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그냥 해봐! - 네 청춘의 경쾌하고 느린 성장 비망록
솔루션스 지음 / 마리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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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쌓이는 수많은 홍보 CD 중 하나를 골라 무작정 틀었다.

(중략) 한참 동안을 해외 팝음악인 줄 알고 틀어 놓았던 그 앨범. (267쪽)

 

내가 '솔루션스'를 알게 된 건 이 책의 에필로그를 대신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의 기획자이자 대중음악기자인 박영웅씨가 쓴 글과 거의 비슷하다. 나는 우리나라 음악은 새로 나온 음악들은 한 번씩은 무조건 들어보려고 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그에 반해 팝 쪽은 낯설고 잘 알지 못해 새로운 음악들을 모두 들어보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여건이 좀 다르니까.) 박영웅씨는 음악을 듣는 것이 '일'이기 때문에 많이 들어야 하는 거지만, 나는 그냥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그냥 음악이 좋아서- 그러다보면 얻어 걸리는 가수들이 있다. '솔루션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냥 생각없이 틀었던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 음반 전체를 플레이 리스트에 걸어놓고 계속 들으면서, 세련된 느낌의 음악과 영어 가사를 들으면서 '해외 가순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인디 씬 중에서 이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되게 새로웠고 말이다.

 

그 뒤로 지금까지 솔루션스 1집, 2집, 그리고 이번에 멤버들을 보충한 후 낸 미니앨범까지 빠짐없이 다운 받아 소장하고 있다. 아니, 소장하고 있다기 보다는 계속 듣기 위해 귀찮게 찾는 대신에 다운 받는 쪽을 택했다고나 할까. 1집을 내고 잊어버릴 때 쯤, 너무 들어서 이제 그만 들어볼까 했을 때쯤 2집이 나왔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음악들을 많이 섞어 듣기는 했지만 꾸준히 들었었다!!) 그리고 2집이 나온지 1년만에 꽤 빠른 속도로 미니앨범이 나왔다. 1집에서 2집이 나온 텀이 2년 정도니 1년이면 겁나 빠른 축에 속한 거라 생각하며 뮤비를 봤는데 멤버가 늘었다! 알고 보니 계속 같이 무대에 섰던 멤버들을 이번에 정식으로 영입한 거라고- 그렇게 솔루션스는 4인조가 됐고, 2집과는 또 다른 음악으로 날 즐겁게 해줬다.

 

그리고 11월 말, 이들의 에세이가 나왔다고 해서 '어머 이건 꼭 읽어봐야해!!'라며 책을 집어 들었다.

 

 

 

 

 

사실, 나는 그들의 음악을 좋아할 뿐이지 그들의 공연이라든가 실제 그들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었던 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채널을 돌리다 유스케 같은 방송에서 이들을 만난다면 되게 반갑고, 그동안 많이 들어왔던 노래들을 열심히 즐기겠지만 딱 거기까지. 그래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솔루션스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그들의 음악이 전부. 그렇기에 그들의 에세이는 내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Do it, 그냥 해봐! 라는 제목 또한 뭔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처음으로 이들을 '검색' 해 봤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내 또래였고 말이다. (내 또래라고 하기에는 막내 멤버만이 20대이지만) 다른 멤버들 또한 20대를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직도 청춘이라는 이름이 퍽 어울리는 나이대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면 그런 음악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책을 손에 받아드니 그런 궁금증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궁금증을 품은 채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책이 보였다. 이 책은 네 사람이 자신의 시간들을 어떻게 걸어왔나를 꽤 진솔하게 적어낸 책이다. 아주 잘 쓴 글도 아니고 유려하지도 않지만, 솔직하고 담백하게 적은.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 앨범으로 발표되고 기록으로 남는다. 앨범은 밴드의 현재를 담는 기록이자 멤버 개인의 역사를 담는 일이기도 하다. (44쪽)

고등학교 때부터 장래희망은 언제나 뮤지션이었고, 나는 꿈을 이루었다. 이제 나는 그 꿈 안에서 가능한 한 오래오래 살아가면 된다. '성공한 뮤지션'이 장래희망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64쪽)

보컬 솔의 이야기는 음악을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자신의 꿈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 4인조 체제로 변한 솔루션스를 달가워하는, 점점 더 발전하는 보컬에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것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건 많이 힘든 일이다.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각자가 이끄는 대로, 이끌리는 대로 산다.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그 중에서도 사랑은 가장 복잡한 행복의 형태가 아닐까. (74쪽)

스무살 때 그랬던 것처럼 서른의 하루하루도 뚜벅뚜벅 걷다보면,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또 서로를 마주할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서운한 일만은 아니다. (117쪽)

나루의 이야기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고집과 강박, 이번에 나온 EP를 작업했을 때 만났던 지미 더글라스 프로듀서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것들 등.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 꽤 멋있어 보였다. 음악으로 시작해 음악으로 끝나는 그의 머릿속에서 그렇게나 좋은 곡들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의 반려묘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는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중엔 나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픈 아이들만을 데려와 사랑으로 보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의 깊게 들어야 소리가 점점 뚜렷하게 들리는 베이스는 차분하면서도 오버하지 않는다. 베이스의 묵묵함, 그런 점은 꼭 나랑 닮았다. 연주하는 사람도 그렇게 만드는 마법같은 악기다. (155쪽)

난 "어제 일도 내일로 미룰래?"하며 얘기하자는 너의 말엔 웃을 수 없네. 우린 잘 알잖아. 저 태양은 또 뜨고 지는 거. 매일 뜨겁게, 그렇게 너의 눈으로 날 안아줘. (205쪽)

베이시스트 오경은 솔루션스에 이번에 합류한, 가장 큰 형이다. 이번에 정식으로 합류하긴 했지만 솔루션스의 모든 무대에 함께 섰던 멤버라고. 군대에서의 암흑기를 보내고 솔루션스와 함께 하기까지 힘들었던 나날들을 버틴건 오직 베이스 뿐이었다는 그의 이야기들은 어두웠지만, 그가 베이스에 갖고 있는 애정만큼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다. (중략) 그저 그렇게 즐기면서 꿈을 키워가고 싶다. 아니, 내 꿈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다. 잘 흘러가도록 길을 터주다보면, 또 하나씩 하나씩 이뤄지겠지. (227쪽)

나는 항상 행복을 꿈꾼다. 드럼 스틱만 쥐어도 행복했던 그때처럼, 늘 행복한 드러머로 살아가고 싶다. (중략) 작은 것에 감동하고 소소한 것에 많은 행복을 느끼는 스물여덟의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내가 좋다. 나는 언제까지나 나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갈 것이다. (251쪽)

음악의 시작이 아버지라 말하는 막내 드럼 한솔의 이야기는 넷 중에 가장 젊어서 그런가. 타투에 대한 이야기, 너무 무리한 꿈은 꾸지 않는다는 이야기나 드럼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등은 마냥 어린 느낌. 하지만 그의 글 속에는 사랑받은 집안의 화목함이 글 속에 묻어나는데, '즐겁게만 살아도 인생은 짧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본받고 싶은 사랑스러움.

 

 

 

 

 

 

책을 읽고 있으면 솔루션스의 네 사람이 조금이지만 보인다. 직접 맞대고 이야기 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을 모두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는 알 것 같다. 넷의 성격이 어떤 건지 말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번에 나온 EP의 다음 음악은 어떤 음악인지 말이다. 음악의 결정권이 둘에서 넷으로 늘었고, 그렇기에 서로 부딪히는 면도 많겠지만 새로운 면도 많아질 테니 말이다. 모든 것은 관계의 연속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는 것도 결국 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함께 해 왔지만 소속감이 없던 시절과 이제는 정식 멤버로서 소속감이 생긴 지금. 조금 더 새롭고 재밌고 즐거운 음악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이 인간적인 네 사람에게 다음 앨범을 빨리 내달라 재촉하고 싶어졌다.

빨리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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