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약성서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나는 '무신론자'이다. 종교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편견이 없을 수 있으나, 외려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대로의 예상으로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편견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런 내게 온 <카인>은 얇은데도 불구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책이라고 해야 맞겠다. 그래서 일단 책을 읽기 전에 검색부터 해 봤다. 아무것도 모르고 책을 만나는 것도 좋겠지만, 적어도 작가는 독자들이 '어느정도' 내용을 알고 읽을 거라 생각했을 것 같아서.

 

알아보니 구약성서라는 건 기독교의 경전이라고 한다. 9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히브리인들의 종교적 책.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 뿐만 아니라 인물들도 많아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알려하지는 않았다. (모르는 내용을 새로 알아봐야 하는 거라서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그렇기에 책의 제목이 <카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봤다. 카인은 나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인물이다. '카인과 아벨'의 그 카인 아니던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기억이 있는데 즐겨보던 드라마는 아니었기에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형인 카인이 동생인 아벨을 죽인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가 간혹 등장하기는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중간중간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이 드러나긴 하지만 그 과정이 몽땅 생략되어 있던 부분들을 이어붙이는 것. 인과관계와 인물 설정들을 자세히 해 그 일들이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 책은 그 카인과 아벨의 탄생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니 그 이전의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카인과 아벨의 탄생, 카인이 아벨을 죽이게 되는 과정 등을 단 3, 4 페이지에 마무리 해버린다. <카인>의 내용은 카인이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 놋에 도착하면서부터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 봤던 '카인과 아벨'의 지식백과 이야기는 꽤 단편적이었다. 카인은 어떻게 아내와 결혼했는가, 카인이 남을 죽이지도 또한 자신이 죽지도 않는 면죄부를 받는 것에 대해 카인을 죽이려 하려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등의 의문점만을 남긴 채 말이다. 실상 카인이 여호와의 저주를 받아 방랑을 하게 된 이후에는 어떤 자세한 내용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인> 속의 아벨은 우리가 익히 알던 착하고 순한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고, 아벨의 그런 행동이 신이 의도한 시험이었으며, 그렇기에 카인은 자신이 동생을 죽였으나 그것은 여호와가 의도한 죽음이라는 새로운 시각의 주장을 펼쳤다. 단편적이었던 사건들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 카인은 주인공으로서 책을 활보했다. 인간이기에 (물론 영원을 갖고 있긴 하지만) 불완전하지만, 또 주어진 저주로 인해 보호받을 수 있는 모습을 가지고서 말이다.

 

기존의 컨텐츠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놀랍다. 또한 마지막 노아의 방주에서 홀로 내리는 카인의 모습은 여호와에게 전면적으로 대들었다는 느낌 또한 강하게 받았다. 글쎄,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내야 할까 참 난감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오래된 컨텐츠도 다시보자'라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