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유미성 지음, 애드리안 윤 그림, 김수영 시집OST / 다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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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랑을 할 때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사랑을 자신에게 맞추느냐 상대방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함께 나누는 말과 행동, 함께 다닌 공간과 시간 하다못해 바람 하나까지 전부 제각각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절대로 사랑은 같을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른 방법으로 찾아가는 '사랑'은 생각보다 보편적인 감정을 전해준다. 그렇기에 사랑에 빠질 때는 그렇게나 달달한 노래를 들으면서, 이별했을 때는 그렇게나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자신의 추억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겠나. 시 또한 노래와 다르지 않다. 시라는 장르 자체가 많이 각광받는 장르가 아니라서 노래들 보다는 접근성이 좀 낮을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에 수없이 옮겨다니는 마음에 확 박히는 일명 '사랑문구'들은 시에서 발췌한 것들이 꽤 많다. 시는 사람의 감정을 짧게 함축적으로 노래하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인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는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 결국 이별의 아픔이란 /
그 사랑의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 어리석은 당신의 몫일 뿐이다 / (91쪽)
라는 마지막 문단이 와 닿는 '이별시' part의 첫번째로 수록되어 있는 시다.

 

사실 나는 시집을 곁에 두고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다. 다른 책들보다는 시집에 손이 덜 가는 편이라서기도 하고, 조금은 낯설다고 느껴져서기도 할 테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들여다 보게 된 책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알고 보니 책 속에 담긴 저자의 시 제목이기도 한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는 책의 분위기를 단번에 이야기해 준다. 이 시집은 '사랑'과 관련된 시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제목에서의 느낌과 같이 사랑과 이별의 2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는 시들을 만날 수가 있다.

 

 

나는 당신을 바람으로 만났다 / 당신을 통해 빛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78쪽)
이 시는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바람'과 같이 자유로운 사람으로 표현, 그를 통해 바람과 같이 자유롭고 여유로운 법을 배웠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로 인해 자신이 빛처럼 밝아졌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시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 그래서 나는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람을 믿는다 (70쪽)
'내사람'이라는 제목이 이야기하듯, 사랑은 변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사람을 믿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사랑 충만한 문구들이 가득한 '사랑시'들이 앞쪽에 모여 있고, 뒷쪽에는 떠나보낸 이에 대한 후회와 슬픔을 다룬 '이별시'들이 모여있다.

 

보내고 쉽게 잊히는 /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 당신은 / 보내고 더욱 그리워지는 사람일까요 (133쪽)
사랑을 보낸 후 슬퍼하는 모습들과 함께

 

이제 내게 추억이란 / 기억할 수 없는 현실의 한 모서리일 뿐
시간으로 치유되는 아픔이란 / 타인에게 있을 뿐이다
그렇게 너를 잊음은 / 내 멈춰버린 시간 안에서 / 언제까지나 보류하기로 한다 (154쪽)
시간을 흘려보내 당신을 잊는 것은 내게는 가능하지 않다는 미련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미련한 마음, 혹은 사랑스러운 마음들과 잘 어울리는 그림들이 중간중간 삽입돼 있다. '애드리안 윤'이라는 작가의 그림들인데, 시의 분위기와 잘 맞는 그림들이 들어가 있어서 시와 함께 녹아드는 분위기도 든다.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에는 시집 OST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영화음악 감독이 시집을 위해 BGM을 하나 만든 것인데, 기존의 시집들과는 조금 다른 시도여서 눈에 띈다. 들어보면 굉장히 서정적인 BGM이 흘러나오는데, 이는 시를 읽을 때 감성을 더욱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많이 읽힌 시, 유명한 시들만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다. 누군가가 열심히 알렸거나 입에서 입으로 알려졌거나 어찌됐든, 사랑을 받는 시는 계속 사랑을 받곤 한다. 아무래도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세상에 좋은 시는 굉장히 많을 텐데 한정된 시만이 읽히는 것은 아무래도 슬프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어느날 그냥 훌쩍 서점의 '시' 코너로 가서 아무 시집이나 빼 들고 시를 읽었는데 내 마음에 확 와닿는 시를 발견한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사랑에 힘빼는 것이 싫어 썸만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사람들이 마음에 감성을 충전할 시간이 없어 인간관계가 딱딱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며. 가끔은 이렇게 시집을 읽으며 '감성충전'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비록 지금 사랑은 하지 않지만, 촉촉한 사랑을 읽는 것 나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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