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교양 수업 - 내 힘으로 터득하는 진짜 인문학 (리버럴아츠)
세기 히로시 지음, 박성민 옮김 / 시공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세상에 들고 나올 때 언급했던 "애플은 언제나 리버럴아츠와 테크놀로지가 교차하는 지점에 존재해왔다. 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항상 리버럴아츠와 테크놀로지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왔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리버럴아츠'라는 단어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건 동의한다 해도 그가 말한 내용들 중 무언가에 대해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던 내게 리버럴아츠라는 단어는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낯선 단어일 뿐이다. 그래서 눈이 갔다. 리버럴아츠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문학을 스스로 터득한다'라고 이야기 하는 이 책이 말이다.


인문학으로의 회귀,라면서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제목들, 그리고 인문학 관련 서적들이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고전들을 굳이 찾아 보지 않는다. 이렇게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서적들을 뒤져보며 그것들에 대한 대강의 지식만 알고 넘어가는 식인 것이다. 소위 말하는 '얕고 넓은 지식'들만 원하는 세상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잘난척 하기 위해, 있어 보이기 위해서. 하지만 책에서 저자는 이런 지식들은 쓸모없는 지식이라 단언한다. 이런 지식들을 백날 천날 머리 속에 집어 넣어봐야 시간이 지나면 스르르 흘러나가 버려 쓸모없는 것이 된다고 말이다. 직접 자기 스스로 생각하면서 터득해야 한다고 말이다.


'통찰력과 직감에 따라 본질을 파악하는 사고방식과 스스로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힘'(9쪽)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버럴아츠이며, 이것은 '마음을 지닌 지식', '감성이 뒷받침하는 살아있는 지성'(12쪽)을 가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누군가 떠먹여주는 얕고 넓은 지식보다는 하나의 문제를 곱씹어가며 통찰하고 이해해서 제것으로 만든 뒤 다른 것들(다른 분야일 수도 있고, 같은 분야의 어떤 것일 수도 있고)와의 연계를 통해 스스로 지식을 축적해 나가도록 돕는 것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를 반증하듯, 책은 기존의 인문학 책들처럼 어떤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그 책을 통해서 책의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보여준다. 하나의 책을 받아들일 때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이 그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말이다. 자연과학의 경우야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그가 이루어낸 (혹은 발견한) 업적들에 대한 생각들을 전하는 것이었다면, 철학쪽에서는 여러 책들을 한꺼번에 언급하며 이 책과 저 책 사이의 연결고리들을 찾아보고 계속 연결지어간다. 아무래도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보니 '흥미롭다'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내가 실제로 읽었을 때도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책들을 넘기게 됐다.


사실,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책이다. 책들을 선택하고 소개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비슷한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 대한 자세한 언급과 그 배경 지식을 줄줄 나열하지 않는다. 그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자신이 책을 읽고 정리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책들을 엮어나갈 뿐이다. 이것이 기존과 조금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교양, 즉 리버럴아츠의 가장 중요한 성격은 무경계, 무장르의 횡단적 공통점이다. (23쪽) ​장르를 파괴하고 오간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교과서간의 합동수업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아이들에게 틀을 깨는, 편견을 벗어던지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관성에서 다른 것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는 관성을 벗어나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리고 그 다른 눈을 찾는 것은 어느것도 아닌 자신으로부터 존재하고 말이다. 인문학에서 감성을 찾아 기술과 결합시킨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시기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다른 무엇도 아닌 '스스로 생각하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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