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한 완역판, 개정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미성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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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독 <어린왕자> 관련된 책들을 많이 보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그래서인지 다른때보다도 친근하게 다가왔던 <어린왕자>. 글담 서포터즈를 통해 만난 어린왕자만 해도 3번째다. (그래서 더 자주 만난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ㅋ) 하지만 질리기는 커녕 볼 때마다 새로운 책이 또 어린왕자 아니던가. 더욱이 이번 <어린왕자>와의 만남은 특별하다. 인디고에서 10년만에 <어린왕자> 개정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인디고의 <어린왕자>는 2006년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26쇄까지 찍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이다.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일러스트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책인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어린왕자'이니 더욱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중 1번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 10년만에 개정판이 나온다 했을때 뭐 많이 바뀌었을까 고개를 갸웃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인디고에서는 이미 <어린왕자> '불영완역본'을 출간한 적이 있다. (지난 5월) 생택쥐페리의 원작을 좀더 현실과 가까이 데려오기 위한 작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번역한 지 70년이 지나 딱딱하고, 지나치게 한 단어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어렵게만 읽혀졌던 것이 좀 더 명확하게 바뀌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문학자 윤주옥 교수가 새로 번역을 맡았고, 원어민에게 어색한 부분이 있나 많은 메일을 통해 감수를 받으면서 탄생한 책이 인디고의 <The Little Prince>였다. 그로부터 6개월 후,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재번역해 좀 더 읽기 쉽고 다가가기 편한 <어린왕자> 개정판이 출간됐다.

 

개정판이 출간된 의의는 불영완역본의 출간 의의와 비슷할 것이다. 기존의 인디고 <어린왕자>책이 생각보다 딱딱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은 매끄럽지 않은 번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어를 영어로, 영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쳤었기 때문에 불어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한국어로 담을 수 없었던 아쉬움이 이번에 불한완역판을 통해 개선됐다고 보면 된다. 이번 번역은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김미성 교수가 맡았다.

 

 

이번에 <어린왕자>가 개정판으로 출간되면서 생각보다 페이지 수가 확 줄었다. 개인적으로는 두툼하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일러스트와 본문이 적절하게 배합됐던 기존의 <어린왕자>도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 바뀐 <어린왕자>는 기존의 불필요했던 페이지들을 확 빼버리고 '책다운 느낌'으로 다시 태어났다. 좀 더 글에 올인할 수 있다고 해야 할 듯 하다. (하지만 기존의 일러스트들과의 어우러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가장 자연스러운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 가능한 원문의 느낌을 충실히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19쪽)는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들은 전보다 쉽게 읽혀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적인 문장 몇 개만 예로 들어보자. 여우가 어린왕자와 헤어지면서 내뱉는 문장이다.
1. "안녕, 잘가.. 참, 내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2. "그래, 잘가. 내 비밀을 말해 줄게. 비밀은 아주 단순해. 그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아."

 

한 눈에 봐도 어떤 것이 개정판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대화체가 보기 편해졌다. 말 그대로 대화체가 되었다. 그 전에는 '너무 문어체'여서 책을 읽어줄 때에는 조금의 괴리감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하나만 더 살펴보자면, 어린왕자가 장미꽃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의 문장이다.

 

1. "그 꽃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 허영심 뒤에 가려진 따뜻한 마음을 보았어야 했는데... 아, 꽃이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때 난 꽃을 제대로 사랑하기에는 아직 어렸던 거야."
2. "내 꽃으로부터 도망쳐서는 안 되는 거였어! 가엾은 속임수 뒤에 숨은 다정한 마음을 눈치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 모순적이야. 그리고 그때 난 꽃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어."

 

아무래도 어린왕자는 대화가 많다. 어린왕자가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과 대화를 하다보니,아무래도 대화체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개정판은 이 대화체의 묘미를 살려,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진짜 대화하는 사람의 말을 따 놓은 듯한 느낌이 들게끔 구성되어 있다. 개정판이라고 해서 기존의 책과 너무 많이 바뀐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쉽고 읽기 편한 <어린왕자>를 찾고 있다면, 이 불한완역판 <어린왕자>를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전히 김민지 일러스트레이터의 따뜻한 일러스트들과 어린왕자의 감성을 함께 가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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