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 백성현 포토 에세이
백성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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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빽가라는 가수는 코요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

아마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코요태는 가요계에 혼성그룹으로서 나름대로 획을 그었고, 그 속에 속한 빽가는 코요태를 아는 이들이라면 모르는게 이상할 정도로 '유명인'이니 말이다. 빽가에 대한 내 인상은 2가지다. 키가 크고 까무잡잡하며 마른 외형을 가진 래퍼(가수)라는 점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아마 빽가의 인생에도 이 두 가지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가수라는 직업과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가라는 직업까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요태 팬이 아닌 이상에야 이것 말고 빽가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드물다. 예능을 자주 나온 건 빽가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나왔다 할지라도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뭐 그의 옆에 대체 불가능한 예능둥이 김종민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그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아는 것이 없는데 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에 그에 대해 관심이 없어야 정상인데, 왜인지 모르게 그의 에세이 집 표지를 봤을 때 궁금했다. <고마워요>라는 에세이 제목 뒤에는 'Thanks Photo'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백성현 포토에세이'라는 부제 또한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표지만 봤을 때, 이 책 <고마워요>는 빽가가 사진관련 에세이를 적은 것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과 관련해 마냥 가벼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았던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의 첫 번째 테마는 '아프니까'로, 그가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아프기 전의 자신의 모습,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됐을 때의 모습, 수술을 받기 전과 후의 모습, 그리고 퇴원하던 날의 모습까지. 개인적인 에세이에 충분히 담길 수 있는 '일기'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물론 누군가가 읽기 위한 책이므로 약간의 사정 설명은 되어있지만, 대체로는 자신의 감정을 덤덤히 혹은 무너져 내리면서 쓴 글들이 말이다. 특히나 기자들의 특종 보도로 인해 상처 받았을 당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고민'이라는 글은, 빽가와 아무 연관이 없는 나도 보면서 열이 받을 정도였다.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오갈 정도로 중한 문제가 단순히 [단독]이라는 마크를 달기 위한 경쟁으로 밖에 치부하지 않은채 아픈 곳을 마음대로 쑤셔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그리고는 기사가 나기 전 먼저 알려줘야 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드는 그의 모습이 왜인지 처연해 보였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기사를 보고 걱정되어 찾아온 부모님 앞에 아무렇지 않은 척 나섰으나 눈빛 한 번에 그 자리에서 무너지고 마는 모습이 적혀 있는 부분이었다. '눈에서 눈으로'라는 제목이 달려 있는 이야기로,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 아버지와 엄마의 눈빛이 정확하게 내 눈과 마주쳤고, 그 눈빛에 나는 두 분이 문을 다 열기도 전에 울음이 터져 나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미친 듯 목놓아 울고 말았다."(64쪽) 부분을 보면서 무너져 내리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이해가 되면서 또 다행스러워서 나도 퍽 안심을 하게 됐었다. 너무나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해버리려고 했던 모습이 이전에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이제 두 분이 진실을 알게 되셨고 나는 의지할 곳이 생겼다."(65쪽) 적어도 언제까지나 자신의 편이기만 할 가족이 모든 것을 알고 곁을 지켜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이미 지난 일들인데도 안심이 되었다. 아, 퇴원하던 날 병실의 탁자 서랍에 써 놓은 메시지도 참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 어쩌면 정말 낭만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약간.


무거웠던 첫 번째 테마를 지나면 '사랑하니까'와 '그래도 내 인생이니까' 테마가 등장한다. 이 부분은 내가 맨 처음 생각했던 대로 '사진'과 관련된 혹은 자신의 이런 저런 물건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풀어져 있는 테마였다. 훨씬 마음이 편했고, 왜인지 첫번째 테마에 쓰인 사진들보다 밝은 느낌의 사진들이 많다고 느끼기도 했다. 반려견 '아들'과 '마초'에 대한 이야기엔 애정이 넘쳤고, 라이카 모델로 선정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땐 설렘이 가득한 것이 글에서도 느껴졌다. 또한 이유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에 대처하는 모습엔 누구와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서 친근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나는 서른다섯 살인데, 내 안의 진짜 나는 내가 몇 살인지 모르겠다. (209쪽)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어깨의 짐이 힘에 겹다. (중략) 정작 사실은 내가 많이 힘든데 그래서 누군가 나 좀 챙겨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푸념을 늘어놓다 보면 결국 스스로 책임지고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뭔가 더 힘들고 지친 마음이 길어지는 밤이 가끔씩 이렇게 찾아오는 것 같다. (210쪽)

친구의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좋아한다거나, 재능기부를 통해 카메라를 배우고 싶어도 배우기 힘든 여건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본다거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비교해 보는 것들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 웃음짓게 한다. '그래도 내 인생이니까' 테마가 '사랑하니까' 테마보다 좀 더 밝게 느껴진건 내 기분탓이려나.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아, 이 사람은 가수를 못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사진기를 손에서 놓는 건 절대 못하겠구나. 글 하나 하나에 담겨 있는 그의 진심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사진이 참 많이,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말이다. 사진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도 기꺼이 하고 있고, 빅이슈 같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일들도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도 착실히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이 책이 나온 것을 안다면, 누군가는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는 제 말이 진실이라며 "가수 나부랭이가 무슨 사진이냐? 잘난척 하지 마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들에 절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그가 얼마나 사진에 정성을 쏟는지 조금만 읽어봐도 충분히 느껴지니까 말이다.


사진은 거의 대부분 언제나 행복과 웃음을 선물해준다. 이건 확실하다. (254쪽)

자신이 적은 말처럼, 누군가에게 행복과 웃음을 선물할 수 있는 환한 사진들을 많이 찍어줬으면 좋겠어요. 사진장이 백성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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