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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리얼 종이접기 2 - 하늘을 나는 생물편,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살아있는 창작 종이접기 ㅣ 리얼 종이접기 2
후쿠이 히사오 지음, 민성원 옮김, 오경란 감수 / 에밀 / 2015년 6월
평점 :
종이접기가 어린이들만 하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나.
'종이접기가 시시하다'며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 정도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얼른 이 책을 손에 쥐어 주고 싶다. 섬세하고 세부공정이 많은데다
곡선으로 접는 공정이 많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종이접기와는 차원이 다른 종이접기의 신세계를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요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영맨' 김영만 종이접기 아저씨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종이접기'에 갖는 관심이 뜨거워졌다. 영만 아저씨가 접는 종이접기는 아이들과 함께 접기
쉽고 창의력 발달에 좋은, 쉬우면서 오감을 자극할만한 알록달록 '공작시간' 정도다. 자르고 붙이고 간단하게 접으면서 어렵지 않게 흥미유발을
일으켜 '함께 놀기 위한' 종이접기. 근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들을 만들자니뭔가 좀 간지럽다. (나는 영만 아저씨의 마리텔을 보고 옛추억에는
잠겼으나, 그 종이접기를 따라하며 동심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이접기는 충분히 어른이 된 나한테도 매력적이긴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는 쉬운 종이접기 말고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종이접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던 와중에 '리얼 종이접기'라는 책 제목이 유독 눈에
띄어 보게 된 책.
<놀라운 리얼 종이접기2>는 1편의 반응에
힘입어 나온 2편이다. 1편은 토끼, 사자, 호랑이, 사마귀 등 땅에 사는 동물과 곤충들, 티라노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 등의 공룡들과 달마,
반야상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을 '종이접기'로 구현해냈다. 2편은 '하늘을 나는 생물'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됐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을 나는 무엇이든간에 종이접기로 구현해내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놀라울 정도로 사실성에 입각한 종이접기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까마귀, 참새, 홍학, 독수리, 공작, 제비, 백조, 원앙 등의 새와 잠자리, 장수풍뎅이, 나비, 매미, 풀무치(여치와 비슷하게
생겼다) 등의 곤충, 용과 봉황까지 표현해내는 종이접기는.. 과연 내가 접을 수 있을까의 생각을 하게 했다.
완성된 작품으로만 얼핏 보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각
작품에는 기초접기 단계가 있어 우선 그것을 접고 나면 점차 리얼하고 높은 단계의 형태로 전개시킬 수 있게 됩니다. 과정이 조금 긴 기초접기도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으므로, 몇 번 도전하다보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접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종이접기 방법을 고안해 낸 후쿠이
히사오가 머릿말에서 한 말이다. 정말 완성품으로만 본다면 엄청나게 어렵게 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꽤 어렵다. '얼핏 보면 어려워
보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접어가다 보면 어디를 접어야 하는지 뒤집어야 하는지 꽤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공정도 많아서 되게 많은
선이 생긴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시중에서 파는 일반 색종이로 종이접기를 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종이접기는 '될 수
있으면 얇은 종이'로 하길 권한다.
<놀라운 리얼 종이접기>에만 있는 특별한 것은
또 있다. 바로 '풀먹이기'다. 리얼하고 입체적인 형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사실 종이접기 하는데
목공용 풀이 왜 필요한가 싶었다. 직접 접어보기 전까지는.. 하지만 이 종이접기는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과정이 많고 접는 선이 많아 더이상의
종이접기를 할 필요가 없는 부분은 '풀을 먹여' 빳빳하게 모양을 만들어 주는게 다음 과정을 위한 준비이다. 풀먹이기가 무조건이지는 않지만 만약
중급자 이상의 종이접기 실력자라면 꼭 풀먹이기를 해보라 작가는 권한다. (나는 중급자가 아니라 초급자이므로 풀먹이기는 하지
않았다만.)
표지에서 제일 눈에 띄는 봉황 종이접기 부분을 호기롭게
펼쳤다가 눈이 돌아갈 것 같아 제일 쉬운 종이접기로 돌아왔다. 제일 쉬운 난이도의 새 중에서 가장 만만해 보였던 원앙을 펼쳤다. 어렸을 때부터
만들기는 꽤 잘했던 걸로 기억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당최 무슨 그림인건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게 함정.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겨우 원앙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중 가장 얇은 종이는
종이접기용 색종이 뿐이어서 색종이로 만들어 보았다. 풀먹이기의 필요성을 이때 처음 느꼈는데, 작가가 만든 예시만큼 빳빳하게 서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누르는 힘이라던가 제대로 잘 안접힌 부분이 존재하는 듯 했다.) 더불어 종이는 될 수 있으면 얇은 종이를 쓰라던 작가의 말에도
공감했다. 모양을 만들어갈수록 종이를 접어야 하는 두께가 존재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잘 접히지 않고 그냥 구겨져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를 접어보니 뿌듯했다. 아직 녹슬지 않았어!!란 생각까지 하면서.
종이접기 방법은 여타 종이접기 방법과 다를게 없다. 다만
'풀먹이기' 부분을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과 포인트로 유의점을 짚어주는 부분도 읽고 넘어가면 종이접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입체적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 최대한 사실적이면서도
종이접기의 틀은 벗어나지 않은 채 창의력은 높일 수 있는, 한 마디로 굉장한 종이접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다음부터 접은 종이접기 작품들은
중간에서 중도포기 한 것들이 꽤 많지만, 종이접기 도면을 보면 볼수록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감이 잡혀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가
진짜 봉황을 성공하게 되는 때가 올 것만 같은 느낌. "많이 접어 볼수록 도면을 보는 안목이 높아진다. 따라서 같은 작품을 반복해서 접어 보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 작가가 제시한 풀먹이기를 통해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기 바란다."는 감수자의 말에서 내가 왜 도면에 익숙해졌는지
찾아냈다. 그리고 굉장히 반가웠다.
아직 나는 초보자일 뿐이라 이 책에 있는 모든 종이접기를
잘 하게 되는 날이 올까 싶지만, 이 종이접기도 컬러링북이나 라이팅북처럼 잡생각을 떨치고 집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라이팅북이나
컬러링북이 마음대로 칠해지지 않는다고,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누가뭐라하지 않지 않나. 종이접기를 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떨쳐내고, 더불어
창의적인 생각까지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종이접기가 진화했다. 다음에 연이어 나올 <놀라운
리얼 종이접기3>에는 어떤 종이접기들이 있을지, 점점 기대가 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