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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끼를 부탁해 - 칼로리는 반으로, 밥도 빵도 면도 없이
백만점순이.나초례 지음 / 콜라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다이어트와, 특히 음식과 관련된
책들은 꼭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이어트할 때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식이요법 아니던가. 기존에 다이어트 식단을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 알게된
레시피들은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거나 재료가 고급이거나 그도 아니면 내가 먹기 싫거나 셋 중의 하나였다. 도저히 돈 없는 사람은 해 먹을 수 없는
요리들로 어찌 다이어트를 한단 말인가. (다이어트하면서 소고기 등심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도 아니면 전복이나 비싼
해산물 기타등등.) 물론 그런 책들 중에서도 꽤나 내게 맞는 책들은 있기 마련이라 잘 두고 있는 책들도 많이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기름기를 적게
섭취하는 쪽의 요리법이다보니 오븐 사용이 많아 내가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이 책 <0.5끼를
부탁해>가 내 눈에 띈 이유? 별것 없다. 12페이지의 0.5끼가 뭐냐고?라는 소개페이지에 적힌 5가지 법칙 때문이다.
초간단하다/ 살찔 걱정 없다/ 밥-빵-면 아웃!/ 최소의 재료 수/ No 오븐, No 전자레인지 이 5가지는
다이어터들이 간편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기 위한 필수아니던가. 사실 0.5끼를 창시한 백만점순이, 나초례 작가들은 삼시 세끼를 모두 이
책에 등장하는 레시피대로 먹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얻은 레시피들로 하루의 마지막 한 끼 저녁, 피곤하고
고단한 하루의 끝에 간단하면서도 살이 덜 찌는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먹을 수 있기를 바라며 쓴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들에게는 그런
게 있다. 아침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더라도 저녁을 눈꼽만큼 먹으면 '오늘 하루 많이 먹지 않았다'는 자기 최면을 거는 뭐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은 그것에 딱 알맞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요리사의 책'이 아닙니다.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알려주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 책'이죠. (중략) 전문가에겐 너무 당연해서 건. 너.
뛸. 수 있는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두 초보요리사들과 함께 그날의 기분에 딱 맞는 메뉴로 만족스럽게 하루를 마무리하길 권합니다.
(11쪽)
레시피들만 존재한다면 작가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완전 초보용'이라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만큼 책에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있다. 일단, 요리할 때
쓰인 재료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부터 비슷한 재료들의 비교들을 주로 이야기하는 TIP 코너가 있다. 그리고 5개씩의 메뉴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작은 부록같은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 기본 재료 고르는 법에 대한 이야기, 비린 맛이나 누린 맛 잡는 법에 대한 이야기 등 초보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또한 각 요리들이 끝날때마다 자체평가를 해 별점으로 나타내곤 하는데, 초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관한 이야기나 바꿔먹을 수 있는 팁을 전해주기도 하는 코너도 있다.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면 어지러울 법도 한데, 그 모든
코너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잘 잡고 있어서 보는 내내 재미있는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보기가 깔끔하단
얘기다. 이것은 이 책이 초보들을 위한 쉬운 요리책이라는 것 이외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책에는 요리를 꽤 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것도 요리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레시피들도 있다. '콜라비 코코넛 우유'(49쪽,
콜라비 껍질을 잘 벗긴 후 물에 씻은 다음 - 적당하게 잘라 코코넛 밀크와 함께 믹서기에 간 후 -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라든가
'콩고물 곤약' (80쪽, 곤약을 적당히 썬 뒤 -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린 끓는 물에 곤약을 데친다 - 물기
제거 후 콩고물을 묻힌다 - 소금 간을 살짝 한다) 라든가. 이런 레시피들은 레시피라는 단어가 무색할만큼 무척이나 간단하고 실상 한끼의 메뉴라기
보다는 간식에 더 어울리는 레시피들이다. 하지만 책에는 이것보다 약간 더 복잡한, 그러나 절대 어렵지 않은 레시피가 42개나 더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절대 이런 레시피만 들어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더불어 깨알같은 정보들까지 들어있고 말이다. 근데 이 모든 요리들은 칼로리까지
낮다. 애초에 0.5끼를 의미하는 것은 칼로리가 낮기 때문이다!!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작가들이 작정하고 칼로리가 낮은 요리들만 소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칼로리도 낮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필요에 따라서는 저녁 한끼 뿐만 아니라 간식이나 아침에 식사대용으로도 가능할 알찬 레시피들이 가득한 책. 요리는 하기 귀찮고 어려워서 싫은데
살찔까봐 걱정하는, 특히 20~30대 혼자 사는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할 책. 맨 처음에 눈에 띄었던 'No 오븐, No 전자레인지'라는 문장보다
이제는 레시피에 더 관심이 가는 책. 이 모든 책이 가리키는 것은 <0.5끼를 부탁해>이다. 이 책을 통해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들이 조금이나마 칼로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싶다. 물론 다이어트는 이렇게 한 끼만 낮은 칼로리로 섭취한다고 가능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