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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평점 :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한 해가
새로 시작하기 전에 내년을 미리 예측해보는 대표적인 책이다. 어떤 것을 내다보고 예측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그 일을 해
옴으로써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1쇄를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아
2쇄를 찍은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사실 나는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서 있지 않다. 그래서 <트렌드 코리아>라는 제목
자체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나 할까. 검색을 해 보니 '트렌드'라는 단어는 '유행'이라는 단어와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유행은 물건 자체에
적용되는 말이라면, 트렌드는 물건을 사도록 이끄는 원동력에 관한 것이라고.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역시 조금은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이 책은 소비자들보다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급자들이 보면 더욱 유익한
책일 것이다.
어떤 사업을 시작하면서, 혹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잘 알고 그에 알맞은 제품을 내 놓는다면 굉장히 히트하게 될 것은 뻔하다. '그 히트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 소비트렌드 전망.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과거에서 현재로의 성향은 어찌 변해왔는지, 그래서 미래에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전망들이 <트렌드 코리아> 속에는 충실히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나라살림, IT 기술, 문화, 생활 등 전반적인 전망도 내어
놓는다. 물론 '~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글들 뿐이지만, 해당 트렌드 관련 제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큰 배경지표가
아닐는지.
개인적으로 내가 <트렌드 코리아>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년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작년에 자신들이 주장했던 트렌드들이 현재 어떻게 자리잡았나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나를 꼼꼼히 되짚어 보는 작업도 같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내 놓았던 10개의 소비 트렌드 중에서 내가 1년을 지내오면서
공감했던 것들은 '증거중독'과 '꼬리, 머리를 흔들다', '일상을 자랑질하다' 이 세 가지이다. 세월호 이후 메르스까지 겪게 되면서 한층 더해진
'증거중독'은 많이 공감했었고, 덤으로 시작한 제품들이 본 제품의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을 형성하는 일화들 또한 폭풍 공감, SNS를 통해
(특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자신의 평범한 듯 보이는 일상을 자랑하는 시대는 현재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트렌드였기 때문에 세 가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그에 반해 '햄릿증후군'의 경우 그 이전에도 '결정장애 세대' 등과 이어지는 것이므로 그다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할머니들이 달라지는 것은 주위에 보고 느낄 할머니들이 있지 않아서 공감못해 패스. '럭셔리의 끝, 평범'의 경우에는 회고의 포인트가
약간 빗나간 느낌을 받아서 회고의 내용은 공감하는 바이지만 약간은 불일치란 생각이 들어서 이 또한 패스. 이 세가지는 별로였고, 나머지 네
가지는 그럭저럭 약간 공감을 한 트렌드들이었다.
이번 회고에는 요즘 많이 사용하는 빅데이터를 통해 좀더
객관적인 지표를 마련한 것도 변한 부분이다. 객관적인 부분의 신뢰가 올라가면서 회고에 대한 신뢰도 또한 올라갔다. 또한 내게는 기존의 자신들의
트렌드를 향후 전망과 함께 같이 버무려 내놓는 것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트렌드라는 것이 2015년 것이라고 해서 2015년에서 끝을 내는 그런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과 가능성, 전망들을 이야기 하면서 각각의 트렌드 회고를 마무리짓는다. 어찌보면 이 책에서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런 회고를 하는 트렌드 책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독특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지난 트렌드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트렌드를
예측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올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드는 점이다.
많은 책들이 이야기한 '불안사회'라는 단어. 익숙해진만큼
하나의 소비트렌드로도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다. 불안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많이 쓰였다는 이야기고 공감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늘 실제보다 과장되어 나타나는 불안들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불안이라는 것은
얼만큼 존재해야 사람을 성실하게 만들어 준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을 빌어 긍정적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끝맺었지만, 불안을 이용한
소비 트렌드가 굳이 도래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라게 되는 건 조금은 무모한 생각일까. 2번째로 '1인 미디어'에 대한 시장을 넓게 보고
있었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으나, 점점 영향력이 강해지는 1인 미디어가 기존 시장과 손잡고 마케팅을 벌여서 성공한 사례가 계속
늘게 될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주목해야 하는 트렌드라 생각한 듯 하다.
젊은이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단어 '가성비'도 등장했다.
책은 브랜드의 몰락을 이야기했지만, 아직까지 브랜드가 몰락하기에는 소비자 입장에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매리트가 아직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기본 브랜드들이 몸집을 줄여 저가형 브랜드를 새로 등장시키거나 혹은 브랜드의 이름을 내걸고 가격은 싸게 낮춰
실용성에 중심을 맞춘 제품들을 내놓을 가능성이 많이 보인다. PB상품의 다양화 또한 가성비로 인해 그 시장이 커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가성비라는
것은 가격대비라는 말이다. 하지만 제품이 좋다면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생각이 있는 소비자들이 아주 많이 있기 때문에 그 둘의
접점을 찾는 것이 아마도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도 젊은이들을 겨냥할 수 있는 트렌드가 될 듯 하다.
'달관세대'라 일컫는 젊은이들이 마지막 보루로 '있어빌리티'를 연마한다는 내용은 슬프기까지 하지만, 시대가 젊은이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면
갖고 있는 것들 중에서 최소로 최대의 가치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있어빌리티를 충족시키는 것은 가성비에 감성을 더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듯
한데,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 당장은 어려울 듯 하나, 경제침체가 오늘 내일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돈을 쏟는다면 그만큼의 결실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그저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해보고 전망할 뿐인데,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현재의 내 상황과 맞는 트렌드와 아닌 트렌드를 골라 내게 맞는 트렌드들 중 될만한 트렌드들에 더 눈길이 간다. 2016년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참신한 트렌드가 도래하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내가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면 도움이 될만한 전망들이 많이
있었다. 올해의 트렌드 상품 10개를 보면서, 결코 트렌드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동떨어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과연 내년의
트렌드상품 10개에는 어떤 느낌의 제품들이 소개될 수 있을까. 아직 오지 않았지만 꽤 가까이 다가온 병신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