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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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좋아서, 읽어야 해서, 읽으니까 좋다고 해서, 할 게 없어서 등등. 각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책을 읽고 있다. 그것이 누가 시켜서든 자의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책을 읽는 이유만큼이나 책을 읽는 방법도 사람들마다 조금씩은 다르다. 책을 읽어내는 행위는 한 가지이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거기서 얻어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다면 아마 자신의 사랑을 생각하며 읽어낼테고, 솔로들이 읽는다면 미래의 어느때를 상상하면서 읽어낼테고, 이별하는 사람들은 그런 책은 쳐다도 보지 않는 것처럼. 책이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책은 하나인데 그 속에서 읽히는 것이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사실 책읽기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입에 논술이 강조되면서부터 논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독서는 각광받기 시작했고, 살기가 팍팍해질수록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들이 불티나게 조명됐으며, 현재는 첨단기술과 인문학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인문학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책을 읽으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아이를 둔 엄마들은 어떻게든 아이에게 책읽는 습관을 들여주려 안달복달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과연 '책을 읽기만 해서' 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저자는 그 부분에 의문을 갖는다. '도대체 어떻게 읽으면 통찰력이라는 것이 생긴다는 말인가'라고 말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통찰력이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나의 주변을 재배열하는 힘'이다. 그것은 '외부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적시적소에 자신의 의도를 풀어냄으로써 전체 흐름을 타는, 혹은 이끌어가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지 절대로 물리적으로나 학습적으로 배워서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책을 '읽어내기만 한다'고 책 속의 모든 지식이 이야기가 내것이 되리란 보장이 없다. 물론 좋은 이야기를 백 번 천 번 본다면 그것은 그 텍스트 그대로 저장되어 기억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렵지만 책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얹고 생각을 얹어 내것으로 얼만큼이라도 만들어내는 작업을 통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통찰이다. 이 책 <인생 독해>는 저자인 유수연이 생각하는 '통찰'의 방법이다. 저자는 책 그대로의 이야기보다는 책 속의 이야기에서 뻗어나온 여러 상황들을 현실에 빗대어 생각해 보는 것을 즐겨한다. (저자 본인은 그것을 '실전 독서'라고 이야기한다.) 그 생각들 속에서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으면 좋고,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어떤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음에 그 독서는 꽤 진중하고 좋은 독서가 될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것들이다. <어린왕자>를 읽고 어린왕자를 두둔하기는 커녕,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그려낸 사업가를 두둔하는 모습. <페스트>를 읽고 전염병은 차별을 뜻하는 것이며, 현실은 돈이라는 전염병을 통해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모습. '거울'이라는 이상의 시를 읽고 에고 소비를 생각하는 모습. <인생론>을 읽으면서 '잘 파는 법'에 대한 생각을 하는 모습 등- 그녀의 책읽기는 무섭게도 현실과 가까이 있었다. 조금은 신선한 책읽기 방법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책은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뉜다. 파트 1의 책들은 저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과 현실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한다면 파트 2의 이야기들은 경영, 혁신, 소비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아마도 파트 2는 독해라는 주제에 맞게 책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끌어낸게 아닌가 싶다. (현실은 책의 연장이라는 작가의 말로 미루어보건대 그렇다는 거다. 뭐 더 정확한 건 저자 본인만이 알테니 나는 이쯤에서 패스하는 걸로)

 


책 속에 담긴 그녀의 생각들은 그다지 감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고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무서울 정도로 현실을 잘 알고 한 발 더 내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글이었다. 속물적이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가치관'은 카뮈에게서 삶의 '전술과 전략'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에게서 그 완성은 '나' 자신에게서 증명되고 확인된다. ​이렇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생 독해>는 유수연의 생각을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녀가 하는 생각, 가치관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싶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글에 대한 내공을 말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그녀의 내공은, 읽는 이를 압도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이며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그녀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더 크게 와 닿는다. 책 한 권도 허투루 읽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덧대어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한 사람의 그 '생각'이란 것은, 일반인들은 절대로 따라갈 수 없겠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 속에 담긴 고민의 흔적들은 아마 내일의 나도 어젠가는 동감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위치에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하는 생각이라는 것은 읽는 이에게도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묵묵히 발밑만을 보고 걸었다. 손에 쥔 빵 한 조각과 조각칼에 감사하며 걸었다. 서툰 기대와 어설픈 희망을 경계하며 나의 하루를 믿고 걷고 또 걸었다. 어설프고 잔인한 희망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피하고 싶은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노력은 특정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함이었다. 그저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다 보면 언젠가 오늘과는 다른 위치에 가 있겠지,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다. (136쪽)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듯한 그녀의 생각은, 생각보다 생각할 것이 많은 글이라 참 좋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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