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100 국100 반찬100 - 서초동 최선생의 집밥백과
최승주 지음 / 조선앤북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책을 봐 왔던 것들 중에 가장 가짓수가 많은 것 같은 책 <재료100 국100 반찬100>. 설마 100가지 음식이겠어? 했는데 이게 웬 걸. 책 제목에서부터 100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하나의 재료로 국과 반찬 2가지씩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한 권의 책에 총 200개의 레시피가 들어있다는 얘기! (어마어마하지 않나?) 한식의 재료가 무궁무진하고 많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100가지나 되는 요리 재료를 보고는 꽤 놀라웠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재료로 2가지씩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다.


프롤로그에 작가 최승주가 이런 말을 적어 놓았다.

요리 작업을 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채소는 반찬용, 이 고기는 국거리용'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한번 재료를 사면 한꺼번에 사용해 음식 한 가지를 만들고 뒤에 가서는 지겨워서 혹은 묵히다가 상해서 상당량을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또 한국인의 밥상 특성상 국물이 곁들여지면 한결 식탁이 풍성해지고 반찬으로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른 풍미와 식감을 즐길 수 있는데 은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것도 적지 않게 보았다. 그런 어려움이 있던 사람들이 신선한 제철 재료를 좀 더 용기 있게 구입하여 버리는 스트레스 없이 맛있게 먹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재료 100가지를 고르고 각각 국과 반찬으로 나눠 메뉴를 구성하였다. (프롤로그. 5쪽)


이는 주부경력만 23년째라는 첫 문장보다 더 와닿았던 문단이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 '어떤 재료는 어떤용!'이라는 것을 나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래도 엄마가 해 주는 요리가 한정적이고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도 한정적이다. 그래서 선입견을 쉽사리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다. 오랜시간 길들여지고 맞춰진 사용처(?) 덕분에 다른 곳에 재료를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실 요즘에는 쿡방이 대세이기 때문에 그들을 쫓아 여러가지 음식을 해 먹어보기도 한다지만, 기본적으로 어느집에나 있는 재료들은 대동소이하다. 그것들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고 말이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른다. 많은 레시피의 갯수만큼이나 얼만큼 새롭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재료는 100가지이다. 채소, 고기, 해산물, 가공식품을 망라해 100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 35가지, 고기 21가지 (달걀 종류 포함), 해산물 30가지 (생선, 해물, 해조류 포함), 가공식품 14가지. 100가지의 재료 중에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하지 못할 재료들은 없었다. 다만 관자나 문어, 전복 이나 날치알 등의 해산물들을 집에 두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거라 예상되지만, 그 외에는 일상적으로 많이 보는 재료들이다. 해산물들도 자주 못 보던 재료들은 절대로 아니었으니 100개의 재료 전부 '쉬운 재료'들임에는 분명했다. 이 재료들을  바탕으로 시판소스와 향신료들을 적절히 섞어 맛있는 반찬과 국을 만들어 내는 게 포인트. 천연재료로 요리를 하라거나 하는 소리는 없다. 적절히 시중에 파는 소스들을 이용해서 쉽게 만드는 레시피를 소개하기 때문에 어렵고 복잡한 내용도 없다.


모든 요리는 4개의 사진으로 레시피가 종료된다. 복잡할 것도 없이 레시피 이미지에 보이는대로 따라하면 금방 요리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다. 더불어 재료들도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맛깔스런 반찬과 국이 되었다. 요리에 젬병인 나는 굉장히 신기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레시피만 간단히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맨 처음 재료의 이름을 이야기 할 때 재료의 효능, 어떻게 해 먹으면 맛있는지, 보관방법까지 간단하게 알려준다. 각각의 레시피마다 팁도 따로 들어있는데 그 팁들은 작가가 오랜시간에 걸쳐 터득해온 노하우들이 담겨 있다. 혹은 레시피 속 재료가 없다면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 있기도 하다. 따라하는 방법이 쉽다고 책을 얼렁뚱땅 읽어볼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책 속에 있는 모든 반찬과 국이 '새로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에게는 새로운 것이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것일 수도 있으니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많은 이들의 밥상에 도움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하나의 재료를 사서 오늘 저녁엔 반찬을 해 먹었다면 다음날엔 국으로 해 먹을 수 있는 노하우가 들어 있으니까. 더군다나 하나의 주재료가 아닌 부재료로서 쓰이는 레시피들도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겹치는 재료들도 있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레시피들을 묶을 수도 있을 듯 했다. 책 속의 레시피는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하든간에 본인의 재량이다. 이 책으로 밥 굶지 말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