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툽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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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툽>이란 생소한 단어가 제목인 파울로 코엘료의 새 책이 출간됐다. 이렇게나 낯선 '마크툽'이란 단어에 대해서 본문에서는 마크툽은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30쪽) 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기록되어 있던, 이미 예전부터 내려오던 그런 이야기들이라고. 작가노트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마크툽'에 대해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크툽은 교훈집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책이다." ​굉장히 폭넓은 정의이지만, 둘의 이야기 모두 맞다. <마크툽>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삶의 벽 앞에서 답을 찾고 있을 누군가에게, 미리 그 벽을 다녀간 누군가가 전한 이야기를 알려주는 책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인기작가이다. 그가 쓴 여러 책들은 베스트셀러이다 못해 스테디셀러 반열에도 올랐으니 말이다. 그의 대표작은 역시나 <연금술사>겠고 말이다. (<브리다>, <불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도 즐비하지만 다 설명하지는 않을테니 패스) 그는 유명한 소설가이지만, 가끔씩 우화집을 들고 오기도 한다. 2013년에 출간됐던 <마법의 순간>이 그렇고, 이번 <마크툽>이 그렇다.

<마크툽>은 브라질 신문 '일루스트라다 지 라 폴라 지 상파울루 Illustrada de la Folha de Sao Paulo'에 매일 연재한 글 중 선별하여 묶어서 출간된 책이다. 개인적으로 파울로 코엘료가 스승에게 받은 가르침 그리고 친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인상 깊은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교훈집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책'이란 설명은 그렇기에 가능하다. 앤서니 멜로는 자신의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내가 하는 일은 직조공이 하는 일과 같다. 직조된 면과 아마포의 품질이 좋은 것은 나 때문이 아니다." 나도 동감이다. (저자노트, 13쪽) 책을 읽다보면 많이 익숙한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그 모든 것을 저자 본인이 직접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앤서니 멜로의 서문을 인용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마크툽> 속에 수록되어 있는 글들은 많은 부분 독자가 무릎을 탁 칠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읽기 쉽게 한 작가의 공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에 대한 이야기도 중간중간 많이 등장하기에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본문에 등장하는 게 신이든 스승이든 그 깨달음을 얻는 데 있어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진리만 추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은 절대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해만 계속 쳐다보는 사람이 결국엔 눈이 멀 듯이 말이다. (27쪽)

 

인생은 사이클 경주와 비슷하다. 이때 목표는 각자 개인의 전설을 완수하는 것이다. (중략) 각자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경주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고독과 미지의 커브 길에서 튀어나오는 뜻밖의 사건들, 사이클이 유발하는 물리적 어려움과 맞서야 한다. 그러다보면 그렇게 수고하고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정말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렇다. 수고할 가치가 있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174쪽)

 

꿈을 좋는 데는 대가가 따른다. 오래된 습관들을 버려야 하며, 어려움과 실망을 겪을 수도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대가는 개인의 전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치르게 되는 대가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218쪽)

 

위의 이야기들은​ 내가 무릎을 탁 쳤던 이야기들 중 몇 개만 추린 것이다. (아래의 이미지들을 찍은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책임을 회피하면 안된다는 것을 태양을 바라보면 눈이 부신 것에 비유하는 것은 되게 쉽고 새로웠다. 인생을 경주와 비교했던 글도 그렇다. 무엇보다 '그렇다. 수고할 가치가 있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유독 눈길이 갔다. 경주가 마음대로 가지 않는다고, 혹은 자신보다 앞서 달리는 이들이 있다고 의욕을 놓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수고할 가치가 있으니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말이다.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굉장히 높은 우리나라에겐 누군가가 꼭 해줬으면 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골라봤다.

 

 

이야기 몇 개만 봤는데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지 않나? 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해서 무엇 하겠느냐? 절대 걱정하지 마라. 걱정할 시간에 너의 운명과 네가 갈 길에 주의를 기울여라. 너에게 맡겨진 빛의 검을 잘 다루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배워라. 친구들, 스승들, 적들이 어떻게 분투하는지 잘 살펴보아라." (130쪽) "우리는 비웃음과 무관심 밑에 우리의 선한 행동들을 감춘다. 마치 사랑이 연약함과 동의어인 것처럼." (253쪽) 스승님이 이야기해주는 것들은 직접 말을 전해 듣는 느낌이 들고, 화가 파블로 피카소나 작가 쇼펜하우어, 작곡가 넬슨 모타 등의 유명인들의 일화를 소개받을 땐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도 든다. 중간 중간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오게끔 하는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훈계하거나 교훈들을 모아놓았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가 이미 겪은 그 많은 것들을 정리해서 적어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물론 신과 관련된 신실한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하므로, 누군가를 믿고 있는 이들이 읽는다면 더없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크툽>의 표지에도 속지에도 '열쇠'가 그려져 있다. 그 의미가 아마도 잠겨 있는 자물쇠를 풀수 있는 열쇠를 이 책 속의 이야기들에서 찾으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앞으로 나아가기 벅찰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당연한 결정임에도 고민하게 될 때 들춰보며 누군가의 경험들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열쇠를 찾으라는. 가끔은 너무 당연한 것도 잊어버리거나 지나칠 때가 있으니 말이다. 결국 자신의 자물쇠에 맞는 열쇠는 자신만이 만들 수 없으므로, 열쇠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 이야기들은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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