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온 코코 샤넬 보그 온 시리즈
브로닌 코즈그레이브 지음, 이상미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 <보그 온>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보그가 본 디자이너'라고 말 할 수 있다. 보그 VOGUE 라는 잡지가 창간된 해가 1892년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브랜드들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봤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같은 시간대를 지내면서 그들의 많은 것을 알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궁금해 한다. 현재 우리가 명품이라 일컫는 브랜드들이 그 당시에도 그런 느낌을 줬었는지 아닌지, 디자이너는 그 옷을 어떤 생각을 갖고 디자인을 한 것인지, 그때 당시의 그 브랜드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결론적으로 이 명품은 언제나 명품이었는지 아니면 시간이 흘러 명품이 된 것인지 말이다. 더군다나 '샤넬' 같이 여성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라면 더더욱.


그래서 그런지 나도 이 책 이름을 봤을 때 궁금했었다. (구미가 확 당겼었다.) 보그라는 잡지 이름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었고, 유명한 디자이너의 이름들이 그 바로 다음에 붙은 책이었으니 말이다. 알고보니 <보그 온>은 시리즈로 기획된 책이었다. '천재 디자이너'들에 대한 비평을 담은 책으로, 출간 당시부터 여러 노력으로 이루어진 보그의 '패션 바이블'이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보그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한 책. 현재 시중에 출판된 디자이너는 4명으로 코코 샤넬, 지방시, 발렌시아가, 랄프 로렌 등인데, 이들 중 누구도 천재라 불리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에 대한 당대의 평가와 여러 디자인들이 보고 싶다면, 그리고 그 디자이너의 생애(정말 패션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디자이너가 죽을 때까지)와 가치관을 보고 싶다면 이 책 <보그 온>을 추천한다. 


책에 나타난 샤넬은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며 한 눈에 고객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코코샤넬과 함께 일한 공방의 책임자의 말을 빌려 '쉽게 만족하는 법이 없고, 매우 엄하고 가차없는 디자이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후 50년이 지난 어느날 1급 재단사를 그 자리에서 해고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뉴욕 타임즈>의 리포터가 있는 것으로 봐선, 그녀의 완벽주의자적 성향이 젊어서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늘상 한결같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과 옷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해 가격표에는 상당히 높은 액수가 적혀 있었다는 것을 보면서도 그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ㅡ이처럼 책은 그녀와 관계된 일화들을 끊임없이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것은 눈을 즐겁게 만드는 일러스트와 사진들이 채운다. <보그> 잡지에 싣기 위해서 보그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여러 일러스트들이 그린이의 느낌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이 되어 있다. 샤넬이 만들어 낸 옷은 하나의 스타일을 유지해 나갔음이 일러스트를 통해서도 눈에 고스란히 보였으나 (샤넬이 어떤 느낌인지 몰랐던 사람이라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디자인 특징을 잘 살려낸 일러스트들이다.) 그럼에도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일러스트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이사이 라고는 해도 꽤 방대한 양의 일러스트들이 들어 있고, 샤넬의 초창기 디자인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디자인까지 총망라되어 있으므로 그녀의 변천사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날카롭고 사나우면서도 자신의 디자인과 옷에 가지고 있는 철학에 대해 뚜렷이 이야기하는 코코샤넬이 한편으로는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원래 대단한 사람이라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내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꼭 필요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치밀하고 완벽주의적 성격이 어떤 식으로 브랜드를 키워냈는지를 볼 때마다 감탄스러웠다. 더군다나 책 중간중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그녀의 말들은 현 시대에도 모두 통용되는 이야기들이라 새삼 다시 감탄했다.


- 우아함은 갓 청소년기를 탈출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미래의 주인이 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 패션은 그저 옷 안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패션은 우리의 삶 속에 있는 아이디어와 함께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 여성이 옷을 지나치게 차려입을 수는 있지만, 우아함에는 지나침이 없다.

- 여자들이 어떻게 조금도 꾸미지 않고 집을 나설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이건 예의의 문제만이 아니다. 바로 그 날이 운명적인 만남이 예정된 날인지 누가 알겠는가? 운명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 초라하게 옷을 입으면 사람들은 그 옷을 기억한다. 그러나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게 입으면 사람들은 그 옷을 입은 여자를 기억한다.


왜인지 현실의 여자들에게 해줘도 피와 살이 될 것만 같은 자신감 있는 조언들이라, 내게도 많이 와 닿았던 이야기들이다. 특히 꾸미지 않고 나가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그 얘기는 나한테 하는 얘긴가, 잠시 찔렸다는 건 비밀. 더불어 일러스트나 사진마다 코멘트가 반드시 달리므로, 앞 뒤 페이지를 잘 살펴서 작은 글씨들도 전부 빠짐없이 읽기를 권한다.


결론적으로 <보그 온>은 '보그' VOGUE 라는 잡지가 주는 신뢰감 위에 패션 전문잡지로써 그 브랜드가 갖는 가치를 최대한 활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살짝이라도 살펴보면 이 책은 생각보다 꽤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일러스트들로 디자이너의 옷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여러 참고 문헌들을 참고해 그녀의 전 생애에 걸쳐 여러가지 일화들을 소개하고, 그녀의 디자인에 관한 여러가지 일러스트와 사진들을 한 데 모아 놓았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도 책을 들춰보면 살펴볼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패션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영감을 줄 책 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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