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 - 공주, 건달 그리고 시골 소년 스타워즈 노블 시리즈 4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안종설 옮김, 랄프 맥쿼리.조 존스톤 그림, 박상준 감수, 조지 / 문학수첩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일명 '스타워즈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가. 나는 '스타워즈'에 대한 큰 환상이나 기대감이 없다. (그렇게 단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애초에 내가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땐 이미 SF 영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던지라, '스타워즈'를 통한 경이로움 같은 것은 느껴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스타워즈' 시리즈 영화들은 본 기억도 없다. 오히려 내게는 요즘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 전문채널에서 해주는 <레고 스타워즈>가 좀 더 익숙한데, 뭐 이 프로그램 조차도 가끔 스치듯이만 봐서 어떤 내용인지는 잘은 모르겠다. 이런게 현재 내가 스타워즈라는 것에 대한 내 인식 상태다.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스타워즈'에 알고 있는 것 거의 없음, 잘 모름, 그래서 관심도 많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스타워즈 시리즈가 책으로 다시 나온다고 했을 때 내 반응은 뜨뜨미지근했다. 활활 불타오를 일이 무에 있겠는가. 하지만 이 책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은 아무런 기대없이 읽은 내게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타워즈'를 사랑하는구나, 조금은 느낄 수 있던 시간이라고나 할까.

 

영화라는 장르가 그 선풍적인 인기를 타고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거나 소설로 나온다거나, 대본집 혹은 연극 등 여러가지 분야로 뻗어나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는 듯 하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격인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고 있자면 말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캐릭터들대로 엄청나게 사랑을 받았고, 아직도 받고 있다. 스타워즈 캐릭터들을 이용한 팬픽같은 것도 만들어졌다고 하니 말 다 한거지. (스타워즈 팬픽이라니, 처음 들어보지만 되게 신선하다) 아마도 팬픽이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캐릭터들끼리 연결을 시킨다거나 또 다른 외전 격의 이야기를 상상해본다거나 하는 것들이겠지만, 하나의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팬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진에게 이제와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스타워즈의 강력한 팬심을 가진 팬이었고, 가족들 또한 스타워즈 팬이라고 지은이의 말에서 밝혔다. 성공한 팬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저자는 오랜 스타워즈의 팬으로서, 굉장히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듯 보인다. '나는 레아와 한과 루크의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에게 각각 '공주, 건달, 시골 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 세 사람이 남들은 물론 자신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 만큼 커다란 성과를 거두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을 보건대, 책은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추가된 것 같다. 스타워즈 1편인 새로운 희망 편을 보지는 못했지만, 왜인지 영화보다는 좀 더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 직접 스타워즈를 봤던 이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가 책을 읽기 전에 궁금해졌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이 책은 흥미로운 책이다. 본 서사가 탄탄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글로 옮긴 작가의 글솜씨가 좋아서 그런건지는 알 수 없지만, 또한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공주, 건달, 시골소년의 순서에 맞게 레아공주의 이야기부터 등장한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워져 언젠가는 여왕자리에 앉을 공주라는 신분임에도 어떻게 해서든 은하계의 일에 관심을 갖고 잘못된 것을 고치려 노력하며 어려운 곳에는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은하계를 구원하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은하계를 돕고 싶어하는 기운찬 공주가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불가능이란 말을 믿지 않는' 뚝심있는 공주. 하지만 무슨 일에서인지 어떤 작전을 수행하다 다스베이더에게 걸렸고, 그 결과로 자신의 행성을 통째로 은하계에서 지워버리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으며 탈출을 도모하는 꽤나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여운을 남겼다.

 

두번째 이야기는 '한'이라는 건달의 이야기였다. 밀레니엄 팔콘이라는 우주선을 제 목숨 다음으로 좋아하는, 우주선으로 향료 밀수를 전문으로 하는 건달. 제국군을 만나 밀수를 한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향료를 우주선 밖으로 내다버린 바람에 위험에 처했으나, 역시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는 벤과 루크란 사람들의 제안에 어찌어찌 그 향료값을 벌충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상황이다. 그러다가 레아공주와의 접점이 생기고,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루크와 벤과 힘을 합치게 된다.

 

루크는 한의 이야기 속에 거의 처음부터 등장해 굉장한 존재감을 뽐냈던 인물이다. 물론 한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이었지만, 그의 영향력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조잘조잘 한에게 대응하며 이야기를 하던 소년은 곧 벤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여러가지를 떠올리고 능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웅이 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마무리이자 왜인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인 듯한 이야기였다.

 

등장인물들의 일러스트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해당 배경에 대한 일러스트들은 굉장히 멋졌지만, 재미와는 별개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도 익숙한 이름들이 보이지만 정확하게 매치업이 되지 않아 자꾸 일러스트들을 살펴보게 되었고, 용어들익숙치 않은 탓에 '스타워즈'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읽어냈을 책을 좀 오래 부여잡고 있었다. SF 소설책의 특징이라면, 그 배경들과 사용하는 무기들, 의복 등을 내가 직접 작가의 의도대로 상상해서 공간을 확보해 놓은 후 글을 읽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늦을 수 밖에- 더군다나 어중간하게 알고 있던 내용들이 섞여버려서 그것들을 걸러내는데도 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참 쉽게 읽히는 책이었고, 금방금방 페이지를 넘길 수 있어서 좋았다. 깊게 생각할 부분이 없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었던 책이라 더 좋게 느껴졌던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조금은 관심도 생겼다. 이 내용들이 1977년의 영화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말이다. 엄마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이번에 개봉한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볼 예정이었는데, 그 영화가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으려나. (기본적으로 엄마는 스타워즈를 잘 알고 있었다) 스타워즈의 매력을 다 알기엔 조금 짧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 매력을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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