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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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었다. 여행이 아니라 생활을 찍었다. 낡은 신발과 식은 컵, 시든 꽃, 머리 위에 머물던 구름, 붉은 신호등 뒤로 피어나던 뭉게구름, 밤의 냉장고, 넘기지 못한 달력, 창틀에 앉던 빗소리.... 그 앞에서 잠시 숨을 멈추고 셔터를 눌렀다. 아, 이런 것들이 모여 나의 일상이 되는구나.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못할 나의 하루... - 최갑수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 하루의 여기저기에 포커싱을 하다 보니, 고맙게도 나의 하루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은 발견해 나갈수록 촘촘해지고, 나의 하루 역시 마음을 담아 바라볼수록 새로운 색깔을 입었다. 색칠할수록 예뻐지는 그림처럼. - 장연정


어느 순간 깨달아버린 '하루'의 소중함.

여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하루'에 대한 새삼스런 깨달음으로 자신의 하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두 남녀가 있다.

바로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의 저자인 최갑수와 장연정이다. 


누구나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은 어제와 비슷하거나, 저번주의 어느 날과 비슷하거나, 작년의 어느 날과 비슷하다.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행동반경은 한정되어 있고, 이 공간을 뛰쳐나가는 일탈 혹은 새로운 환경으로의 공간이동이 없는 한 '새로운 것 찾기'는 쉽지 않다. 똑같은 나날들, 지루한 일상이라는 단어가 입에 딱딱 붙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어제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새롭고 신나는 것이 없다고, 다른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실행에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놈의 일상이라는 것은 일정한 기준을 넘어서버리면 범주에서 뛰쳐 나가버리는 넣을 수 없는 꽤나 까다로운 녀석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깨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것 찾기- 그것이 바로 오늘 하루 속 '순간'을 들여다보기! 어제와 비슷하고 똑같은 하루 속에서 굳이 다른 것을 찾아 새로운 것을 찾아 애쓰라는 것이 아니다. 어제와 비슷하고 똑같은 하루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너무도 익숙해서 당연히 그 자리가 원래의 자리였던 마냥 있던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종의 '순간에서 보물찾기'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순간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내 눈이 닿고 손이 닿는 모든 것들은 모두 나와 함께 순간을 함께 지내왔다. 그것들에게서 예전의 추억들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오는 날에 쓰고 나간 우산에서 예전에 잃어버린 우산들을 생각한다거나, 달력을 보면서 지나간 1년을 되돌아본다거나, 커피를 내리면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거나, 연필을 손에 들고 포옹을 생각한다거나, 냉장고를 나와 동일시하거나, 신발이 발에 잘 맞아 차마 버릴 수 었겠다는 생각한다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어제의 일상 속에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으나 오늘의 일상 속에서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신기한 마법을 부리기도 하니 말이다.


두 사람은 각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지나왔다. 그 계절들을 지나오면서 적어뒀던 이야기들은 같이 지나오지 않는 나에게도 모두 공감되는 내용이다. 충분히 내 주변에서도 일어났던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들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온전한 나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일기장처럼, 사랑할 때는 사랑이 가득하게, 외로울 때는 외로운 감정을 물씬 풍기기도 하고, 힘이 들 때는 리셋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고 당장 떠나버리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들처럼. 그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사건들이 드러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와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 이야기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많이 겪는 일이기도 해서다.


그는 이야기 했다. '우리의 모든 날들은 기억해야 할 가치고 있고, 우리의 모든 시간들은 사랑받을 이유가 있으며, 우리의 모든 순간들은 소중하게 존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녀도 이야기 했다. '지금 이 책을 손에 쥔 순간부터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들여다보자. 사소하고 시시한 모든 순간들에게 친절해지자'고 말이다. 두 사람 모두 평소라면 그냥 흘려버렸을지도 모를 어떠한 것들도 흘려버리지 말고 소중히 대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찾아내는 보물들을 너도 찾아보는 것이 어떻냐고 말이다. 아직 내 하루에 돋보기를 대 들여다 보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두 사람의 권유를 받아들여 나의 순간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작고 작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도 거기에 순간의 감성들을 더한다면, 그리고 먼 훗날 그것을 보게 된다면 이 책을 보며 미소지었던 것만큼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는 망설이고 있는 당신도 당신의 순간을 소중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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