고도비만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고도비만이 더이상 게으름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인식하게 될 것이다. 고도비만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게으름의 산물이었을지는 몰라도, 고도비만에서 체중을 끌어내리는 것은 게으름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고도비만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고도비만인들은 절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저자. 시술을 선택하는 것이 더이상 '쉽게 살을 빼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희미해지고, 고도비만 또한 죽을 때까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뿌리 박힐 때까지 앞으로 얼만큼의 세월이 더 걸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고도비만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를 알고 그를 실천해나간다면, 고도비만에서 탈출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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