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추억을 쓰다 - 어릴 적 나와 다시 만나는 고전 명작 필사 책 인디고 메모리 라이팅 북 1
김재연 지음,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도 벌써 20개가 넘어 갔다. 우리 주변에 고전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생각하다가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넘어갔었던 책들을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시리즈였기에- 아마도 앞으로의 고전 시리즈를 통해 또다른 고전들을 알게 된다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백미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한다고 해도 한 번쯤 되돌아가 무슨 그림인지 뒤적여볼 판에, 아예 스토리에 알맞은 일러스트들이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소장욕구를 마구마구 상승시키는 하나의 요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시 생각해도 고전과 아름다운 일러스트의 조합은 신의 한 수였다고나 할까.

 

 

 

 

그런 인디고에서 이번에는 '메모리 라이팅북'이라는 이름으로 필사책이 등장했다. 컬러링북 광풍이 불었던 것은 이미 한바탕 유행이 지나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라이팅북이라는 이름으로 필사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언제나 인기가 많은 캘리그라피와 필사책이 만난 여러 이미지들을 접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나도 저렇게 예쁘게 글씨를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듯 싶었고, 필사책은 컬러링북에 이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라이팅북이 나온다 했을 때 참 시기도 적절하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이게 웬 걸!! 이건 필사책 하기엔 굉장히 아까울 정도로 예쁜 책이었다. 정말 예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그런 책.


일단 책의 예쁨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두고 책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자면, 책에는 <빨간 머리 앤>,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에이번리의 앤>까지 총 4개의 고전이 담겨 있다. 기존의 필사책들이 이루고 있는 방식은 한 가지의 소설을 모두 필사하는 방식이거나 혹은 유명한 시를 필사하는 방식이거나가 가장 흔한 방법이었다. 한 권의 소설을 필사하는 방식은 작가의 작법이라던가 표현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시를 필사하는 책들은 아무래도 짧은 분량을 필사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렇기에 4가지의 이야기가 담긴 필사책은 조금 새로운데, 책에 4가지 소설의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4가지의 고전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 속에 와 닿았던 이야기들만을 모아서 만든 책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누군가'가 누군가인가일텐데, 그 누군가는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을 지은 '김재연' 라디오 작가였다. 그녀가 직접 쓴 책을 읽어 봤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감성이 담긴 이 필사책을 환영할 수 밖에 없다. 그녀의 감성은 사람들의 따뜻한 곳만을 보며, 예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 책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과 문장들은 내 마음 속에도 예쁘게 와서 박힌다. 더불어, '손글씨 쓰는 라디오 작가'라는 그녀의 닉네임에 알맞은 그녀의 손글씨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새로운 묘미다.

 

 

 

 

 

 

 

그리고 위에서 잠깐 언급한 책의 예쁨. 그건 백퍼센트 일러스트 덕분이다. 사실 <빨간머리 앤>,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에이번리의 앤> 4권은 모두 김지혁 일러스트레이터의 일러스트들로 만들어진 책이다. 이 네 권의 소설이 한 권으로 묶인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권으로 묶였을 때 일러스트들이 일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각자의 소설 느낌을 최대한 가지고 갈 것- 일러스트들을 한 데 묶었을 때 가장 집중한 부분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게다가 필사할 부분들의 이미지들도 굉장히 예뻤는데, 일러스트들이 이어지기도 하면서 독립적인 페이지에는 새로운 이미지들이 더해지기도 해서 '감히 안예쁜 내 글씨를 써도 될까...'라는 마음까지 들게 한다. 일러스트와 어울어진 김재연 작가의 손글씨 또한 예쁨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비결이고 말이다.

 

 

 

 

필사책의 좋은 점은 이것이다. 글씨를 여러각도로 써 보기도 하면서 예쁘게 써 보려고 노력도 해 보면서,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게 되는 것. 누구나 마음에 품은 좋은 문장 하나씩은 있을 테지만, 새로운 문장들을 또 마음에 담는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기도 힘들 뿐더러 그 날의 내 기분과 상황에 따라 같은 문장도 다르게 해석되곤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필사를 하게 되면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던 감정들이 하나로 모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필사를 하면 사람이 차분해진다는 얘기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써 보면서, 그리고 계속 읽어보면서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오롯이 그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들이 다가오게 되니까.

 

 

 

 

 

 

그런 점에서 내 마음속으로 걸어 온 한 문장은 이것이다. <에이번리의 앤> 속 "난 모두의 가슴과 삶 속에서 항상 봄이 되게 해달라고 빌거야"라는 문장. 모두의 마음이 늘 봄이 되기를 바라는 앤의 마음이 예쁘기도 하고, 나도 그 앤의 마음을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도 되어서 말이다. 천방지축 앤이 숙녀가 된 이후의 이야기가 담긴 <에이번리의 앤>의 대사들은 꽤나 시적이면서도 와 닿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는 이 문장이 가장 와 닿았다. 이 문장 말고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던 <작은 아씨들>의 문장이 내가 갖고 있는 마음과 비슷해서 찜!


문학을 새롭게 읽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필사도 문학에 새롭게 다가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더군다나 손으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써 본 문학이라면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테고 말이다. 예쁜 일러스트 감상하면서, 김재연 작가가 고른 고전 속 문장들을 읽어보면서, 직접 필사 해 보면서, 조금이라도 복잡했던 생각들을 떨쳐 내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명작 속 추억을 쓰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필사를 통해 '오롯이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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