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 연이야
이국주 지음, 양지은 글꾸밈 / 자음과모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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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눈빛은 대한민국에서는 아직까지는 곱지 않다. 예전보다는 많이 유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뚱뚱한 사람들을 '나쁜 질병을 갖고 있는 것인 양' 쳐다보면서 서슴없이 나쁜 말과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유난히 뚱뚱한 것에 대해 비호감으로 일관하는 이 곳에서, 더군다나 여자 연예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뚱뚱한 여자 연예인들 중 사람들과의 접촉이 더 많고 대중들이 상대적으로 얕잡아 보는 개그우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우뚝 선 개그우먼이 있다. 바로 이국주다. 자신이 뚱뚱함을 완전히 인정하고 그것을 캐릭터 삼아 활동하고 있는, 조금은 드센 면이 없지는 않지만 남들이 꺼리지만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해줘서 답답한 곳을 뚫어주는, 그녀가 등장하면 어느정도의 웃음은 보장되는 믿을 수 있는 예능인. 내가 가지고 있는 이국주에 대한 이미지는 이렇다.


김보성이 한창 '으리!'로 주목을 받았을 때 그 '으리!'를 그 전부터 꾸준하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밀었던 그녀도 같이 주목 받았다. 호로록~이라는 유행어도 거기서 탄생시켰고, 그로인해 방송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그 '으리!'가 아니더라도 그녀를 방송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개그우먼 이국주가 책을 냈다.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나는 괜찮은 연이야>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누구도 이 책의 '첫 장'을 펴기 전까지는 나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

이국주가 이 책의 첫 문장에 쓴 말이다. 실제로 일반 대중인 우리가 이국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녀가 방송에서 내뱉었던 말과 행동으로 그녀의 재치와 센스를 아주 약간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책은 그녀가 가진 어떤 한 가지 특화된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국주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음.. 책을 쓴 본인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책 속의 글들은 아주 매끄럽고 잘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읽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책 속에서 느껴지는 이야기의 진정성들은 의심해 볼 여지가 없다.


자신을 나무에서 연필로 변할 수 있도록 '흑심'이 되어준 친구들을 소개하는 '연필'이란 이야기도, 자신에게 친전하게 대해주며 여러가지 방송 생리를 알려준 선배 개그맨에 대한 고마움을 언급한 '연탄'이란 이야기도,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연결'이란 이야기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하던 '연포탕'이란 이야기에서도- 모든 이야기 속에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들이 담겨 있었고, 그 속에는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는지, 자신감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여러가지 고충들이라던가, 몸매에 대한 생각들 또한 담겨 있긴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끝이 난다. 그 '긍정'이 지금의 이국주를 탄생시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밝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느 한 순간도 방관하지 말자. 당신도 절대로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든 다 연결고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나 자신을 한 번 믿어보자.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43쪽)


가끔은 이렇게나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

내 남자 친구가, 내 여자 친구가 바람 피운다?

연락주세요. 제가 다리몽둥이를.. 010-xxxx-0000 한 건당 육회 한 접시. (98쪽)

집 활동 범위 내에 고무줄을 몇 개씩 떨어뜨려 놓는다.

급할 때 주워서 머리 묶으면 굉장히 기분 좋다. (167쪽)


가끔은 이렇게나 좋은 이야기도 적혀 있는.

결국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여자로 변신해야 한다.

예전보다 많은 분들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나니까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큼 매력적인 존재는 없다. (103쪽)



책을 다 읽고 나니 이국주가 한 뼘쯤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고, 그만큼 그녀가 더 좋아졌다. 건강하고 밝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은 생각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책의 첫 문장에 단언했던 '너는 나를 알지 못한다'라는 이야기는 결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였다. 이미지로만 봤었던 단편적인 이국주가 아니라 여자 이국주, 사람 이국주를 제대로 본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연'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엮여 있고, '인연'을 중시하는 그녀의 성격을 내비치는 단어 <나는 괜찮은 연이야>를 그대로 이국주에게 돌려주고 싶다. 당신은 괜찮은 연(女) 이라고 말이다.


단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겐 그 단점이 장점으로 보일 수 있다.

그 단점이 나중엔 장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뚱뚱하다고 해서, 더 크다고 해서, 누군가에겐 비호감이라고 해서 절망하지 않는다.

어느 시대 누군가의 눈엔 내가 절세미녀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난 너무 행복하니까.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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