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 - 영양과 정성을 가득 담은 소울푸드 도도 이지쿡 Dodo Easy Cook
김수경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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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는 내게 낯선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21세기에 수프가 낯설다는 게 웬말이냐!라고 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만, 원래 가족들 입맛은 엄마 따라가기 마련아닌가. 아빠 때문에 한식을 주로 먹는 식단 때문에 '수프=양식'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엄마가 집에서 잘 해주지 않던 음식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다. 사실 21세기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에 살면서 수프가 완전히 낯설 수는 없다. 초중고 시절 급식 먹을 때도 자주 나왔었고, 거리엔 서양식 레스토랑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흔해졌으며(거기서 먹는 수프는 너무도 당연한거니까), 레토르트 식품으로 시중에 많이 유통되어 있으니 친숙하지 않을 수는 없다. 외려 수프를 많이 먹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장소가 아닌 곳에서 수프를 만나는 것은 낯설다. 게다가 집에서 직접 끓여먹는 수프? 많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수프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철 재료 또는 각양각색의 재료를 물과 함께 끓여 만든 국물 요리로 재료 고유의 맛과 영양을 풍부하게 녹여낸 음식입니다. (중략) 푹 끓여 부드러워진 재료는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 아침 식사로 적합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영양식이나 야식으로도 훌륭합니다. (9쪽)


내게는 그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기 전에 샐러드와 함께 먹는 애피타이저일 뿐인 수프가,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영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수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수프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수프가 많아 봤자 얼마나 많겠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수프 레시피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감자, 단호박, 브로콜리, 옥수수 등 일반적으로 많이 접했던 야채수프들은 물론 가지, 애호박, 대파, 마늘같이 수프와는 잘 매치되지 않는 채소들도 수프의 메인재료로 등장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노멀한 고기들은 물론 베이컨으로도 수프를 끓인다. 연어와 미역, 굴로 만드는 수프까지.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재료들은 모두 수프들로 재탄생했다.


거기에 해물탕급 비주얼을 내는 해산물 수프와 과일로 만드는 냉수프는 시쳇말로 '레알 신세계!'. 수프 레시피 책이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같다 느껴질만큼, 굉장히 많은 레시피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중간중간 수프들을 응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들도 팁처럼 하나씩 소개가 되곤 하는데, '수프를 이렇게도 이용할 수 있구나'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스톡, 바로 육수를 내는 방법이다. 아무래도 수프는 육수를 기본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수프의 맛을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수프 베이스인 스톡을 만드는 것이 꽤나 중요하다고. 기본적으로 육수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그 개념도 조금 낯설게 다가온다면- jtbc에서 방송하는 <냉장고를 부탁해> 속 샘킴 셰프가 매번 만드는 채소육수가 바로 이런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 셰프님은 매번 채소육수 내다가 시간 많이 흘려보내기로 유명하니까. 책 속에는 샘킴 셰프가 애용하는 베지터블 스톡(채소)은 물론, 치킨 스톡(닭), 비프 스톡(소고기), 시푸드 스톡(해산물), 다시마 국물까지 총 5가지의 스톡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시판용 스톡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여 놓았으며, 육수를 맛있게 내는 방법과 만들어둔 육수를 제대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들도 팁으로 소개되어 있다.

 


 

스톡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프 레시피가 죽죽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죄다 먹고 싶은 비주얼이었다. 왜인지 비릴 것 같은 해산물 수프도, 이미 맛을 알고 있는 채소 수프, 곡물 수프들도 말이다. 책이 엄청 깔끔하게 디자인 되어 있고, 잡다한 느낌이 없는 심플한 스타일이다. 딱 떨어지는 깨끗한 느낌이라고 할까. 거기에 수프의 모습을 촬영한 테이블 세팅 또한 '우와' 소리가 날 만큼 딱 떨어져서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순하다. 마치 수프가 갖고 있는 맛처럼 말이다. 책 자체가 순한 수프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양식 국물 요리를 뜻하는 수프(SOUP)는 국물에 적신 빵이라는 뜻의 라틴어 suppa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수프는 이름만 다를 뿐 전 세계에도 존재한다며 여러 나라의 수프를 소개하는 카테고리가 따로 존재했는데, 부야베스와 가스파초, 돈지루까지 익숙한 음식들이 모두 수프의 변형된 종류들이라고 하니까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말간 수프들만 보다가 씹는 식감들이 생길 법한 채소, 고기, 해산물을 넣고 끓인 수프들을 보니 진짜 한끼 식사 대용이 되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되게 간단한 레시피는 따라해 보고 싶을 정도. 추운 겨울에는 아무래도 따뜻한 음식이 필요한 법인데, 겨울에는 수프가 딱이지 않을까 싶다. 간단한 레시피는 15분 안에도 만들 수 있어 보이던데, 후다닥 만들어 먹고 외출하면 속도 따땃하니 든든할 것 같은 느낌. 내가 부엌에서 수프를 만든다고 조물딱 거리고 있으면 부모님은 부엌 어지르면서 뭐하냐고 그러실 테지만, 속이 편한 한끼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부엌을 어지럽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엄마아빠에게 짠 내밀었을때 '맛있다' 한 마디를 들으면 기분이 되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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