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1 - 조선 패밀리의 탄생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왕조실톡>이 네이버에서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 되게 획기적이다 싶었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적 사료를 '카카오톡'이라는 우리 생활에 친숙한 매체로 끌어들여서 교육적인 면과 재미 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니 말이다. 500년 전의 조선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같이 그 시대의 이야기를 현대화 시키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확실히 잡아주고 가는, 참 괜찮은 웹툰이 아닐 수 없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42598

 

 

 

이 웹툰이 책으로 묶여서 나왔다. 많은 이야기가 어떻게 한 권에 담겼나.. 봤더니 시리즈로 차근차근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조선왕조실톡은 75화까지 연재되었다) 우선은 1권이 출간되었는데, 총 36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리고 테마를 만들어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었다. 기존의 웹툰에서 진행되던 에피소드 방식은 작가 마음대로 시대 순서와 상관없이 랜덤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테마를 묶은 방식은 시대순- 이번 1권에는 태조 이성계부터 연산군까지 담겨 있다.

더불어 책에는 '이한'이라는 작가의 <실록 돋보기>란을 만들어 웹툰에 조금 더 살을 붙였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여러 가지 소재들 중 하나를 골라 심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11. 코끼리 귀양가다, 114쪽) 궁궐 안 동물원(121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웹툰을 그린 무적핑크의 말투, 혹은 현대적인 감각은 잊지 않으면서도 팁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고나 할까.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방대한 기록물을 가지고 웹툰을 만들 생각을 한 작가의 발상도 높이 사지만, 국사가 필수과목이 된 아이들이 어렵지 않도록 현대화 시켜서 왕들의 특징을 짚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컨텐츠에는 박수를 보낸다. 웹툰이 만화책과 뭐가 다르냐며 아이들이 웹툰을 보는 것을 말리는 부모님들도 이 웹툰만은 막으면 안된다. 한 장만이라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웹툰은 절대 이상한 웹툰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암기과목을 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외울 내용의 이해'다. 이해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외우는 시간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무대뽀로 외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결과를 알게 되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앞뒤의 상황만으로 저절로 기억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선왕조실톡에서 왕들이 자주 했던 일들, 일어났던 상황들을 잘 들여다보고 실제 역사책 속의 외울 것들을 연관짓다 보면 분명히 조선왕조의 암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다만 기존 인터넷 웹툰과 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으로 정리되어 나오면서 꽤 점잖아졌다는 것- 인터넷 용어라든가, 페이스북 등을 차용해서 만들어진 페이지라든가, 아주 알아보기 힘든 요즘 언어들은 조금 순화되었다. 하지만 웹상에서 쓰는 용어들이 낯선 많은 이들이 읽기 위한 것이므로 어쩔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되게 거칠었던 그 맛이 약간 감소되었다 생각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또한 책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톡'을 사용하니 어쩔 수 없이 자꾸 잘리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유연하게 주르륵 이어지던 웹툰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조선왕조실톡> 웹툰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신세계일테니 아쉬워서 터져나오는 내 투정은 이만하는걸로.

 

 

실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꼭 마지막에는 사관이 등장한다.

 

 

웹툰의 마지막은 꼭 '그리하였다고 한다'라는 이 사관들로 끝을 맺는다. 이 웹툰이 사관들에 의해 쓰여진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음과 동시에 가끔씩 개그를 선보이기도 하는 이 사관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사관의 아래엔 실록에 적혀 있는 부분, 그러니까 작가가 웹툰에 차용해서 이야기한 내용들의 원본이 보기 쉽게 적혀 있다. 물론 정사에 기록되지 않았던 픽션인 부분 또한 밝혀 놓는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웹툰이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가 어디인지 보여주고 있는 시대표가 그려져 있다. 한 편의 웹툰이 압축되어 있는 등장인물 화살표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센스를 또 한 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논외로, 1600년대에 빨간색과 검정색으로 색칠되어 있는 부분, 이 부분은 각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양란을 표시해 놓은 것이다. 막대기의 색이 진할수록 나라가 어렵다는 증거인데, 작가는 병자호란때의 조선을 '망하기 직전까지 갔었다'라고 생각하는 듯.

 

 

 

 

책으로 만들어져 기쁜 점은 가끔씩 등장하는, 웹툰에서는 보지 못했던 요런 일러스트들이다. 왕들의 특징을 잘 만들다 못해 그림으로도 잘 표현했다. 용포를 각각 가디건과 와이셔츠, 자켓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대체로 폭군 혹은 힘이 강했던 왕들은 와이셔츠, 용포가 아니라 정장을 입고 있다. (태조, 세조, 연산군 등. 연산군은 헐벗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500년짜리 대화록입니다.' 무적핑크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이 대화형식이라는 것에 착안, '카카오톡'을 떠올렸고 그를 적용했다. 실록 돋보기를 쓴 이한의 머리말을 빌리자면 '엄밀하게 말하자면 역사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그 나물에 그 밥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새로운 시도는 젊은이들에게는 친숙함을, 웹과 동떨어진 혹은 낯선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기본 재료에 맛있는 소스를 더해 더 맛있게 잘 비벼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그저 먹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재미와 함께 지식도 함께 먹을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지금 이 웹툰은 책으로 출간된 것으로도 모자라 '툰드라'라는 새로운 장르 (그러니까 웹툰을 드라마로 바꾼 웹툰의 드라마화)로 방송을 타고 있고, 곧 게임으로도 확장된다고 한다. 좋은 컨텐츠의 선순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좋은 것일수록 많이 알려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거든. 아직도 연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의 분량은 아주 어마어마하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작가의 역량을 믿고 기다려보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